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미국 다른 지역들

사막과 돌산에서 헤맨 10일 - 2. 죽음의 계곡

doggya 2006. 4. 6. 09:20

지난 밤에 그렇게도 피곤했었는데도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어요. 
여행의 들뜬 마음뿐이 아니고, 너무 피곤해도 깊은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을 또 한번 실감했지요.

자 !! 그럼 오늘의 행선지는?

애초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으므로 다시 지도를 보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연구하다가, 행선지를 180도로 돌리기로 작정을 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15번을 타고 라스베가스로 해서 네바다를 지나고 유타로 들어가야 되지만, 날짜와 돌아올때를 생각해보고는 다시 북쪽으로 오던 길로 되돌아가서 옆으로 빠져 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가기로 했답니다. 



 

죽음의 계곡이란 서부개척시대에 서부로 서부로 마차를 타고 가던 개척민들이 들어간 계곡인데, 풀 한포기도 보기 힘든 사막에 물도 없고, 너무 덥고 해서 거의 다 전멸하다시피 한 곳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곳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언젠가 TV에서 봤을때, 전 세계에서, 특히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어요. 한 여름에는화씨 150도(섭씨 65도 이상) 이상 거뜬히 올라간다고 하는데, 제가 갔었을때는 이미 한 풀이 꺽인 다음이었는데도, 한낮도 아닌 저녁때온도계가 125도(섭씨 52도 정도 )를 가르키고 있는 걸 보고 기절을 했지요. 

햇볕에 서면, 그냥 강한 햇볕에 튀겨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어요.
 
다시 짐을 챙겨 차에 싣고, 미리 물 한모금 마시고, 북쪽으로....

한참을 가다가 갈림길에서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은 바람에 반대방향으로 30분 정도를 신나게 달려가니, 조그만 동네가 나오더군요.

이상타????
각본상으로는 마을이 나오면 안되는데...

눈에 익은 월마트사인이 보였어요.
화장실도 좀 쓰고, 전시해 놓은 커다란 지도를 보니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왔다는 것을 알았지 뭐예요. 거기서 만난 어떤 아줌마의 말로는 그 지역에 30년만에 가믐이 와서 상당히 건조하다고 하대요.
아니? 사막에 가믐?

다시 방향을 돌려 오던 길로 돌아갔지요.

얼마나 갔을까?
구비구비 돌산 언덕을 돌며, 삭막한 사막을 가로 질러 멀리 아래에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분명 물은 아닐테고, 무얼까? 여간 궁금한게 아니었지만, 가까이 갈때까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지요.

조금 가니 공원입구에 있는 조그만 휴게소가 눈에 띄었습니다.
물이 철철 흐르는 수도도 보이고.
흐르는 물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어요.
우선 잎도 몇개밖에 없는 잎을 겨우 힘들게 달고 있는 나무밑에 생긴 손바닥 만한 그늘에 피크닉탁자를 옮겨놓고 아이스박스에서 먹을 것을 꺼내느라 바빴지요.

그래도 그것도 그늘이라고 견딜만 했어요.
전날 호텔에서 밥통에 해 갔던 찬밥을 고추장에 풋고추 찍어서 한끼 뚝딱 먹고는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지요.

멀리가지도 못했는데, 누가 길을 막더군요.
조그만 몸집의 야생여우였습니다.

 

 

표정이 너무 쓸쓸해 보이지 않나요? 이 후에도 몇 녀석을 봤지만 모두들 혼자서 다니더군요.

 


길을 잃은 것은 아닐텐데, 길 한복판에 서서 두리번 거리며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아마 무언가 먹을 것을 얻으려는 것 같았어요.
너무나 바짝 말라 불쌍한 생각이 들었지만, 절대로 동물한테 먹을 것을 주면 안된다고 하여. 여러대의 차가 둘러서서 사진 찍느라고 바빴지요. 이 야생여우는 사막에 사는 쥐나, 도마뱀을 먹고 산다고 하더군요.

