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미국 다른 지역들

8일간의 알라스카 크루즈 - 옛 광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doggya 2006. 3. 23. 09:11

5 (5 25일 화요일)

 

'때르릉 ~~~~, 때르릉 ~~~~"

기절을 하고 일어났어요. 놀라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얼른 수화기를 집어들고, 잠이 덜깬 소리로,

 

"He ..l...lo..u...u..."

 

Shore excursion 데스크에서 온 전화였읍니다.

 

어제 바꾼 Shore excursion 중에 취소한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못 가게 됐다는 거였지 뭐예요. 

아유... 실망....

 

에라 잘 됐다 하고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지만, 한번 깬 잠이 다시 오려고 하지 않더군요.  한참을  벼개와 씨름을 하다가, 일어나 어제처럼, 부페로 올라가 커피한잔을 들고 내려왔지요.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의 가능성을 이것 저것 찾아 봤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었어요. 

 

오늘은 정박지는 Skagway.

 

 

                              Skagway. 에 정박한 배의 앞부분

 

오가는 관광객빼고는 상주 인구는 모두 870 명인 작은 항구마을 이었읍니다.

옛날에는 알라스카 전체에서 아주 유명한 광산촌이라서 항상 사람들이 들끓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곳을 기점으로 해서 등산객들이 일주일씩 산속으로 하이킹을 가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마을 구경이나 다녀야 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느긋하더군요.

시간에 쫓길 것도 없고...

천천히 준비를 하고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는 배에서 내릴 준비를 했지요.

 

배에서 내리니 날씨는 흐리고 바람은 어찌나 부는지, 날아갈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비가 안 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부두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어디로 갈 것인가의 방향을 잡고 있었읍니다.

 

부두에는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밀려드는 버스에 나눠타고는 어디론가 다들 부지런히 떠나고 있었지요.

 

마침 배가 4대가 정박중이어서 아마 그 배들에서 쏟아진 사람만도 10,000 명을 넘었을 것이라고 추산을 하더군요. 

하여간 인산인해였어요. 

 

부두 바로 옆에는 나 처럼 늦장꾸러기를 위해서 조그만 상자같은 곳에 사람이 들어앉아서, Shore excursion 접수를 받고 있는 것이 보여 쬐끔 기대를 걸어봤지요. 

연어농장에서부터 허브가든에서의 티파티까지, 그리고 바다낚시에.... 등등

 

하지만, 사람들이 벌떼 같이 모여있어 언제 차례가 올지도 모르겠고 하여. 그냥 무시하고는 슬슬 걸어서 마을로 들어갔지요. 들어가면서 제일 눈에 띈 큰 건물에 있는 낯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지요.

 

 

"스타벅스 커피"

가운데 있는 건물이예요.

 

조금 가다보니,  옛날에 기차정거장이었다는 곳을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로 쓰고 있었어요. 

 

 

 

들어가서 지도도 한장 얻고, 또 근처에 짧은 시간에 하이킹 할 만한 곳도 안내를 받고는 나왔지요.

우선은 마을을 샅샅이 뒤져보기로 마음을 먹고는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 두리번.....

좌우 길을 따라서 맨 선물가게천지였어요. 그리고 가게에는 사람들로 벅쩍벅쩍. 

기념품 같은 건 사지 않는 버릇이 오랜 여행습관이라서 무시한채로 길을 가는데, 눈에 확띄는 작은 간판이 있었어요.

 

Shore excursion 50% OFF !!!!

 

이럴 수가 ???

 이건 놓칠 수가 없지요.

꼬딱지보다 조금 큰 구석방에 남자가 앉아 있다가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어요. 

우선 간판에 있는 것이 진짜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급선무였지요.

분명히 아까 배에서 내릴때 부두에 있던 하꼬방에서는 값이 두배였는데...

믿어도 되나 몰라......

 

아, 그런데 진짜로 반 값이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그럴 듯 한걸로 골라서 계약을 하고 나니 앞으로 1시간반의 여유가 있었습다.

 

아까 안내소에서 얻은 지도을 바탕으로 더듬어서 간곳은 근처에 있는 호수까지 가는 하이킹 코스였어요. 호수라고 해서 평지에 있는 줄 알았더니, 산위에 꽤 높은 곳에 있는 호수였답니다. 

 

 

산으로 올라가면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항구. 몇척의 배들이 정박할 정도 큰 항구예요.
왼쪽 구석에 나무에 반쯤 가려져 얼굴을 내민 배가 내가 탄 배예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가는 길은 상쾌하기까지 했지요. 다른 도시에서 온 국민학교 학생들 틈에 섞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기를 하면서 올라갔다 내려오니 차를 탈 시간이 다 되었더군요.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본 옛날 집 

 

지금부터 가야 할 이 코스는 밴을 타고 캐나다쪽에 있는 빙하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12명의 정원이 다 차 있었지요. 아마도 다들 나처럼 싼 건 좋아하는 모양이예요.

 

운전을 하던 백인청년은 여름이면 여기와서 일을 한다는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역사학석사과정에 있다는 아주 박식한 청년이었읍니다.

그리고 아주 미남이고....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면서 날씨는 5분마다 변했어요.

뿐만 아니라, 산이 높아서 인지 길에까지 구름이 깔려서 앞이 안 보일 지경인 곳도 있었지요.

중간중간에 서서 역사공부도 하고 경치도 즐기고, 멀리 산 중턱으로 관광객을 실은 기차가 산기슭에 바짝 붙어서 가는 것도 보고(이 기차는 내리지 못하고 타고만 있는 코스),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넘어서 빙하로 들어갔지요. 

 

 

                     산중턱을 가로 질러 달리는 관광열차.

