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는 봄에 새로이 태어나는 새 생명들의 예쁜 모습들 잘 보셨나요?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나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어요.
텐트 안으로 들어가니 구수한 냄새가 나는군요. 뭘까?
와 ~~ 만두다 ~~ ㅎㅎㅎ
만두를 그냥 보면 우리가 먹는 것과 비슷하지만, 속을 보면 거의 다가 고기였어요.
야채라고는 파가 조금 인사만 했을 뿐, 야채가 귀한 곳의 음식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전용 요리사의 음식 솜씨가 좋아서인지 맛은 참 좋았어요. 8개나 먹었는걸요. ㅎㅎㅎ
저녁 식사때가 되자 쥔장네 온 식구가 다 한 텐트에 들어 앉게 되었어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한 자리에 모여 가는 길에 샀던 보드카와 꼬냑을 마시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들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더군요.
말도 모르고 꿔다 놓은 보리자루 모양 앉아 있으려니 슬슬 잠이 오더군요.
로마에 가서는 로마식을 따라야 한다고 했던가요 ~~ 프라이버시가 어딨어 ~~ ㅎㅎㅎ
그냥 한 구석에 있는 침대에 돌아 누워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어요.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 보니 다른 침대에 쥔장의 따님.
그리고 바닥에는 내 운전사와 가이드가 자고 있더군요.
맑은 공기라도 좀 쐬 볼까 ~~ 하고 밖으로 나가니....
온천지가 하얗게 덮여 있는 거였어요. 아직도 눈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었구요.
왠일이니 ~~
눈이 오면 강아지만 좋아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줄 알았더니 송아지도 마찬가지더군요. ㅎㅎㅎ
밖으로 나가보니 온통 눈으로 덮였는데도 이른 아침부터 소들은 물을 먹으러 줄지어 나와 있었어요.
그리곤 여늬 때처럼 산으로 풀 뜯으러 가는 게 아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데리고 가는 사람도 없는데, 저희들끼리 질서정연하게 행동하는 걸 보니 참 신퉁하다는 생각이 들대요. ㅎㅎㅎ
이 곳의 생활은 매일 아침 동네에 한 군데 밖에 없는 공동 펌프장에서 하루 쓸 물을 길어 가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더군요.
펌프에선 24시간 물을 뿜어 올리고 그 물은 계속해서 통으로 흘러 들어가요.
가축 먹일 건 통으로 들어가고 사람이 쓸 건 펌프에서 나오는 파이프에서 받아 가지요.
전에 보았던 소의 눈은 참으로 가련할 정도로 순해 보였었는데, 이 녀석들의 눈은 소눈 답지 않게 너무나 날카롭게 보이네요.
물을 먹고 나면 제 할일을 다 했다는 듯 인도하는 사람없어도 슬렁슬렁 제 집으로 돌아가남자요.
우리도 쥔장 딸과 내 가이드와 함께 물을 길러 나왔어요.
남자라 해도 한 번에 이 정도 밖에는 가져 갈 수가 없으니 물이 금보다 귀하다는 제 말 이제 믿을 수 있겠지요?
이 할아버지도 힘들여 물통을 밀고 가고
가이드도 물을 1/3 은 이리저리 쏟으며 힘든 발걸음을 옮겼지요.
저도 한 번 밀어 봤는데, 울퉁불퉁한 길에서 이리저리 출렁이는 물통을 싣고 수레를 민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어요.
눈은 점점 더 오고 얼른 아침을 먹고는 눈이 더 오기 전에 산을 넘어야 한다고 하기에 서둘러서 출발을 했어요.
오늘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곳은 테렐지 국립공원이라는 아주 유명한 곳이에요.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의연하게 서 있는 야크에요.
털이 길고 두터워서 고도 4,000 미터가 넘는 추운 곳이 아니면 살지 못 한다는 짐승이지요. 그래서 그 털로 따뜻한 모직을 만든다고 하네요.
얘들의 털은 양털이나 염소털보다는 거세서 그런지 옷 종류보다는 담요등과 같은 직물을 짜는 데 주로 쓰인다고 해요.
이젠 점점 시야도 흐려지고... ㅠㅠ
길도 잘 안 보이고...
뭐, 어차피 길이 잇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나마 보이던 앞차 지나간 자리마저 눈에 묻혀 버렷으니...
계속 가야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느라 잠시 차를 세웠지요.
결국 조금 더 가보기로 결정을 하고 다시 출발 ~~
언덕을 조금 올라가다가 차가 미끄러져 할 수 없이 다시 뒤로 ....
그러니까 우리 차 바퀴 자욱 이외에는 눈 밭 밖엔 안 보이는 곳이고 자꾸 미끄러져서..... ㅠㅠ
앞뒤를 둘러 봐도 오가는 차는 하나도 없고...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는 곳이었지요. ㅠㅠ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정탐하러 조금 갔던 가이드가 돌아 오네요.