언덕을 쏜살같이 달려 내려가니 Visitor Center 가 보였읍니다.
고속도로의 톨부스처럼 길을 막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길 한켠에 있는 조그만 사무실이어요. 

 

 

사무실 길 건너에 있는 아주 오래된 물물교환센터라는데, 지금은 선물가게로 쓰이고 있어요.


물론 규칙대로라면 양심적으로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그냥 슬쩍 지나가도 아무도 알지도 못하게 되어 있었어요. 그래도 착한 새나라의 어른답게 제발로 걸어들어가 입장료를 냈지요.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서부개척시대에 쓰였던 마차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알은 사실은요.
그랜드 캐년같은 곳은 입장료가 차 한대당 $20 이고, 이곳은 $10 이었어요. 그런데 패스를 $50 내고 사면 어디든지 국립공원은 무사통과.
그리고 유효기간은 1년.

만약 여러군데 국립공원을 돌아다닐 예정이라면 아주 경제적일 거라고 생각해서 1년 패스를 샀지요. 며칠을 다니다 보니까, 벌써 그 돈은 다 뺐는데도 아직도 기간이 일년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 1년동안은 전국 어디든 국립공원가는 것은 공짜인 셈이죠.

차 밖으로 나가는 게 겁날 정도로 뜨거운 태양과 달아오른 아스팔트가 더운김을 내 뿜는것이 소문 그대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한 여름에 비하면 시원한 거라니..원...

정말 예전에 TV에서 본 것처럼 아스팔트에다가 계란을 깨면 그냥 반숙이 되버릴거라고 생각했지요. 미국에서 가장 덥고, 가장 건조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오며 가며  꽤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는데, 대부분이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하대요. 이유는, 이렇게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환경이 지구상에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을 감사하게 된다는 거였어요.
참 세상에는 각가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지요.

이곳에는 차로 10분을 달려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모래언덕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뙤약볕에 모자도 안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난 도저히 용기가 안나서 그냥 에어컨 틀어 놓은 차속에서 뙤약볕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입 딱 벌리고 쳐다보기만...

 

아까 멀리서 볼때 반짝거리던 것이 바로 이 모래언덕이었어요.

모래가 햇빛에 반사되는 거였지요.

 

 

         파노라마로 찍은 거대한 모래언덕의 전경, 생각만 해도 덥네요. 

이 Death Valley 안에는 갈 곳이 몇군데가 있지만, 연례없이 큰 비가 와서, 길이 여기저기 씻겨나가, 막아 놓고 통행을 제한 하는 곳이 꽤 많았어요. 그래서 갈 수 있는 몇군데만 골라서 차머리를 돌렷지요.

우선 간 곳이 사막 옆에 있는 산속에 1920년대에 세웠다는 초 호화판 호텔. 이름하여 Scotty's Castle.

 

 

시간에 맞춰서 단체로 성내를 구경시키주는 코스가 있었지만, 시간대에 맞춰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겉에서 구경하고, 사무실에 있는 사진을 보고 성에 대한 공부하는 것으로 만족

 

 

오른쪽이 성이고 앞에 들어간 부분이 고대로마식으로 지은 거대한 수영장이었다고 해요.

1920년대에 사막에서 여기에 물을 채워서 사용했다니, 얼마나 초호화판이었는지 짐작이 가죠?

 


성 뒤켠으로 한 가운데 산 등성이에 보이는 조그만 십자가가 바로 이 성을 지었던 Scott 의 묘지,

 

처음 공사를 시작한 Scotty는 완공을 못하고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다고 하는데, 꿈도 이루지 못하고 호텔뒷산에 묻혀서 십자가만이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옛날에 이 사막 한구석에 있는 휴양지에 오던 사람들이 LA에서 오는 사람들이었다고 하니, 가히 놀랍죠?
지금처럼 고속도로를 80-90 마일로 달릴 수도, 에어콘도 없는 옛날차로 그 뜨거운 사막을 지나 이곳 산속에를 털털거리며 왔었다는 것이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