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어느 저녁에 갑자기 내편이를 따라 태안에 다녀왔다.
세 시간 차를 타고 가서 한 시간 볼 일 보고 다시 세 시간 차를 타고 왔다.
가면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지만 기다리는 분을 생각하니 안 되더라.
쫄쫄 굶으며 도착한 태안의 펜션은 바닷물이 집 앞까지 차고 빠지면 갯벌이 된단다.
우릴 기다리며 낙지까지 잡아 오신 지인. ( 먹을 시간이 없어서 싸 왔다.)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숙소에 있는 무화과를 마구 마구 먹었었다.
토요일 내편이 혼자 다시 그 곳을 다녀왔는데, 일요 산행이 아니라면 같이 가서 하룻밤 자고 왔을거다.
무화과를 따서 보내시고 꽃게까지 잡아서 보내셨네. ㅎㅎ
시월에 놀러오라는 말씀에 마냥 마음이 부푼다.
산행만큼이나...^^
장거리산행에 장거리 운행에 걱정이 많지만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GO~~
나름대로 운동 열심히 했고, 앞자리에 앉고, 멀미약 챙기고...
"이만하면 만반의 준비 쥐?"
지리산 올 때면 들리는 산청 휴게소.
씩씩한 우리 일행들의 힘찬 발걸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가시가 있나 없나? ㅎㅎ
왜냐고?
며느리밑씻개는 가시가 있거등
첫 번째 쉼.
몸이 안 풀린 상태라 이때는 지옥이다.
난 꽃이나 풍경을 보며 힘듦을 감추려 한다.
여기서부터 천상의 화원으로 든다.
버스 팀과 조깅(?) 팀과 만난 곳.
법계사.
버스가 요기까지 올 줄 알았지만 한 참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아주 오래 전 지리터리인 줄 알고 찍었던 꽃.
오이풀꽃이다.
나랑 인연이 많은 지 지리산 올 때마다 지천으로 피었네.
벌써 단풍이????
처음 본 단풍나무.
물든 단풍나무...
자체발광 구절초...
"우리 구면 맞쥐? 그것도 서너번 본... 이제 윙크할 때도 되지 않았니?"
발바닥 아픈 너덜길이지만 자연을 잘 보존해서 감사하다.
난 이런 야생화랑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참 좋다.
그래서 넋 놓고 본다.
지나다 말 걸어도 모르면 자연에 빠진 줄 아슈..산님들...
용담.
널 처음 보고 가던 길 멈추고 아니 돌아 와서 찍었다.
위로 오를수록 많아졌지만 넌 이번 지리산에서 처음 본 용담꽃이다.
꽃피자마자 단풍드네.
사스래 나무도 자체발광 중.
겨울이면 내맘을 홀딱 빼앗아 가는 사스래나무.
갠적으로 자작나무보다 좋아한다.
아마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서일게다.
뭔 설명이 필요 해.
그냥 보셔유
그대가 걷는다고 생각하시고.
가아끔 뒤돌아 보면서...
무슨나무일까? 고개도 갸우뚱거리면서...
오이풀꽃과 쑥부쟁이가 어우러져 피었듯이 그렇게 사시와요.
"이건 뭐지?"
숙제도 생각해 두고...
한참동안 서서 올려다 보고, 둘러 보고....
천왕샘인데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다는 샘에 얽힌 뻔한 얘기도 화자를 생각해 끝까지 들어 주고...
막 부화할 거 같은 공룡알 바위를 보며 사진 찍지 않고 지나쳐 온 쌀바위를 생각하고.....(쌀바위는 물이 묻어야 선명하기에 패쓰~~)
조기를 오르면 정상이라는데까지 왔는데 서운한 감이 드는 건 왜지????
뒤따라 오는 우리 일행을 보고 반기며...
정상에 올라 인증샷~
먼저 온 일행들이 쉬는 모습을 보고, 가야할 길을 보고....
무리에 합류하기 위한 마음은 바쁘지만.....
한참을 둘러보다...
가는 길.
그 길은 천상의 화원이였슈~
내 전생이 지은 복이 많아 이런 절경을 보는가보우.
무종교면서 요런 생각도 하고...
여기 온 사람들마다 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참 귀한 사람들이구나...
그런 생각도 하고...
무슨 말이 필요 해.
입 다물고 풍경이나 보자.
알록달록 예쁜 가을이지만 다가 올 겨울이 아니 가는 세월이 아쉬워서 좋지만은 않더라.
투구를 닮은 투구꽃은 용사는 단 번에 죽을 각오로 전쟁에 임했다고 말해 주는 듯....
그러니 지금을 감상하시라고....
그리고 즐기시라고....
그래서 풍경 감상만 하리라...
세석평전에 다다르니 닳고 또 닳은 나무가 여전히 서 있다.
처음 저 나무를 봤을 땐 시커먼 그으름이 묻어 있었다.
바람과 비와 햇볕이 지저분한 것과 군더더기를 날리고 씻기고 태웠나보다.
간결하고 깔끔하게 그 자리에 있어 반갑다!
여명님이 찍은 꼬맹이님 사진이 궁금해지네..ㅋㅋ
이쪽 저쪽 기웃거리다 보니 아득히 가야할 길이 눈에 들어 온다.
가야할 길
지나온 길
"널 몇번 찍은 거니? 올때마다 찍었으니..."
구상나무 앞의 우리 일행들.
정상까지는 선두 그룹.
하산 때는 후미 그룹..
언제부턴가 내 산행 스타일이 됐다.
아마도 산에 오래 있고 싶어서일게다.
구상나무와 사스래나무
이번 산행에서 구상나무와 주목나무를 확실하게 구분하게 되었다.
어느 산님 덕분에....."고맙습니다!"
이것도 숙제..
자연재해로 쓰러진 나무를 이렇게 활용했네. "잘했슈"
난 깨끗한 길, 손질 된 길보다 이런 길이 좋다.
자연 그대로...
촛대봉이라는데 진짜 천상의 화원이었다.
조망도 좋고...
금줄 쳤지만 보존이라면 뭐 상관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멀리 세석대피소.
온 길을 뒤돌아 보며 ...
오이풀꽃과 이름모를 꽃을 찍고 하산길에 접어 들었다.
높고 유명한 산이 다 그렇듯 하산길은 너무 길었다.
좋은 풍경에 홀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더니...
스치는 조릿대에 뺨을 보호하기 위해 수건 뒤집어 쓰고...
햐~~
'발바닥 아포~'를 노래 부르며 터덜 터덜....
요기서 우리 일행을 만나고...보내고...우린 족욕을 했다.
우리란
불꽃님, 청곡님, 그리고 나 그네다.
국화도 아닌 것이 개망초도 아닌 것이....했던 꽃인데 미국쑥부쟁이란다.
이 꽃을 마지막으로 인간세계에 왔다.
지인이 보내 준 무화과를 먹으며 산행기를 쓰다.
다 못 쓰고 다음날인 아침에 또 쓰다가 못 쓰고 퇴근하고 운동 다녀와서 또 쓴다.
빡신 산행을 한것치곤 발 상태가 양호하다.
아마도 큰등산화 덕분일게다.
두겹 신발창 깔고 두켤레 등산양말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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