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고 잘 생긴 경찰과 바이바이를 하고는 졸려오는 눈을 손으로 비비며 부릅뜨고 있긴 했지만, 오로라를 본 적이 없으니
사실 무엇을 봐야하는지 막막하기만 해서 그냥 무언가 좀 색 다른 것이 보이겠지 하며 그냥 하늘만 응시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멀리
산위에 마치 가느라란 띠 같은 구름이 떠오르는 것이었어요.
아니, 벼란간 구름이 뜬금없이 왜 생기냐? 하고 있는데,
없어져 버렸지요.
처믐에 이렇게 시작한답니다.
에이 ~~~~ 아마 잘못 본거겠지...
그런데 조금 있으니, 먼저 것 보다 조금 더 넓은 띠모양의 구름이 또 떠오르는 것이었어요. 어 ? 이상타?
뭔가가 심상치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요.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보니 이게 색깔이 구름색이 아닌 것 같기도 했고요.
허긴 언제 오로라를 본 적이
있어야 구별을 하지요?
아 ~~~~ 그런데, 그 구름이 벼란간 아래 위로 격렬하게 춤을 추지 뭡니까?
하늘높이 향해서 두둥실 떠오르기도 하고, 마치 성난 파도처럼 밀려가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넋을 잃었버렸어요.
바람도 없는 맑은 하늘에서 어떻게 저런 현상이 생길 수가 있는 걸까?
아니, 내가 지금 분명히 내 눈으로 저걸 보고
있는거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는 건 여러분도 상상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모양과 크기가 순간순간 너무나 빨리 변하는 광경에 한시도 눈을 띨 수가 없었지요.
마치 술 취한 화가가 붓을 들고 캔버스에 마구
휘두르는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이리저리 바뀌는 그 광경은 장관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였답니다.
제가 본 것은 녹색의 오로라였어요.
이건 붉은 색의 오로라인데, 안타깝게도 저도 못 보았고요, 빌려온 사진입니다.
붉은 색과 보라색의 오로라도 있다고 하지만, 그것들은
아주 보기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한 30분 정도 지나니, 그 아름다운 광경도 거의 사그러지고, 다시 검은 하늘에 별들만 총총히 빛나고 있었지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얄미울 정도로 시치미를 뚝 떼고 말예요.
호텔로 돌아오면서도 혹시나 하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정든 님 떠나듯이 계속 뒤돌아보고 또 보고 했지만, 그걸로 끝.
내일 밤에 또
나가서 봐야지.
호텔에 돌아와서도 그 흥분은 좀 처럼 가시질 않았어요.
그럼 간단하게 Nothern Light 라고도 부르는 오로라가 생기는 현상에 대새서 설명을 해 볼께요.
태양 대기층은 이온화된 가스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주 빠른 속도로 넓게 우주 공간으로 확장된다고 합니다.
이때 태양으로부터 밖으로
내뿜는 플라즈마의 흐름을 태양풍(Solar wind 또는 Solor Flare)이라고 합니다. 이 태양풍은 대부분 전자와 양자의 전기를 띠고
있으며, 지구의 궤도에 스프레이를 뿌리듯이 입자를 뿌린다고 합니다. 이때 얼마는 지구 자기장에 붙잡히게 되는데, 지구 자기장은 마치 움직이는 배
주위에 물이 쏠리듯 이 입자들을 한쪽으로 쏠리게 하고 대부분 입자들은 지구 주위로 흘러 도망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지구의
자기권내의 장소에 붙잡히게 되고, 이것들이 조개 모양으로 지구주위에 구부려져 있으며, 극쪽에서는 지표에 근접해서 구부러지게 된답니다. 이때 대기
속에서 공기 분자와 이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게 되는데, 이것을 excitation이라고 합니다.
Excitation 이란 전자들이 에너지 준위가 높은 곳으로 뛰어 오른 것을 의미하는데, 올라갔던 전자들이 더 낮은 에너지 준위로 되돌아
올 때 빛을 방출하게 되며, 이것이 오로라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태양 활동(Solor Flare)이 강렬할 때는 멀리
샌디에고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오로라의 가장 보편적인 색은 녹색 혹은 황록색으로 이것은 산소 원자 내의 전자때문에 발생하는 색이고, 때때로 적색, 황색,
청색과 보라색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 색깔들은 질소원자로 인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해가 좀 되셨어요?
자려고 누워서도 그 광경을 생각하면 탄성이 저절로 나오고, 감격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답니다.
