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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doggya 2010. 3. 4. 22:12

 

 

평생 한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그는 벙어리다. 비록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사람의 말

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

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옆집에 살았다.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그

녀는,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

 

 사실, 그는 정말 친오빠 같았다. 그녀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함께 놀아주고, 그녀의 시시콜콜한 말들을 웃으면서 끝까지 들

어주었다. 그는 손짓으로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그녀는 그의 눈

빛을 읽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그가 자신

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느덧 그녀는 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자청해서 돈을 벌어 그

녀에게 꼬박꼬박 등록금을 보내주었고, 그녀도 그 돈을 거절하

지 않았다.

 

 그리고 4년 후, 대학을 졸업해 어엿한 직장인이 된 그녀는 어

느 날, 확신에 찬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오빠, 나 오빠랑 결혼할 거야!"

 

 이 말을 들은 그는 무척 당황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이후

로 그녀가 아무리 애원을 해도 만나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집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오빠는 내가 오빠를 동정한다고 생각하지? 오빠에게 보답하

려 한다고 생각하지? 아니야. 난 어려서부터 오빠를 사랑했어."

 

 하지만 그는 문을 굳게 닫아둔 채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그는 다른 사람을 통해 그녀의 입원소

식을 전해 들었다. 놀란 그는 헐레벌떡 병원으로 뛰어갔다.

 병상에 누워 있던 그녀는 그를 보더니 말없이 눈물만 흘렀다.

 

 의사는 그녀의 목구멍에 종기가 생겼고, 잘라낸다 하더라도 성대

가 망가져 다시는 말을 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그는 울컥 솟아

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마침내 그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은 손짓으로, 글씨로,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다. 그들은 이웃

에 있는 모든 부부와 연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저 두 사람은 정말 천생연분이야."

 

 하지만 하늘도 두 사람의 사랑을 질투햇던 걸까. 어느 날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위로하려고

찾아왔다. 울다 지친 그녀는 멍한 눈으로 그의 초상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고, 사람들은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머뭇

거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먼저 가버렸으니, 이제 비밀을 밝혀도 되겠군요."

 

 그녀는 목소리를 잃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 한마디를 끝으로 그녀는 두 번 다시 말을 하지 않았고, 얼

마 지나지 않아 그를 따라가기라도 하듯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오직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순간뿐이다.

-드러먼드(Henry Drummond, 영국 종교사상가)

 

 

출처 : 내 삶에 큰 힘이 되는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