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몇 해 동안 베에토벤은 극장과 관계를 맺게 되나, 이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1801년에 그는 비가노(Salvatore Vigano)의 발레 '프로메테우스의 창조(Die Geschoepfe des Prometheus)'를 위한 총보를 완성하였다. 2년 후에는 당시 비인 가극장(Theater an der Wien)의 흥행주였던 쉬카네더(Schikaneder)의 고전적 주제에 의한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는 계약을 제의받는다. 두 세개의 완성된 숫자들을 보면 쉬카네더가 경영직에서 해고되고 계약이 무효화되기 전에 베에토벤이 이미 작업에 착수했음을 알 수 있다.
계약의 파기는 베에토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로서, 그는 쉬카네더의 대사들이 '우리 비인의 사과장수 아낙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음 해에 새로운 경영진이 그와 계약을 맺었을 때에는, 그것은 대체로 지금은 거의 잊혀진 오라토리오 '올리브산의 그리스도(Christus am Oelberg)'의 힘에 의한 것이며, 이 곡은 그의 1, 2번 교향곡과 3번 피아노 협주곡과 함께 베에토벤의 작품만으로모두 채워진 연주회에서 연주되었다. 1804년에는 대부분의 전기작가들이 베에토벤의 발전의 이정표로 간주하는 3번 교향곡의 완성을 보게 된다.
그것은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다. 그것은 전례 없는 규모와 더불어 예술을 통해 인간의 의지를 경이롭게 주장한 교향곡이다. 이 작품은 베에토벤의 영웅 가운데 하나였던 나폴레옹에게 헌정되기로 되어 있었으나, 나폴레옹이 황제를 참칭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베에토벤은 헌정사를 지워버렸다.
그의 공화국에 대한 원칙들이 유린당하자, 베에토벤은 "한 영웅을 기억하며"라는 말을 대신 써 넣었다. 그 때부터 계속하여 대작들이 꼬리를 잇고 쏟아져 나왔다. 베에토벤이 소위 말하는 "걸작의 숲"을 걸어간 이 때 쏟아져 나온 작품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은 "열정(Appassionata)"로 알려진 작품 57, 바 단조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 58, 사 장조의 피아노 협주곡, 세 곡의 라주모프스키(Razumovsky) 현악 사중주, 작품 60의 4번 교향곡, 작품 61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있다.
이 시기에는 또한 그가 작곡한 유일한 오페라인 피델리오(Fidelio)가 속해 있는데, 이는 J. N. Boully의 희곡 "Leonore, ou L'Amour conjugal"에 근거한 요제프 존라이트너(Joseph Sonnleithner)의 대본에 의해 1805년의 겨울 시즌 을 위해 작곡된 것이다. 이 희곡은 감옥에 갖힌 남편을 구하기 위하여 소년으로 위장하는 여성을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음악화하면서 베에토벤은 이와 유사한 "구출" 오페라를 작곡하였으며 베에토벤 자신이 높이 존경한 음악가인 케루비니(Cherubini)의 영향을 받았다. 피델리오는 처음에는 그리 대단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아우스테를리츠(Austerlitz) 전투 이후로 비인을 점령한 프랑스 군대의 진주로 인해 대부분의 비인 시민들이 극장에 가길 꺼려했기 때문이다.
갖은 어려움 끝에 베에토벤은 다음해 봄의 재상연을 위하여 슈테판 폰 브로이닝(Stephan von Breuning)이 수정한 대본에 따라 일부분을 개작하도록 설득된다. 이번에는 이 오페라는 두 번 공연되었으며, 베에토벤이 극장측과 다툰 이후에 격노하여 그의 악보를 걷어 가는 일만 없었으면 더 오래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8년이 지나서야 베에토벤 자신과 새로운 대본가 트라이츄커(G. F. Treitschke)에 의해 대폭 수정된 피델리오가 다시 비인의 무대에서 공연되었으며, 이로부터 독일 가극장의 고전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베에토벤은 이후에 오페라에 대한 많은 구상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었으나 그 어느 것도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그의 작품은 보통 3기로 나누는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제1기 1786~1803]
초기의 작품으로서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을 받은 때다. 교향곡 제1,2번이 이 시기의 작품이다.
[제2기 1804~1816]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독창적인 시기이다. 교향곡 제3번에서 제8번까지의 작품이다.
[제3기 1817~1827]
초인간적인 최고의 예술인데 영감의 창작기이다. 청각을 거의 잃어버린 이후의 감각을 초월한 시대의 작품을 보였다. 이 무렵의 작품으로는 교향곡 제9번 등이 있는데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음악사상 최고에 속한다.베토벤이야말로 많은 유산을 우리 인류에게 남겼다고하겠습니다.
베에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전32곡)
베토벤은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 이것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음악 가운데 가장 방대하고 위대한 유산이다. 비록 최만년에 소나타를 작곡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의 전생애에 걸친 작곡양식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32곡의 소나타 중 어느 한 곡도 그 수준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곡은 없지만 그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세 곡은 '3대 소나타'라고 불리는 8번과 14번, 그리고 23번이다. 이들은 각각 '비창', '월광', '열정'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8번을 제외하고는 작곡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붙여진 이름이며 상업적인 냄새도 풍기고 있지만 이렇게 훌륭한 곡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베토벤을 진정한 낭만주의자라고 평가하는 근거는 평생동안 끊임없이 추구한 새로운 양식에의 시도에 있다. 교향곡에 스케르초를 도입한 것이라든가, 5번 교향곡에서 같은 리듬의 주제를 전곡에 걸쳐 집요하게 다루는 모습과, 주제를 전개시키고 발전시키는 천재적인 솜씨, 피날레에 느닷없이 끼어드는 스케르쪼의 동기, 합창을 도입한 교향곡, 3번 교향곡의 피날레에 등장한 대규모의 변주, 독주악기의 카덴짜로 시작하는 협주곡등등, 그가 시도한 새로운 양식은 수도 없을 정도이다. 피아노 소나타도 예외가 아니어서 '3대 소나타'라고 불리는 소나타들 중 정형적인 소나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23번 하나 뿐이며, 8번과 14번에는 당시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이 이루어지고 있다.
