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함께 늙어가기

doggya 2011. 11. 17. 07:28


      함께 늙어가기 / 조세핀 김


      어릴 땐 참 부러웠다
      쭈글쭈글한 손 잡지도 않고
      1미터씩 떨어져 무관심한 척 걸어도
      삶의 공통점이 한눈에 보이는 노부부
      젊어서 남편을 잃은 엄마에게도
      저런 시간이 올 수 있을까
      결국 오지 않았다

      젊었을 땐 그런 것에 관심 없었다
      그런 건 잊고 살았다

      지금 다시 보니 참 좋다
      자식들 다 키워 놓고 세상사에서도 해방되어
      이젠 둘이 손잡고 세상 구경나서는 노부부들
      망가진 몸매도 나온 배도 상관없고
      바람에 날리는 하얀 머리칼은 멋을 더해 주고
      노안이 되어 주름살도 검버섯도 안 보인단다
      주책스런 짓도 애교로 보아 줄 수 있고
      모든 게 측은하게 여겨진단다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는데
      그렇게 함께 늙어 갈 사람이 있다는 건
      가을 단풍처럼 참 아름답다는 거다
      그리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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