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도깨비의 누각(樓閣)

11월 끝트머리에 서서(2)

doggya 2014. 11. 30. 21:52

 

***

온갖 빛깔 낙엽을 한 점 한 점 허공에 날려버리는 바람은

태양을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 자취도 주소도 남기지

않는다

세월은 그렇게 흔적없이 흘러간다

 

11월 마지막 날

부엌칼 자루밑둥으로 도마에 올려진 마늘 찧는 소리가

통통통 나는거 같고

바람은 불어 부엌 문닫이 돌쩍 소리가 삐거득 삐거득

들릴거 같은 옛 생각들을 떠 올리게하는

호젓하고 한적한 11월 마지막 일요일

고향에 따뜻한 쪽방같은 느낌이나는 이불속 배깔고

누워 밀린 신문도 보고 책도 보고

하루를 즐기고 있다

 

참 빠른 세월앞에 그저 숙연할 뿐이다

지나가는 것들은 다 바람이라고 하지만 어찌 스쳐지나간

바람만 있을까

가슴에 일어나는 바람은 형광펜처럼 지울수 없는

아픈일도 있고 지우개로 빡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되어 응어리로 남아있는 것도 많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절추절 오고 외마디 까치소리

깍깍나는 흐리고 비오는 날

글 쓰다가 피곤해서 새우잠을 자고

무엇을 생각하고 그 무엇에 대한 답도 없는 생각들이

부슬부슬 내리는 비처럼 흩어지고 만다

이젠 이 비가 스치고 나면 스쳐지나간 자리에

찬공기가 유입되겠지

따뜻한 목도리가 그립고 따뜻한 사람이 그리운 계절이

코앞에 다가 올거라고 생각하니

추운 냉기가 어깨를 움추르게 한다

 

곧, 한 해도 가고 또 한 해를 맞이하고 세월은 바람처럼

지나가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

겨울이란 체념된 시간속에 닫힌 마음 열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무지한 마음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길 기대해 본다

겨울! 즐기자 펑펑 눈이 오는 날을 생각하니

삭막한 겨울은 아니겠지.

 

2014년11월 30일

빨간도깨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