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오로라를 보러 가려고 했던 계획은 하늘에 잔뜩 끼었던 구름때문에 허사로 돌아가고 한시간이라고는 해도 시차때문인지 일찍 잠이 깨었어요.
오늘의 계획은 근처의 수퍼마켓에 가서 샌드위치와 마실 것을 사서 차에 싣고는 Arctic Circle(북극권)안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이었지요.
가는 도중은 가게도 없고, 개스스테이션도 없는 산길에다, 비철이라서 오가는 사람도 없다기에 좀 걱정을 되지만... 에라..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가보자.
라라~~ 로로~~
지구의 가장 북쪽끝으로 간다는 즐거움과 기대감에 마치 소풍가는 것과 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길한복판에 한가로이 앉아서 노는 겁없는 새들을 피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우리나라 다람쥐와 비슷한 칩멍크들에게 혼자 큰소리로 지껄이며 가는 길은 자연이 그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었어요.
길가에서 나뭇잎을 뜯어먹는 뿔없는 암놈 무스를 보고 인사나 하려고 차를 세우니, 수줍었는지, 아니면 내가 저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었는지 황급히 도망을 가더군요.
드디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라스카의 파이프라인(송유관)을 만났습니다.
알라스카 석유회사의 안내소
송유관으로 흐르는 원유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파이프안에 설치해 놓은 Pig를 보여주기 위해서 단면으로 잘라놓은 것이예요.
위의 Pig 를 꺼내어 세워 놓은 거예요.
알라스카의 떵 제일 북쪽끝에서 시작하여 Gulf of Alaska까지 뻗는 장장 800 마일(1280 Km)의 송유관. 유칸강(Yukon River)을 건너자 마자 눈앞에 펼져진 장관이었어요.
지상으로 올라와 있는 부분이 절반에 가까운 약 420 마일정도 된다고 하며, 온도의 변화로 인해 팽창수축을 하는 파이프를 보호하기 위해서 지그재그로 설치를 해서 마치 이리저리 구부러진 장난감 뱀처럼 보이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그 규모 또한 장관이었지요.
높이 높이 산으로 올라갈 수록, 또 위도가 높아갈 수록 분포된 식물의 종류도 다르고, 또한 기후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더군요.
그런데 왜 그리도 먼지, 또 왠 산은 그리도 많은지. 정말로 산넘어 산, 가도가도 끝없는 길같이 느껴졌었어요.
지루하긴 해도 눈을 한없이 즐겁게 해주던 눈덮인 산길이예요.
양옆으로 펼쳐진 눈 덮인 산경치하며, 구름 한 점없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하며, 손상되지 않은 자연속에 있다는 것이 즐거움을 더해주었지요.
그리고 저렇게 구름이 없으면 오늘밤에는 틀림없이 오로라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기쁨을 더해주었습니다.
어쩌다 아주, 아주 가끔 마주치는 파이프라인의 트럭운전사들이 지나면서 손을 흔들어 반갑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 이 적막한 길에서 유일하게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었어요.
꽁꽁 얼어붙은 유칸강을 지나게 되었어요.
상당히 큰 강인데, 다리가 독특했지요.
언제 만들어진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모두가 나무로 되어있었어요. 바닥도 난간도, 모두가.
유칸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던 송유관이예요.
드디어 북극 툰드라지역에 도착하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땅위에 높이 있는 거라고는 눈에 띄는것도 소리도 들리게 아무것도 없더군요.
시야에 들어오는 거라곤, 나즈막한 풀들을 덮은 눈이 전부.
한 여름에도 나즈막한 풀이외에는 낮은 온도의 땅에서 자라는게 없는 것이 불모의 지대 툰드라.
그리고 귀에 들어오는 것은 내 숨소리가 전부.
너무나 고요하고, 아무 소리도, 아무 것도 움직이는 소리가 없는 조용.......그 흔한 바람소리도 없는 절대정적 그 자체였어요.
위의 지도는 툰드라 지역을 표시해 주는 것이고, 그 밑에것은 알라스카의 주 지도. 그리고 그 옆이 바로 북극권을 표시해 놓은 팻말이랍니다.
다시 차안으로 들어와 자동차의 개스미터가 반으로 줄어들는 것이 눈에 뜨이니 마음이 몹씨 조급해졌어요.
아이구야....북극표시판이 빨리 나와야하는데...
미국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거리표시판을 자주 해 놓지 않아서 거리를 재는데 아주 불편을 겪었어요.
와~아.. 드디어 북극권에 도착했다는 팻말이 나왔다~~~
왼쪽은 알라스카주기, 그리고 오른 쪽은 북극권으로 들어간다는 표시판
와 ~~ 내가 드디어 북극권에 발을 들여 놓았구나.
감개가 무량...... 또 무량...
북극권이란 위도 66도 이상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산길이 눈이 많고, 미끄러워서 어두워지면 힘들 것도 같고 개스도 달랑달랑하고, 드디어 불안이 덮쳐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제 정신으로 돌아온 모양이었습니다.
얼른 돌아서서 오던 길로 방향을 전환.
돌아오는 길은 정말 정말로 멀게 느껴졌어요
산등성이 걸친 낮게 기울은 해를 보니 더욱 더 불안해지고.......
그러던 찰라에 그만 얼음위에 눈이 얇게 깔린 언덕길에서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나고 말았어요.
죽음의 문턱에서 문지가와 인사를 나눌뻔 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어찌어찌.... 이래저래.....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우여곡절끝에 형편없이 찌그러진 차를 다시 몰고 정신이 홀랑 나가서 갈때의 반 밖에 안되는 속도로 어두워져 가는 산길을 덜덜 떨며 내려왔지요.
개스가 떨어져 간다는 경고등은 내 타는 속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친절하게 깜빡거려주고.
이제나 저제나 시동꺼지면 아무도 없는 이 추운 산길에서 떨며 밤을 새거나, 아니면 얼어 동태가 되거나 해야한다는 생각에 간이 콩알만해져 있는데......
개스 스테이션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어요.
살았다~~~~ 흐유~~~
아마 이럴때 쓰는 말이 구사일생이라는 단어인가봐요.
개스를 넣고는 한참을 넋을 잃고 앉아 있었어요.
호텔로 돌아왔을때는 사위는 깜깜하고, 밥 생각도 없고, 몸은 덜덜 떨리고, 목욕탕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앉아 있어도 체온은 올라가지 않는 것 같았어요.
아마 쇼크가 이래저래 꽤나 컸던 모양입니다.
아이고, 내가 왜 이리도 미친짓을 하고 다니는지.... 자신을 꾸짖으며 이불속으로 들어가 그냥 잠에 골아떨어진게 저녁 9시였지요.
그 와중에도 한 두시간 눈을 붙이고는 일어나서 오로라를 보러 나간다고 시계에 알람을 해 놓는 것은 잊지 않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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