도저히 갈 수가 없다는 결론이었어요. 그럼 어떡한대요 ~~ ㅠㅠ
미끄러지며 빙빙 돌며 겨우겨우 운전을 해서 평지까지 내려온 후에 운전사가 가방에서 무얼 주섬주섬 꺼내네요.
혈압을 재는 기계였어요.
무척이나 긴장했던가봐요. 혈압이 오른 거 같다고 체크를 해 봐야 한다고 하네요. ㅠㅠ
하지만, 다행히도 혈압은 이상이 없었어요.
그냥 간만 콩알만 해쪗을 뿐 ~~~ ㅎㅎㅎ
결국은 다시 울란바토를 근처까지 나와서 다른 길로 접어 들었어요.
많이 돌더라도 포장된 도로로 가자는 생각이었지요.
흐유 ~~ 다행이다, 난 또 못 가는 줄 알았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가이드가 손짓을 하네요.
여기가 몽골에서 유일한 여자 형무소래요.
엥 ~~ 저 허술한 게 형무소에요? 나 같아도 금방 탈출할 수 있겠다.. ㅎㅎㅎ
통털어 죄수의 숫자는 300 명 정도라고 하네요.
사진이 안 나와서 올리지는 못 하지만, 남자 형무소의 죄수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하니 범죄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거기 있는 동안 혼자 여기저기 싸돌아 다녀도 전혀 위험하다는 생각을 안 해 봤어요.
눈발이 너무나 거세어져서 잠시 쉬었던 곳이에요.
여러분도 그 동안 사진에서 많이 보셧겠지요?
몽골의 불교는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비슷한 점이 참 많았어요.
이렇게 작은 돌을 쌓아 놓고 거기에 나뭇가지를 세워 실크를 걸어 기원하는 것도 그곳과 비슷하지요.
이 것의 이름은 어와 라고 하는데, 천은 주로 파란 색이 많아요.
그 이유는 파란색은 행운과 행복을 기원하는 거래요.
흰색은 정신적인 성장을 뜻하고.
노란색은 지혜와 지식을 뜻하는 거라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나타내는 색깔의 실크를 걸어 놓고 기도를 한다고 해요.
결국 이 것은 불교와 토속신앙의 결합체라고 해도 될 거 같아요.
언덕 밑에 있는 텐트에 한글이 씌여 있네요. 엉 ~~~ 한국사람 가게?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기념품을 쭉 늘어 놓고 팔고 있었는데 주인은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고 있었어요.
이거 골동품이에요. 아주 귀한 거....
그래요? 흠 ~~
여기서 맘에 드는 거 없으면 옆에 또 다른 가게 있어요. 거기 가 보세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ㅎㅎㅎ
아마도 한국에서 오래 머물었던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못 알아 듣겠지 하고 함부로 한국말 쓰다가는 망신 당할 수도 있을 거 같으니 나중에 가시게 되면 조심하셔요. ㅎㅎㅎ
잠깐 ~~ 잠깐 ~~ 차를 세워봐요.
저기 불독처럼 생긴 개가 한 마리 있어요.ㅎㅎㅎ
개가 엎드려 잇는 거 같지 않나요?
그런데 머리 부분과 따로 확대해 보니 개 같기 보다는 저팔계같다는 생각이 더드네요. ㅎㅎㅎ
이 테릴지산은 숲도 좋고 물도 좋지만, 이렇게 곳곳에 이상한 모양의 바위들이 많은 것으로 또 유명해요.
내일을 위해서 잠시 들렀던 강.
이 강은 흘러서 먼저 말씀드렸던 바이칼호수로 들어가는 톨강으로 들어가는 지류에요.
보통때는 차로 그냥 지나갈 수 있는데, 비가 와 강이 불어서 위험하다고 하네요.
바로 앞에 차는 겨우겨우 지나가고 있고. 오른 쪽 저 쪽의 차는 물에 빠져 꼼짝도 못 하고 있어요.
가는 길에 만난 야크 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내리는 눈발 때문에 힘들더군요.
이렇게 떼를 지어 집으로 돌아가는 야크떼는 멀리서 보면 마치 소떼들 같아요.
사실 얘들은 소과에 속하지요.
긴 털만 아니라면 그냥 소로 봐도 되겟지요?
가다 보면 이렇게 거대한 바위들 밑에 자리 잡은 관광객을 위한 텐트들이 많이 있어요.
바위를 등지고 세운 이유는 경치도 그렇지만, 날씨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아까 보신 어와 와는 달리 이렇게 나무에 매어 놓은 실크들도 기도를 위한 거지요.
주로 파란색 실크가 많은 걸 보면 사람들이 바라는 게 행복과 행운이 주로 기도의 내용이 되는가봐요.
