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미국 다른 지역들

사막과 돌산에서 헤맨 10일 - 4. 환상의 바위산들

doggya 2006. 4. 8. 06:18

창문이 훤하게 밝아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지요.
시계는 9시를 가르키고 있었지만, 도저히 잠을 깰 수가 없었어요.
오늘 새벽에 들어오는 길에 보았던 로비에 있는 스타벅스커피점이 생각나 잠도 안 깬 얼굴로 엘레베이터에 올랐지요.
커피한잔을 가지고 올라와 마시면서 아직도 잘 떨어지지 않는 눈으로 창밖을 내다 보았어요. 

 

 

쭉쭉 뻗은 팜트리에 둘러 쌓인 수영장이 눈을 시월하게 해 주었어요. 
그 위로 흘러내리는 인공폭포하며, 너무나 시원하게 나를 유혹하고 있었지요

 

 

흠 ..........
오늘 아침에는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까, 느긋하게 수영이나 한바탕 할까?
에구, 첵아웃할 시간을 계산해 보니, 그것도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지 뭐예요. 
에이.. 아깝지만 포기.

짐을 챙겨 차에 싣고, 오늘의 목적지로 가는 길을 보기 위해 지도를 펴고 보니, 3-4 시간이면 자이언 캐년(Zion Canyon) 에 닿을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에 갈 곳이 없나 찾았지요.

어젯밤에 오던 길로 다시 되돌아서 30분 정도를 가면, Valley of Fire 주립공원을 지나게되고, 좀 더 들어가면 사막 한가운데 Lake Mead 라고 하는 호수가 있다고 해서 거길 들렸다가 가기로 계획을 또 바꿨지요.

이렇게 계속 바뀌는 게 바로 여행, 그리고 인생이 아니겠어요?

이젠 계획을 바꾸는데 아주 이력이 났답니다.


그래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오던 길로 다시 '뒤돌아!'
어젯밤에 깜깜해서 못 보았던 길 양옆으로 늘어선 기기묘묘한 경치들을 즐기며, 호수로 향해 갔지요.

 

 

                                      호수로 들어가는 길목

 


가믐으로 인해 호수의 물이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수상 보트와 제트스키등을 타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어요. 
부두에 가까이 가 물 속을 들여다 보니, 내 다리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는게 너무나 보기가 좋았지요.

 

 

그러나 공기는 어찌나 덥고, 햇살은 어찌나 뜨겁던지, 잠시 머물고 다시 출발.
다시 또 오던 길로 되돌아서 동쪽으로 신나게 달렸어요. 

유타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하이웨이 양옆으로 벌써 그랜드캐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는 바위군상들이 죽 늘어서 환영을 해 주고 있어서, 그거 구경하느라 늦은 오후의 뜨거운 햇살도, 운전하는 시간도 지루한 줄 몰랐어요.

 

 

 

자이언 캐년에 가기도 전, 들어가는 입구에서 부터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바위들

 

그런데,  Zion Canyon 이 가까워 오자 이제부터의 고민은 어디서 잘것이냐 하는 것이었어요. 
근처의 도시에서 자고 내일 아침부터 Zion Canyon 을 탐험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캐년안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자고 아침 일찍부터 시작할 것인지.

근처의 도시는 Zion Canyon 으로부터 약 한 시간의 거리에 있었고, 호텔 쿠폰책을 보니 값이 캐년보다는 훨씬 싸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방도 많고.
그런데 그 도시에 도착했을때는 겨우 5시 정도밖에는 되질 않아, 아직도 해는 높이 걸려 있는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항상 그게 탈이지요. ㅎㅎㅎ
다시 계획을 바꿔서 캐년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캐년쪽으로 들어섰어요. 

가면 갈수록 점점 더 기기묘묘한 바위 풍경에 넋을 잃고서는, 다 왔는지 알았더니 아직 캐년입구에도 못왔다는 표지판이 보이더군요.

 

           

                                              자이언 캐년 입구

드디어 캐년입구라는 표지판을 보았지요. 입구에 있는 통나무로 지은 여관이 있기에 물었더니, 방값이 엄청 비싸더군요.
이왕 비싼 돈을 지불할거면, 더 들어가서 보자.

더 깊이 캐년안으로 들어가 한군데에 들어갔더니, 값도 적절하고 빈방도 있다하였지만, 아직 해가 높이 떠있고 하여, 일단은 차로 캐년 구경을 하고 나서 방을 잡기로 마음을 먹고는 캐년을 향하여 돌진.

기기형형색색.. !!!
뭐라고 말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더군요.
이런 곳이 지구상에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저녁해가 낮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늘이 많이 졌지만, 그래서 그런지 바위의 색깔은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웠어요.

캐년안의 길은 두곳으로 갈라지는데, 한쪽은 산이 완만해서 군데군데 하이킹도 할 수 있고, 국립공원 호텔이 있는 루트인데, 그쪽은 버스밖에는 못 들어가게 되어있고, 또 한쪽은 아주 험하고 높아서 차로만 갈 수 있는데, 1930년에 바위를 뚫어서 만든 터널이 까마득히 산 높이 멀리 보이고 있었어요.

일단은 해도 저물어 가고 차로 한바퀴를 돌기로 했지요.
곳곳에 전망대가 있는데, 아마 여름철에는 차를 세울 곳도 없을 정도로 공간이 제한되어 있었어요.

지는 해를 받은 바위들은 제각각 자기를 봐 달라고 뽐내고 있었으며, 아래 계곡으로는 단풍이 곱게 들어 마치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답니다.

 

지금부터 보여드리는 사진들은 오후 늦게 저녁해를 받으며 찍은 것들이라서 좀 흐리게 보이긴 하지만 낮에 쨍쨍 비치는 해에서 보다 바위의 색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어요.

 

 

 

 

 

                                 위의 바위를 가까이서 찍은 것

 

 

 

 

 

 

 

 

 

        이 바위는 마치 체커보드(바둑판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이 체커보드바위랍니다.

 

 

                                위의 체커보드바위를 가까이서 찍은거예요.

 

 

 

ㅎㅎㅎ.... 이젠 바위그림만 봐도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보셨죠?


이젠 너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지요.

돌아내려오는 길에 보니까, 캠핑장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텐트를 가지고 가면 돈 별로 안 들이고 잘수도 있겠더군요. 

아까 보아두었던 호텔로 가, 방을 달라고 하니.

어머.. 그런데 그방이 나가버렸다고 하는군요.
할 수 없이 돈을 더 주고 Suite 를 얻어 들어갈 수 밖에. 하여튼 뒤로 미루면 안된다니까....

좋은 경험....

방 뒤쪽에 달린 베란다로 나가니, 바로 산이 눈앞으로 다가왔어요.
와 ~~ 내일 아침은 여기서 산위에 걸린 해를 보면서 커피를 마셔야지.
조그만 부엌이 달려있는 방은 아주 아담하고 괜찮아, 돈이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진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