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미국 다른 지역들

8일간의 알라스카 크루즈 -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빙하

doggya 2006. 3. 22. 02:52

4 (5 24일 월요일)

 

어제 달콤한 아침잠을 설치게 친절한 룸서비스의 커피를 사양하고  그 대신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는대로 부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려고 작정하고 실컷 잤지요.

 

일어나자 마자 부시시 대강 옷을 주워 입고는 배 꼭대기에 있는 부페로 갔습니다. 아무리 잠이 덜깨 마치 몽유병환자처럼 코 끝에 당기는 커피냄새 쫓아가는 상태라 해도 벌써 배에서 이틀을 살았다고 길을 잃지 않고 이번에는 잘 찾아갔지어요.

 

구석에 세워진 커피머신에서 큰 잔에 커피를 따라 우선 그 자리에서 반쯤 마시고는 다시 하나 가득 채워서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여기저기 흘리며 방으로 돌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방에 돌아왔을때는 2/3 밖에는 안 남아 있더군요.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항해코스를 보여주는 프로와 현재의 바깥 경치를 보여주는 채널을 번갈아 왔다갔다하면서 커피한잔으로 온몸의 세포들에게 기상명령을 내렸지요.

 

어제 이른 오후에  College Fjord 빙하를 떠난 뒤 줄곧 배는 남쪽으로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오늘은 아침 10시경에 거대한 Margarie Glacier 가 있는 Glacier Bay 로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1시부터는 베이 입구에 있는 국립공원관리소에서 파크 레인저가 배에 올라와서 알라스카의 자연과 알라스카의 동물들에 대해 강의를 할것이라고  했는데, 상당히 구미를 당기더군요.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일찌감치 서둘러 차비를 차리고는  한바탕 땀을 흘리러 Gym으로 향했읍니다.

트레드 밀에서 뛰면서 밖으로 스쳐가는 경치를 보니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배의 뒤로 멀어지는 경치를 향해서 뛰는 기분은 마치 뺑뺑이를 도는 다람쥐같기도 하고,  잡을 수 없는 것을 향해 기를 쓰고 뛰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답니다.

아니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제자리걸음하는 것과 도 같은 그런 묘한 기분이었지요.

날씨가 안 좋아 밖으로 나갈 수 가 없어서 인지 아니면, 어제저녁에 블랙타이 저녁에서 실컷들 먹고 살을 빼야된다는 각오들을 했는지, 어제보다는 Gym에 사람이 많았어요.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는 부페로 향했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점심들을 먹고 있더군요.  난 이제 아침인데......

간단히 식사를 끝내고는 덱으로 나갔어요. 물위로 둥둥 떠가는 얼음 조각들과 옆으로 지나가는 눈 덮인 산에 반쯤 덮인 안개에 감탄사를 몇번 발하다 보니 강의 들으러 갈 시간이 됐읍니다.

              

커다란 극장을 하나 가득 메운 사람들을 상대로 알라스카의 생태계와 캠핑시에 주의 할 점을 슬라이드와 함께 보여주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거기서 알은 한가지 경이적인 사실은 곰은 절대로 먼저 사람을 해치지 않는 다는 것이었어요.

 

 

                      내가 찍은 게 아니고, 강의에서 제공해준 사진

 

일례를 말해주더군요.

한 마을에서 2살난 남자아이가 실종됐대요. 온동네 사람을 총동원해서 며칠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서 곰한테 물려가 죽었다고 단정을 했다는 군요. 그러다 우연히 한 수색대가 산위에 있는 동굴에서 아이울음소리를 듣고 들어가 보니,  실종됐던 아이가 글쎄 아기곰들한테 둘려쌍여 있더라는군요. 그동안 엄마곰이 이 아이한테 젖을 먹여서 아이의 영양상태는 아주 좋았다고 하대요.

사람이 먼저 공격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해치지 않는게 곰이래요. 그런데 무스(큰 뿔달린 소처럼 생긴 사나운 녀석)는 머리가 나빠선지 아니면 호전적이라 그런지 가만 있는 사람도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고 무스를 조심하라고 그러더군요.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정반대의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랬지요.

 

강의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그때 마침 산으로 부터 바다로 떨어지는 빙하옆을 지나가더군요. 새파란 빙하가 바다로 흘러 내리는 모습을 장관이었지요.

 

                       파랗게 보이는 것이 눈과 빙하의 차이점이랍니다.

 

빗줄기는 많이 작아져 있었고, 모두들 사진 찍느라고 여기저기서 찰깍찰깍, 왔다갔다 분주하더군요. 

이때  캐나다에서 온 어떤 아저씨를 만났는데, 와이프와 와이프 친구내외와 함께 왔다는데, 혼자 였어요. 그 사람들하고 대화도 안 통하고 마음도 안 맞아서 식사때 이외에는 혼자 행동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좀 우습더군요. 그럴 거면 뭐하러 같이 왔나 하고요.

그 후에도 며칠을 지나면서 덱에서 자주 만나게 되고 얘기도 많이 하게 되었지요.

배에서 처음 사귄 친구였어요. 털보아저씨.

