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동태 두 마리

doggya 2010. 5. 26. 11:25

 

 

동태 두 마리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3남매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되기를 다짐하며

사는 부부였다. 부부는 새벽같이 가게문을 열고 밤 늦은 시간까지 장

사를 했다. 그 가게는 생선과 야채를 함께 팔았는데, 특히 겨울철에는

동태가 인기가 있어 잘 나갔다.

 

 그날도 어김없이 이른 새벽에 가게 문을 열고 생선과 야채를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을 했다.

 추운 겨울날이라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남편은 가게 앞의 눈을 치우고 거리의 눈을 쓸기 시작했고, 아내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쓸 경황이 없었다.

 그때,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여보!"

 안으로 들어갔던 아내는 황급히 가게로 나와 남편 쪽을 바라봤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요."

아내를 발견한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 여기에 동태 몇 마리 내놨어?"

 "열 마리 내놨는데요. 왜요?"

 아내의 말에 남편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내가 동태 한 짝에서 우선 10마리만 떼어냈었잖아?"

 "예, 그거 다 내놨어요."

 아내는 새삼스러운 질문을 한다며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남편

은 가게 밖에 벌여놓은 동태를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동태가 여덟 마리밖에 되지 않아."

  "어, 이상하다. 내가 분명히 열 마리를 내다 놓았는데···."

 아내의말에 재차 확인한 남편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아내 역시

근심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여보, 당신이 눈 치우러 간 사이에 누가 동태 두 마리를 훔쳐 갔나

봐요."

 아내의 말에 사태를 직감한 남편은 모자를 쓰며 말했다.

 "당신은 여기 있어. 내가 찾아볼께."

 "아니에요. 저도 찾아볼께요. 당신은 저 쪽으로 가세요. 난 이 쪽으

로 갈께요."

 그리고 부부는 각각 흩어져서 동태를 훔쳐간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매서운 바람이 계속해서 부부의 얼굴을 때렸고, 잠시 주춤했던 눈

발이 다시 흩날리고 있었다.

 부부가 흩어져서 동네를 뒤지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흘렀지만, 부

부는 끝내 도둑을 잡지 못하고 가게로 돌아왔다.

 잘 살아보려고 먹을 것, 입을 것 아끼고 살던 부부에게 동태 두 마리

는 무척이나 큰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가게에서 파는 물건 한번  먹어

본 적 없고, 생선을 팔아도 찌개 한번 끓여준 적이 없었는데···. 그런

동태를 누가 훔쳐갔으니, 부부의 심정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

 가게 앞에서 허탈한 표정의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여보, 아무래도 도둑을 잡기는 틀린 것 같아."

 "왜, 우리같이 없는 사람의 물건을 훔쳐가는지 모르겠어요."

 아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았다.

 남편은 아내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동태가 먹고 싶었으면, 이 새벽에 남의 물건을 훔쳤겠소.

우리가 이해합시다. 그만 잊어버려요."

 남편의 말에도 아내는 마음의 앙금이 가시지 않는 듯

 "하지만···."

 "그만 해요. 잊어버립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동태찌

게 한번 해주지 못했구려. 오늘 아침은 아이들에게 동태찌게나 끓여

주지 그래요."

 "두 마리 도둑맞은 것 보충할려면, 전보다 더 많이 팔아야 하잖아

요."

 아내의 말에 남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너무 우리만 알고 산 것 같소. 동태 두 마

리 훔쳐갈 만큼 어려운 사람도 있는데. 우리만 잘 살겠다고 주위를 돌

아본 적이 한번도 없지 않소."

 남편의 말에 아내의 볼은 발그레하게 상기되었다.

 "당신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랬네요. 어쩌다 우리가 동태 두 마리

때문에 온 동네를 다니며 도둑을 찾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동태 도둑이 우리에게 우리를 돌아볼 기회를 준 것 같소. 이제

부터는 동태 도둑님이라고 불러야 겠네."

 하며 너털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그날 아침, 부부와 그들의 자녀 3남매는 따끈따끈한 동태찌게를 맛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맛보는 맛있는 찌개에 환호성을 질

렀고, 부부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나누었다.

그 다음날부터 부부의 가게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부부는 일

부러 가게 앞 후미진 곳에 매일 새벽 다른 물건을 갖다 놓았다. 동태,

쌀 한 봉지, 파 한 단, 라면 몇 개 등. 그 물건들은 없어지는 날도 있었

고, 또 그대로 있는 날도 있었지만 부부는 없어지지 않으면 그 물건값

만큼을 매일 저금을 했다. 또 그런 날이면 덕분에 아이들은 매일 맛있

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부부는 이제 구멍가게가 아닌 커다란 슈퍼를 운

영하게 되었다. 살림이 넉넉해져도 부부의 이우사랑은 그치지 않았

다. 이젠 물건을 내놓는 대신에 한 달 벌이의 일정액을 떼어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손님 손님!"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에 남편이 뛰어나왔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아니, 한 손님이 물건을 사고 봉투를 놓고 갔지 뭐예요."

 아내의 손에는 흰 봉투가 들려 있었다.

 "아니, 그걸 주인 찾아주지 않고 뭐하는 거예요."

 "아니, 찾아주려고 했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버려서요."

 남편은 옷을 껴입으며 말했다.

 "여기 있구려, 내가 찾아주고 올 테니."

 "아니에요. 같이 찾아봐요."

 아내와 남편은 흩어져서 동네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에서

도 그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부부는 허탈한 마음으로 슈퍼에 돌아왔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숨을 몰아쉬는 아내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그 봉투 좀 줘보구려. 신고라도 해야겠소."

 봉투를 건네받은 남편은 봉투의 속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한

장의 편지와 함께 거액의 수표가 들어있었다.

 "여기 편지가 있으니 누군지 찾아줄 수도 있겠는 걸"

 남편은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10년 전 동태 두 마리를 기억하시는지요. 사업에 실패하고 배고

파 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먹여주고 싶었지만, 그 땐 한 푼도 없

는 무일푼이 신세였습니다. 도둑질이 나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

도 자식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그때 제가 동태 두 마리를

훔쳤습니다. 당신 부부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는 것을 몰래

홈쳐볼 땐 정말 괴로운 심정이었습니다. 그 후로 가게 앞에는 쌀

이나 라면이 놓여 있더군요. 그걸 가지고 가면서 정말 이제는 열

심히 살아야지, 하면서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먹고 살

만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들은 돈, 얼마 되지 않지만 그때의 동

태와 라면 값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

송합니다.

 

 

 편지는 그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편지를 다 읽은 남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고, 아내는 말없이 남

편을 바라보았다.

 "여보! 우리 동태 도둑님이 주신 돈이구려. 이 돈이면 얼마 간 가난

한 이웃에게 따뜻한 밥을 먹일 수가 있겠구려."

 남편이 말에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다음날 아침, 그 동네의 가난한 이웃들은 익명의 기탁자가 준 쌀

과 고기를 받아 아침상을 준비했다.

 

 

출처 : 나를 키운, 내 영혼의 진주(박태희)

 

 

                  뱃속이 환한 사람 /박문옥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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