 

길을 가다가 보니 길 양옆으로 키 큰  가로등같은 막대기 꼭대기에 깃발이 달려있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도저히 그 용도를 상상할 수가 없었지요.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겨울에는 길이 완전히 묻혀버리기 때문에 눈위로 달리는 차가 눈위로 겨우 나와있는 그 깃발을 보고 길을 안다고 하더군요. 아마 5미터는 족히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만큼 눈이 많이 온다는 거지요. 또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수비대는 실제로 국경에 있지를 않고 훨씬 미국쪽으로 내려와 있는 것이 의아했어요.  그 이유 또한 국경이 있는 곳은 너무 추워서 양쪽의 합의하에 미국쪽으로 한참 내려온 곳에 두었다고 합니다.

 

 

                         계곡을 가로 질러 놓인 구름다리

 

내려오는 길에 자기 맨션이라면서 집을 가르쳐 주는데, 그것은 근처의 캠핑장에 있는 조그만 텐트였읍니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방을 얻을 생각조차 못한다는 설명이었어요.

 

밑으로 내려오니 날씨는 화창하게 개이고 해가 반짝 나있었읍습다.

항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를 거쳐, 그곳에서 제일 오래됐다는 묘지를 구경하러 갔지요. 

도시의 외곽에 외롭게 있는 이 묘지는 한때 이 도시를 주름잡았던 갱단의 두목과 시장과의 권총결투에 얽힌 얘기가 흥미를 끄는 그런 곳이었어요. 

 

거의 100년에서 150년 묘지들을 보니 인생의 무상을 느끼겠더군요. 한눈에는 다가 죽은 사람들인데, 어떤 사람은 결투에서 져서 5년 먼저 죽고, 이긴 사람은 그 옆에 5년후에 묻히고.

지금 보면 아무 차이도 느낄 수가 없는 그 짧은 세월을 그때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더군요.

 

이렇게 해서 코스가 다 끝나고, 한사람이 5불 씩 팁을 주니, 친절하게도  배 앞에다 내려다 주더군요.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점심때가 된 모양이었어요. 하긴 그때까지 먹은 거라곤 아침에 커피한잔 밖에 없으니,

배에 올라 부페로 가서 점심을 맛나게 먹고는 또 부리나케 내려왔어요.

이번에는 마을의 반대쪽, 강건너를 구경해 볼량으로 무작정 걸었지요.

 

마을 옆으로 흐르는 강을 건너가니 산으로 올라가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가 있었어요.  길 양옆으로 피어있는 이름모를 야생화를 구경하며 전망대에 오르니, 눈앞으로 확트인 바다가 시원하게 느껴졌지요.

 

 

 

 

 

                  바닷바람을 맞고 희한하게 자란 소나무

 

 

                   어느집 마당 한 구석에 예술적으로 쌓아 놓은 장작

 

항구에 서있는 배와 다시 바다로 나가는 산으로 둘러싸인 만,  두둥실 떠 있는 구름하며,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읍니다.

 

마을로 다시 들어와서 철로에 서 있는 100 년전에 썼다는 제설차를 보았는데, 그것이 지금도 겨울에는 씌여진다고 하니, 자연앞에서는 문명도 그렇게 위력이 좋은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제설차의 앞과 옆에서 본 광경

조금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옛날에 유일하게 외로운 광부들을 달래주는 곳이었다는 술집을 옛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도 재미있었어요.

 

 마루밑에서 주웠다는 당시의 동전들을 전시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거길 돌아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큰 꿈을 안고 이 척박한 자연환경으로 흘러와서 나가지도 못하고 죽어갔을까를 생각하게 해주는 순간이었어요.

 

아침부터 얼마나 쏘다녔는지, 슬슬 다리가 아픈걸 느낄 수 있었지요.

배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는 잠시 누워 TV를 보다가 지루하여, 다시 카시노로 갔지요.

이번에도 지난 번과 같이 거금 1 불을 들고요.

 

아니나 다를까, 30초 만에 다 털리고는 어떤 아줌마가 동전을 통에 가득 넣고 다 털리는 과정을 옆에서 응원하며 같이 즐겼지요. 근데, 그게 참 사람으로 하여금 돈을 계속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더군요. 그 아줌마가 다 털리자 같이 일어나 바이바이를 하고는 헤어졌어요.

 

6시가 넘었는데도 해는 중천에 떠 있었어요. 

배가 10시에 출발한다고 하였는데, 아직도 사람들은 오르고 내리고 하느라고 분주한 모습들이 멀리 부두에 개미만 하게 보였어요.

 

저녁 먹기전에 칼로리를 좀 써야겠기에, 탁구대로 향했지요.  땀을 쭉 빼고는 부페로 향해 하루종일 많이 움직였으니까 .. 하고는 실컷 먹었지요,

아, 물론 케익 3조각 먹는 것도 빼먹지 않고요.

 

배가 떠나는 것을 보기 위해 갑판으로 나갔어요. 많은 사람들이 갑판에서 성성거리며 구경들을 하고 있더군요. 그 거대한 몸체가 매끄럽게 부두에서 떨어져, 몽을 날렵하게 한 바퀴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 나가는 것은 완전히 곡예처럼 보여ㅤ줬어요. 

 

기적을 울리자 사람들이 막 박수를 치더군요. 왜지???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나도 덩달아 손바닥이 아플정도로 열심히 쳤지요.

 

그곳에서도 혼자 떠 돌아다니는 지난 번의 캐나다 아저씨를 만나 인사를 했지요.

여전히 혼자더군요.

 

오늘저녁에는 댄스파티가 있다고 들었지만, 내일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사양하고 방으로 돌아와 일찍 11시에 잠을 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