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면, 사랑이에요
부유한 상인이 있었다. 그는 낙타의 등에 비단을 잔뜩 싣고
전국 각지를 누볐다. 그가 끝없이 긴 낙타 행렬을 거느리고 지나
갈 때마다 사람들은 부럼움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상인은 전
혀 기쁘지 않은 듯 늘 무표정했다.
이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저 거만한 표정 좀 봐. 쳇! 돈이 많으면 다야?"
"아니면,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못 벌어서 심술이 났거나!"
한편, 매일 혼자 산에 올라 땔감을 구하는 젊은 나무꾼이 있었다.
도끼와 지게만이 그의 유일한 재산이었지만, 나무꾼은 늘 웃음 띤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는 항상 행복했다.
어느 날 상인과 나무꾼은 산에서 마주쳤다. 같은 마을에 사는
그들에게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
나무꾼이 먼저 상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요즘도 장사 잘 되시나요?"
"늘 그렇지, 뭐. 특별한 건 없어. 그나저나 자네는 오늘도 즐
거워 보이는구먼!"
상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힘없이 대답하고는 옆에 있던 바위
에 앉았다. 나무꾼도 지게를 내려놓고 그 옆에 앉았다. 두 사람
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기만 했다. 그러다가 상인이 먼저 말
문을 열었다.
"정말 모로겠네. 자네는 가난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즐거울
수 있나? 혹시 엄청난 보물이라도 숨겨놓은 건가?"
나무꾼은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저씨는 재산도 많으
면서 왜 매일 그렇게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죠?"
"부자이면 뭘 하나. 돈 때문에 가족들의 싸움이 끊일 날이 없
는 걸. 식구들은 어떻게 하면 재산을 더 늘릴까 하는 생각뿐이
야. 나에게 진심을 보여준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물론 내가 집에
들어가면 웃는 얼굴로 반기기는 하지. 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
나를 보고 웃는 건지. 아니면 내 돈을 보고 웃는 건지. 그래서
나는 항상 기댈 곳 없이 고독하다네. 내가 재산이 많다고 해도
가끔씩 내 자신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나는 언제쯤 진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상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던 나무꾼이 말했다.
"아저씨에게 그런 속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가진 게 아
무것도 없는 저도 늘 이렇게 행복하기만 한데..... 제가 행복한
이유를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상인은 갑자기 활기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인데, 아저씨
를 위해서 특별히 말씀드릴게요. 사실, 제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있답니다."
상인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보물? 어떤 보물?"
"그건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관련이 있어요."
"그래? 그럼 자네에게 현명한 아내가 있겠구먼."
"아니요, 없어요.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한 걸요."
"그럼 머지않아 결혼할 약혼녀가 있는 것이 분명해."
상인이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아니요. 저는 약혼 같은 걸 한 적도 없어요."
"수수께끼 그만 하고 얼른 이야기 좀 해보게. 자네의 보물은
뭐고, 사랑하는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건 또 뭔가?"
"그 보물은 어떤 예쁜 아가씨가 저에게 준 거예요."
"어떤 보물이기에 자네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었나? 번쩍번쩍
빛나는 약혼선물인가? 아니면 달콤한 키스였나?
그것도 아니면.....?"
나무꾼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예쁜 아가씨는 저하고 한 마디도 대화를 나눠어 본 적이 없
어요. 게다가 그녀는 3년 전에 이곳을 떠났죠. 그런데 그녀가
막차를 타고 떠나려는 순간.........."
나무꾼은 그 때를 생각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어쨌는데?"
상인은 나무꾼 옆에 좀더 바짝 붙어 앉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가 저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눈빛을 던졌어요! 그 눈빛
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행복했죠. 그건 바로, 저를 행복하게 만드
는 '영원한 순간' 이라는 보물이죠."
상인은 행복한 회상에 잠긴 나무꾼의 표정을 보면서, 그동안
자신이 간과하고 있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진정한 부자는 바로 내 옆에 있었구나. 그리고 돈만 쫓아다니
는 나는 명실상부한 빈털터리리이고 말이야.'
사랑. 오직 이것에 의해서만 일생은 버텨지며, 전진을 계속한다.
- 투르게네프(Ivan Sergeevich Turgeney, 러시아 소설가)
출처 : 내 삶에 큰 힘이 되는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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