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도깨비의 누각(樓閣)

쓸쓸한 가을 내음

doggya 2015. 10. 17. 00:11

 

돌담을 넘나들며 연기가 흘러간다

저녁밥 짓고 군불 지피느라 굴뚝들이 연기를 뿜는다

고택( ) 마당에선 이른 낙엽을 태운다

맵싸하고 구수하다 가을 내음이다

낮게 기운 햇살이 연기를 뚫고 빛내림을 한다

나른하고 아련하다

얼를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다

어려서 동네를 쏘다니며 지치도록 놀던 때처럼

어머니가 문앞에 나와 이름을 부르며 "밥 먹어라"

외치는 소리가 환청으로 맴돈다.

ㅡ글 오태진. 사진 이철원

 

오늘 아침은 유난히 까치 소리가 정겹다

가을 익어가는 공기도 좋고

너울너울 기어 오르는 가을 햇살이 창문에 짝 달라

붙는다

부엌문 돌쩍 소리 삐그~득 하며 부엌으로 들어서는

어머니 뒷모습이 아련히 아련히 햇살처럼

피어나는 아침이네.

 

2015년 10월 15일

빨간도깨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