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
무릇 위대한 일의 기원에는
반드시 여자가 있다.
-마르티스(프랑스의 시인)
하나님은 하늘과 땅, 식물과 동물을 만든 후에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남자에게는 넓은 들판에 오두막집을 지어주고,
여자에게는 강가에 작은 초막집을 지어주었다. 또 그 두 집 사이
에 조그만 오솔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에게 이 세상을 볼 수 있는 빛은
주지 않았다. 때문에 세상에 처음 태어난 남자와 여자의 눈꺼풀
은 닫혀 있었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여
자도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여자와 남자는 집 주위에 오솔길이 있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고 누
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서 그 오솔길 끝에 자신들의
상대가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나님은 성인이 된 남자와 여자가 점점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
았다. 이제 곧 남자와 여자 중에 하나가 상대를 찾아갈 것 같았다.
하나님은 누가 먼저 상대를 찾아갈 지 궁금했다.
그러나 세상 만물을 돌봐야했던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만 지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또 하나님도 잠을 자야 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하나님은 많은 생각 끝에 오솔길에 나뭇잎을 뿌려 놓았다. 나
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누가 먼저 오솔길로 걸어 나
오는지 금방 알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가 무척 고팠던 여자가 두꺼비 한 마리를 잡
았다. 두꺼비는 살아남기 위해 여자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여자는 두꺼비가 뱉은 침을 닦다가 그만 날카로운 새끼손톱에
눈까풀을 찔리고 말았다. 그 바람에 여자는 깜짝 놀라 눈을 뜨게
되었다.
처음으로 눈을 뜨게 된 여자는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놀랍기만
했다. 밝은 햇살, 아름다운 꽃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나무
들, 그리고 갖가지 동물들이 평화롭게 뛰노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여자는 남자기 있는 곳으로 가는 오솔길도 보게 되었다. 오솔
길에는 바싹 마른 나뭇잎이 깔려 있었다. 눈치가 빠른 여자는 하
나님이 그 나뭇잎을 깔아놓았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다.
꾀가 많은 여자는 강가에서 물을 길어와 오솔길에 뿌리면서 걸
어갔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므로 하나
님은 여자가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오솔길 끝에 다다른 여자는 마침내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여
자는 손톱으로 남자의 눈꺼풀도 열어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을 보게 된 남자도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미 성인이 된 남자와 여자는 그날 밤 깊은 사랑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하나님은 늦잠을 자지 않습니다. 하나님에게 들키면 우리는
큰 벌을 받게 됩니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늘밤
에는 당신이 우리 집으로 오세요."
여자는 다시 오솔길에 물을 뿌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서 너무 기뻤다.
남자는 어서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해가 지고 밤이 되자 남자는 오솔길을 달려갔다. 남자
는 여자처럼 나뭇잎이 깔린 오솔길에 물을 뿌리지 않고 그냥 달
려갔다.
잠을 자고 있던 하나님은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하나님은 오솔길을 달려가고 있는 남자를 불렀다.
"얘야, 지금 어디를 가느냐?"
"······."
남자는 하나님에게 혼이 날까봐 대답을 망설였다.
하나님이 남자에게 호통을 쳤다.
"사랑의 욕망에 먼저 굴복한 것이 바로 너로구나. 앞으로도 영
원히 그러하리라. 남자가 먼저 여자를 찾아갈 것이고, 여자는 남
자가 사랑을 애원하길 기다릴 것이다."
"하나님,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여자가 먼저 너를 찾아오기
라도 했단 말이냐?"
"그 그게······."
남자는 사실을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하나
님에게 벌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무런 대꾸 없이 순순히 하나님의 명령에 따르기로 했
다. 그 후로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게 되면, 남자가 먼저 사랑
고백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출처 :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복 (박정혜 엮음)
쇼팽의 즉흥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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