Piano Sonata No. 9 in E Major, Op.14-1
매우 명쾌한 형식으로 쓰여진 곡이다. 제 2악장 알레그레토는 느린 악장과 스케르초를 겸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베커는 이 악장에서 작품 90의 소나타를 예견하고 있다.
음악 양식으로서의 소나타
서양음악의 작곡기법과 형식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하나를 꼽는다면 그것은 '소나타(Sonata)'가 될 것이다. 이는 성악곡에 반대되는 기악곡을 통칭하는 말로 우리가 접하는 고전음악의 적어도 절반 이상이 독주악기나 관현악이나, 실내악을 위한 기악곡들이며, 이것들은 모두 큰 의미의 '소나타'다. 이것이 피아노와 같은 독주악기를 위한 경우에 우리는 그대로 '소나타'라고 부르지만 그외의 경우에 '교향곡'이라고도 부르며 '현악 사중주'라고도 하며 '협주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컨데 '소나타'라는 것은 빠르고 느린 몇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작품을 일컫는 것이다. 작품으로서의 소나타 이외에 악장의 작곡양식으로서의 '소나타'가 있다. 어떤 음악에 대해 설명할 때 '1악장, Allegro, 소나타형식'과 같은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 소나타들의 첫 악장은 거의 예외없이 소나타형식을 취하고 있다.
피아노와 같은 독주악기를 위한 소나타는 3악장의 구성이 흔하지만, 실내악이나 관현악을 위한 소나타 (현악사중주곡, 교향곡)는 4악장의 구조가 많은데 이 경우 세 번째 악장은 짧은 무곡이 삽입된다. 위에서도 언급됐듯이 소나타의 첫 악장은 소나타형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소나타형식이란 어떤 것인가.
소나타 형식은 비교적 빠른 템포를 취하여 크게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혹은 도입부, 발전부, 재현부)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제시부에서는 제 1주제가 으뜸조로 나타나며 이 주제의 조성을 곡의 조성으로 본다. 제 1주제는 조성에 관계없이 활기차고 생기있는 느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주제가 제시되면 그 선율과 화성을 소재로 하여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경과구가 나타나게 되고 이어서 2주제가 시작된다. 2주제의 조성은 1주제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1주제의 으뜸조에 대한 딸림조나 관계장조(1주제가 a단조였다면 2주제는 C장조가 된다는 식으로)로 나타나게된다. 또 하나의 특징은 활기있는 제1주제에 비해 2주제는 서정적이고 '한 숨 돌리는 듯 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고전파시대의 소나타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이러한 특징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개부는 제시부에 포함된 소재들을 음악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부분이다. 1주제의 화성, 2주제의 화성, 경과부의 선율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다양한 조성이 등장한다. 대위법적인 기술이 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현부는 제시부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 2주제의 조성이 제 1주제와 동일하다.
음악의 오묘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대조적인 분위기와 상이한 - 실제로는 종속적인 - 조성을 가지는 두 가지의 주제가 발전부에서의 복잡한 전조를 거듭하여 그 음악적인 갈등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에 동일한 조성을 가지는 두 가지의 주제로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때에는 분위기마저 흡사하다. 대립하는 두 가지 사상이 갈등을 겪은 후에 융화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섭리가 아닐까? 음악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깊이있고 도덕적이며 건전한 것이라는 것을 여러 작곡양식을 통해 증명할 수 있지만 소나타형식은 가장 쉽고도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악장은 통상적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지는 느린 악장이다. 조성은 소나타형식의 1,2주제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1악장의 딸림조 혹은 관계장조이며, A-B-A의 세 도막형식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다. A부분은 아름다운 선율이 가요풍으로 노래되고, B부분은 딸림조로 전조되어 다소 폴리포닉 (몇 개의 선율선이 겹쳐져서 진행되는 양식)하게 진행된다. 되돌아오는 A부분은 첫 머리보다 화성적인 구조가 약간 복잡하다. 소나타형식의 2주제와 마찬가지로 '한 박자 쉰다'는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 악장에는 론도형식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템포는 첫 악장보다 훨씬 빠르고 주제의 동기는 짧고 간결하다. 론도(Rondo)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주제를 끼고 몇 가지의 다른 경과부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형식을 말하는 것이다. 경과부와 경과부사이에는 반드시 주제가 삽입되며 직접 다음의 경과부로 넘어가는 일은 없다.
소나타를 구성하는 악장들은 전체적으로 변증법적인 구조를 지닌다. 대립되는 성격의 악장이 2개 연속하여 등장하고 종악장에서 갈등은 해소된다. 요컨데 정-반-합이다. 악장을 구성하는 소나타형식과 같은 원리이다. 이처럼 합리적인 곡의 구성은 가장 많은 작곡가들의 공감을 일으켰고 서양음악의 '주류'로 자리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