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도깨비의 누각(樓閣)

가을 냄새

doggya 2015. 8. 13. 00:18

 

잎사귀를 울리는 빗소리는 모든 소음을 삼키며

한층 더 고요하게 해 준다

만물의 기척이 살아진 나의 공간에는 은은한 불빛만이

미세혈관 속에 아늑히 녹아 가을 냄새나는 밤을

맞이하고 있다

 

입추가 지나고 오늘이 말복

습한 공기가 알몸을 휘감던 무더운 더위도 계절의 절기에

감쪽같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 순응에 다시금

감탄을 한다

사슴의 눈망울같은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이 느리게

켜는 첼로의 저음에 음파되는 비련한 고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을 냄새가 난다

 

 

달 뜰 때 핀다는 달맞이꽃 어두운 밤길을 노랗게 밝히던

여름 밤새 피었다가 아침 사이에 시든것처럼

그 긴 듯한 여름도 달맞이꽃처럼 시들어 간다

콜라병같은 몸매가 쭉 뻗은 막대처럼 날씬한 여름의

여체도 가을 타는 육신으로 갈아 입겠지

뜨겁지만 정열도 있고 매혹의 계절이 간다는 데

섭섭한 마음도 있지 않는가

 

저 멀리서 은은하게 퍼져오는 코끝을 꿀처럼 감싸도는

향기, 깨물면 흥건한 꿀맛같은 가을 냄새가

물씬하다

저 나직히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서늘한 바람타고

가슴에 달라 붙는다

가을 오는 소리가 쿵쾅쿵쾅 가슴에 도레질을 한다

가을!

의미있는 가을를 기대 해 본다.

 

2015년 8월 12일

빨간도깨비가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