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 이틀만이다 / 김진학 더운 실내온도에 그녀가 옷을 내린다 숨이 막힌다 30분을 가사상태에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가위눌렸다고 부르지 악몽까지, 유리창 너머로 겨울이 떨어진다 ‘다 왔습니다.’ 택시를 탈 때마다 거스름돈 500원 이하는 받지 않았는데 100원이 모자란다고 인상을 있는 대로 쓰는 기사아저씨를 뒤로, 문을 닫는다 몇 군데, 표절한 논문을 심사해 달라고 가지고 왔던 제자교수의 얼굴과 택시기사의 얼굴, 악몽 속 여자가 선명하게 포개진다 내가 잘못 가르친 게지 날개를 단다 설렁설렁한 불빛을 막대처럼 휘저으며 사라지는 택시위로 날아본다 제자교수의 얼굴이 달아난다 나도 제자도 떠날 건데 표절이라니, 익숙한 골목엔 공허한 미련만 서성인다 달콤한 말을 할 줄 모르는 남편이 서운한 아내가 문을 연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말을 더듬거리는 내가 밉다 어느 늙은 여교사는 남편과 다툼을 해서 한 번도 진적이 없었다는데, 워낙 잔소리가 없는 아내는 그런 스토리도 없다 그녀는 날마다 내가 조금씩 덜어먹는 밥이다 교수에게나 변호사에게나 공평하게 취하게 해 주는데도 그놈의 술 때문에 아내 앞에서 더듬거리는 내가 밉다 퇴근길이 이틀만이다
퇴근길이 이틀만이다
2011. 2. 3.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