 

이 빙하베이의 제일 끝으로 들어갔을때, 거대한 빙하가 눈앞을 확 가로막는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배는 그곳에 3시간 동안 정박을 하고 원없이 빙하를 구경하게 해 주었읍니다.

 

           굉음을 내면서 바다로 직접 떨어져 내리는 빙하를 파노라마로 찍은 거예요.

 

가까운 데서 보려고 배의 제일 머리에 있는 갑판에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에 커다란 빙하 덩어리가 바다에 무너져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어요.

어마 ~~~ 놀라라.

그 규모도 대단했지만, 그때 나는 소리는 마치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사람을 놀라게 하더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매일 그런 식으로 바다로 떨어져 녹아버리는 빙하가 하루에 6인치(약 15cm) 정도 된다고 하면서, 녹아내리는 빙하에 대한 염려들이 대단했었습니다.

 

                                           

 

    가까이서 본 빙하의 단면, 맨 윗부분은 먼지로 까맣게 때가 잔뜩 끼었더군요

 

배가 출발할 때 보니까, 거대한 배의 프로펠러가 돌때, 물밑에서 진흙같은 것이 까맣게 물위로 떠 올라 물이 무지 더럽게 보이던데, 그것은 빙하에 섞여있던 먼지찌꺼기가 밑에 가라앉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몇십만년전의 먼지라고 볼 수 있겠지요.

 

배는 서서히 그 거대한 몸체를 돌려서 오던 길로 다시 베이를 빠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고, 이틀만에 보는 멀리 산위로 비치는 해가 새롭게 느껴졌어요.

 

오늘은 덱에서 야외 피크닉 부페가 있다고 오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접시 하나씩을 들고는 쭉 줄을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구경을 한 뒤라서 식욕들이 왕성한지, 하여튼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더군요.

스시에서부터 바베큐까지 없는게 없어 보였어요. 

하여튼 먹는거 하나만은 아쉬운 줄을 모르게 해주자는 거 같았어요.

 

워낙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해서, 그자리를 피하고는 배꼭대기에 있는 나의 단골식당인 부페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모두들 피크닉으로 몰려가서 그런지, 거기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듬성듬성 앉아  있었지요.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뜨거운 커피향기를 즐기면서 밖으로 지나가는 빙하를 구경하다가고래를 보고 사람들이 함성을 지를때는 같이 목을 길게 내빼고 고래구경도 같이 하면서 아주 편안하게 휴식을 취 했지요.  힘든 일 한 것도 없으면서......

 

그런 다음 미니골프에가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공 줍는 것으로 골프를 즐기고,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체스보드에가서 체스(서양장기)를 했지요.

그런데, 생전 체스를 해 본적이 없어 규칙도 모르고, 마음대로 규칙을 만들어 혼자서 이리저리 내키 반만한 체스를 옯기는 걸 보고는 사람들이 막 웃더군요.

어째거나 남을 즐겁게 해준다는 좋은 일 아니겠어요?

 

그런다음 옆에 있는 농구대에 공도 몇번 넣어보고는, 탁구대로 갔지요.

한쪽에서 배 탁구 참피온 쉽이 있다고 열심히들 응원을 하는 모습들이 재미있었어요. 

결국 그날의 참피언은 중년의 중국아저씨가 되어 메달을 목에 걸고 자랑스러운 듯 쑥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역시 탁구하면 어디가나 중국사람들인 것 같아요.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저녁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어마, 바지 허리가 안 맞는 거예요.

다이어트라는 걸 생전 해 본적이 없기때문에 먹는 걸 절제까지는 안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많이 먹었다고는 생각 안 했는데....

 

가만있자.. !!!

매 식사마다 후식으로 케익 3조각씩(너무 맛있어서), 하루에 꼬박꼬박 두끼 식사에, 오후에는 피짜 한쪼각에(다니다 보면 눈에 띄니까), 구수한 후렌치 후라이에(냄새가 너무 좋아서),

그러고 보니까, 정말 꿀꿀이처럼 많이도 먹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숨을 있는대로 들이쉬며, 바지단추를 억지로 배를 디밀어 여미고는 오늘 저녁에는 절대로 많이 안 먹으리라 단단히 결심을 하고도,  결국은 케익 3조각은 포기할 수가 없더군요.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shore excursion(앞으로 항구에 닿으면 육지에서 할 것들) 데스크에 가서 예약을 확인했지요.

그때 알은 것이 떠나기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했던 것은 그냥 차를 타고 빙하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거라고 해서, 그래도 좀 걷거나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걸로 바꿨더니 그게 사람이 많아서 waiting list (대기리스트)라고 하대요. 그래도 재수좋으면 괜찮겠지 하고는 바꿔 버렸지요. 아침에 알려준다고 하대요. 630분에 전화로.... (아이구 아침에 또 놀라 깨겠구나.)

 

그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페에 가서 또 케익 2조각과 커피를 담아들고 방으로 향했지요.

방에 오니 침대보가 젖혀져 있고, 민트 초콜렛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먹으니 바지가 안 맞는게 당연하지.....

내일 아침에는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조금 일찍 자기로 마음을 먹고... zzzz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