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고향

doggya 2011. 10. 1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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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 조세핀 김


      꽃바구니 옆에 끼고
      산으로 들로 나물 뜯으며 한나절을 보내다
      배고프면 남의 밭 홍당무도 뽑아 먹고
      해 저물면 집 앞 개울가에서
      발가벗고 미역 감던
      어린 시절 그 시골이 고향인 줄 알았다

      미로같은 길도  손바닥같이 훤히 알았고
      친구들하고 떡볶이 먹으며
      재잘대던 학교 앞 문방구
      휴일이면 몰려다니던 한강 백사장
      미래를 위해 젊은 날의 꿈을 키우던래를 위해 젊은 날의 꿈을 키우고
      그 복잡한 서울거리가 고향이라 생각했다

      뒤늦게 찾아갔던 시골엔
      낯선 얼굴들만 무심한 얼굴로 스쳐 지나가고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 서울거리에선
      정 들었던 옛 친구들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옛 추억이 깃든 곳들이었지만
      정겨운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태어나서 자랐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곳보다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고
      생각나면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먼 기억 속의 신기루가 아닌
      지금 바로 이곳이 고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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