우여곡절끝에 도달한 내가 앞으로 이틀을 묵을 텐트에요.
어젯밤 잤던 커다란 텐트보다는 작지만, 가구가 없어서 그런지 침대 4개가 들어가는 아늑한 곳이지요.
4개의 침대중에서 아무거나 골라서 잘 수 있으니 야호 ~~ 신난다 ~~
어느 걸로 고를까 ~~ 행복한 고민... ㅎㅎㅎ
가운데는 난로가 있고, 작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옷장이 잇어요.
여기 저기 앉아 보다가 결국은 오른 쪽에 보이는 침대를 골랐지요.
뭐 ~~ 어차피 혼자니 자다가 이리저리 옮겨 가면서 자도 되는 거긴 하지만... ㅎㅎㅎ
결국은 4개의 침대에 잇는 담요를 몽땅 끌어다가 덮을 정도로 새벽엔 추웠어요. ㅠㅠ
전에 말 했던 거 기억하세요?
내 가이드가 나뭇꾼도 된다고... ㅎㅎㅎ
오늘과 내일 뗄 나무를 준비하는 여자 나뭇꾼....
나무를 패는 걸 보니 꽤 해 본 솜시더라구요. ㅎㅎㅎ
그래도 힘들었는지, 결국은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어요.
오른 쪽에 앉은 사람은 이 곳에 상주하고 있는 쥔의 친구인데, 20대의 딸이 폐결핵에 걸려 이 곳으로 왔다고 하네요.
도시의 큰 병원에서도 포기했을 정도의 중증이래요.
그래서 공기 좋은 곳에서 두 모녀가 살고 있지요.
이 집 뒤쪽으로는 이렇게 나즈막한 언덕이 있고요.
텐트 옆에 있는 집은 이렇게 생겼어요.
오늘 밤 여기서 자겠냐고 했지만, 혼자 있는 게 편해서 그냥 텐트에서 자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 건물의 뒤쪽을 보니....
벽을 이렇게 소똥으로 발라 놓았더군요.
물론 그 속은 앞면과 같이 나무로 되어 있다고 해요.
겨울에 난방에는 이 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하네요.
겨울 동안 집을 따뜻하게 보온을 해주고 봄이 되어 말라서 떨어지면 주워다 음식할 때 연료로 쓴다고 해요.
이 정도이다 보니 똥을 멀리하고 살 수 없는 이 곳 생활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거 같네요. ㅎㅎㅎ
지난 번에 말씀드린 거 처럼 한 군데 화장실이 차면 그 옆에다 새로운 구멍을 판다고...
아직 화장실이 차려면 멀었지만, 여름에 손님이 많이 올 것을 대비해서 그 옆에 미리 다른 구멍을 파 놓았다고 해요.
에고 ~ 밤에 조심해야지. 똥보다 먼저 구덩이에 빠질라 ~~ ㅎㅎㅎ
아시는 분들은 제가 굴뚝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걸 알고 계시지요?
그렇게 많은 종류의 굴뚝들을 여기저기서 보았지만, 이거처럼 양동이를 달아 놓은 굴뚝은 처음 보는지라... ㅎㅎㅎ
조금 있다가 짐을 풀고는 뒷 언덕으로 올라가 동네를 한 번 둘러 볼까해요.
텐트 앞에 서서 바라 본 건너편 산이에요.
동네 할머니와 가이드가 물을 길러 가네요.
조 작은 통에 물로 낼까지 견딜 수 있을지..... 멀기 때문에 큰 건 못 가지고 온다고 하대요. ㅠㅠ
이러니 물이 금보다 귀하다는 말 이해하시겠지요?
잠깐 본 건물에 들어가니 요리사께서 차를 끓이고 있네요.
술태체.
집에서 짠 밀크에 러시아에서 수입한 그린티를 넣고 팍팍 끓이면 되지요.
동네 할머니가 만들었다는 간식을 먹어 보라고 가져 왔어요.
요거트에다 밀가루와 우유를 조금 넣고 틀에 넣고 국수처럼 빼서 끓는 물에 잠깐 데쳐 내어 말린거라고 하네요.
어찌나 딱딱한지 이빨이 부러지는지 알았어요.
뒤의 것도 우유로 만든 건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세히 물어 보지 못했어요.
달콤한 게 먹을 만 하더군요. 우유로 만든 간식을 9가지 먹어봤다고 한 말 이젠 조금 믿어지세요? ㅎㅎㅎ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도 반갑다고 먹을 걸 갔다 주는 이웃의 인심이 참 푸근하고 땨뜻하게 느껴지대요.
마치 우리의 옛날 시골 인심처럼요...
그리고 말은 안 통해도 미소와 손짓과 표정으로 서로가 충분히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해서 산 속에 사는 유목민들과의 생활이 시작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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