포구기행 / 김진학
나는 오래된 파도소리를 들으며
어두워진 포구에 선다
게들은 사랑을 찾아 돌아다니고
그리운 것은 모두
아파야 기억되는 도시에 사나보다
토실한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인
뽕짝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술집의 불이 꺼질 때 쯤
설렁설렁,
여자에게 수작을 거는
취한 남자의 목소리가
늙은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어둠 속으로
막대처림 휘저으며 사라지는
택시의 불빛
휘젓는 것이 어디 불빛 뿐이랴
내 안에서 그토록 휘젓고 떠났는데도
열병처럼 일어나는 그리움이라는 이름
아아, 아플수록 감미로운 이름
너와 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무엇이 있어
서로 끌리고 있는지
상현달 내리는 포구엔
아파서 감미로운 이름하나
상현달 처럼 떴다
○ 어느 해 가을 주문진에서 쓰다.
○ 문학의 향기 초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