새벽 4시가 넘어서 잠이 들어, 하우스키퍼가 방청소한다고 두드리는 소리에 겨우 일어나 보니 12시가 다 됐더군요.
겨우 일어나 대강
세수하고 거리로 나오니 그 좁은 도시에서 그렇게 할 만한 일이 없었어요. 요며칠사이에 가 볼곳은 다 가 봤거든요.
가까운 곳에 있는 North Pole 이라는 도시에 가면 산타빌리지에 가면 산타할아버지와 산타의 썰매를 끄는 사슴(루돌프도 그 중의 하나)인 레인디어가 있다고 하는데, 가봤자 볼 것도 별로 없다고 해서 University of Aaska 박물관을 가기로 하고 차를 몰았지요.
학교 근처에 조그만 대학촌이 형성 돼 있는데, 일단은 뭔가를 먹어야겠기에 조그만 식당엘 들어갔어요.
거기서 먹은 것이 레인디어 소세지인데, 기름이 적고 약간 매큼한게 맛이 있었어요. 웨이트레스의 말에 의하면 그건 마일드(덜 매운)한
편에 드는거라고 하더군요.
아마 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맵게 하는게 아닌가 했어요.
다만, 내가 먹은 소세지가 산타의 마차를
끄는 루돌프의 고기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미안한 마음으로 먹었지요.
아마도 이녀석의 친구나 사촌을 내가 먹지 않았나 해요. 미안하다, 정말로....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것을 경험해봐야겠기에
말입니다.
불행히도 대학의 박물관은 공사가 한창이었어요. 비철을 이용해서 내부공사를 한다고 기념품가게만 열어놓았더군요.
일본에서 온
연인인듯 싶은 한 쌍은 기념품가게로 들어가고, 나는 발길을 돌려 학교주변을 빌빌 거렸지요.
학교옆에 있는 레인디어농장을 구경하면서 나한테서
방금전에 먹은 소세지 냄새가 안 나기를 바라면서 주위만 어정어정 맴돌았지요. 잘못하다 뿔에 받칠가봐서요.
오늘 밤에 다시 오로라를 보러 나갈 욕심으로 호텔로 돌아와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어요. 왔습니다.
딱 밤 10시에 시간을
맞춰 이번에는 헤매지 않고 바로 어제의 그 자리로 가서 자리잡고 서 있었지요.
기대를 잔뜩 걸고 말입니다.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았고, 오로라 예보에서도 오늘은 활동이 클 거라는 걸 들었기에 기대는 아주 컸었어요.
적어도 10분마다 시동을 걸지 않으면 아무리
중무장을 해도 몸이 꽁꽁 얼머붙을 정도로 추워도 부툰 기대가 그걸 녹여주기에 충분했어요.
새벽 3시까지의 그 기다림, 지루함, 그리고 뒤에 오는 실망.
결국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가 다 빠질정도로 으득으득 갈면서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호텔로 돌아와 어제밤과는 달리 억울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ㅠㅠ
결국 이렇게 헛탕을 치고, 아쉬운 마음으로 며칠전 형편없이 찌그러진 차를 공항데스크에서 반납해 버리고는 비행기를 향해 갔지요.
이제
볼 것도 다 보고 할 일도 다했으니 그냥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는데 그 마음과는 달리 비행기는 1시간 30분 연발에다, 앵커리지에
내리니, 5시간 연발.
그 덕분에 시애틀에서 갈아탈 비행기는 다 놓치고, 결국은 항공사에서 잡아준 호텔에서 계획에도 없었던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됐지요..
그러면서 맹세한게 있답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무슨일이 있어도 알라스카에어라인은 타지 않겠다.
집에 돌아와 처음 생각한 것이 다음은 어디로 갈까, 이것이었지요?
참말로 구제불능인 방랑벽이지요?
'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 > 미국 다른 지역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와이 빅 아일랜드 - 화산 구경하고 철인 삼종경기 체험하고 (0) | 2006.05.18 |
---|---|
자연 그대로의 오레곤 - 거울처럼 맑은 거대한 분화구 호수 (0) | 2006.05.15 |
오로라를 찾아서 북극으로 - 에스키모로 오해받은 날 (0) | 2006.04.28 |
오로라를 찾아서 북극으로 - 북극권에 발을 딛은 날 (0) | 2006.04.23 |
오로라를 찾아서 북극으로 - 세계 얼음 조각대회 (0) | 2006.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