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한국

비오는 서울거리가 내게 준 선물

doggya 2006. 12. 16. 06:57

제가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일상에 묻히게 되었다고 하면 어디를 갔다 왔는지 짐작을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종이 구기듯 비행기 의자에 몸을 쑤셔박고 하늘에서 12시간의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곳은 바로 인천공항이었어요.

이번 여행은 다른 여행처럼 눈으로 보는 관광보다는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마음으로 세운 계획도 없이 훌쩍 간 것이었지요.

 

 

타고 있던 비행기가 다행히도 뜨기전에 활주로에서 고장이 뱔견되어 

다음 비행기 올때까지 2시간이 지연된 출발시간 덕분에 알라스카를 지나갈때 아주 고운 노을을 볼 수 있었어요.

노을을 많이 보았지만,  특히 하늘에서 보는 그리고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노을의 색이 참 곱더군요. 
왼쪽 하늘위에는 초생달이 외로이 떠 있고...... 나는 지금 어디로 무엇을 찾으러 가고 있는것인가?

 

은행과 우체국에를 가기 위해서 모텔밖으로 나오니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우산 하나를 빌려 쓰고는 천천히 비오는 늦가을의 서울 거리를 걷기 시작했지요. 아 ~~ 얼마만인가?

일단은 은행에 들려 돈을 바꾸고, 우체국으로 가려 사람들에게 물으니 근처에 있는 우체국을 아는 사람이 없네요. 놀라라 ~~~

한국의 우정국의 장래가 걱정되네요. ^_^

 

잘 알지도 못하는 거리를 그냥 이리저리 헤매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비오는 날도 거리에서 공연을 하나?

하여간, 와 ~~ 나를 반겨주는 가보다. 발걸음을 빨리 해서 노랫소리가 들이는 방향으로 걸었지요.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흑백의 대결이라고 해야 하나요?
서울에서의 첫날 본 첫번째 광경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꺼예요. 알고보니 청부종합청사라고 하더군요.
 
다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지요.
정말로 우여곡절 끝에 물어물어 우체국에 찾아 들어갔을때는 바지는 다 젖었는지, 발을 옮기기가 무거울 정도였어요. ㅎㅎㅎ
 
우체국에서 일을 본 후에 이번에는 대강 방향도 알았으니 아까 오던 뒷골목이 아니고 큰길로 걸어가 보자하고는 
또 다시 무적정 모텔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
 

 

벽돌담 너머로 너무나 아름다운 단풍이 저를 내다 보고 있는 거였어요.
이 계절에 서울에서 단풍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도 안 했었는데, 너무나 반갑더군요. 무작정 담 안으로 이끌리듯 들어갔지요.
 

 

안으로 들어서자 주위의 콘크리트 구조물과는 너무나 안 어울리는 것 같은 조그만 돌담이 앞을 가로 막더군요. 그리고 그 위를 기어가는 담쟁이도 가을옷을 입고 있었어요.
 

 

돌담을 돌아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탄성을 질렀어요. 마침 비오는 날이라서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ㅎㅎㅎ
그런데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요? 물어 볼 사람도 없고, 이리저리 팻말을 찾아 헤맸어요.
 

 

어쩌면 단풍색깔이 이리도 고울까요?
내가 사는 미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단풍나무라서 그런지 예쁘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하고 ....
고운 님 보듯 한참을 서서 넋을 잃고 쳐다 봤지요.
 

 

와 ~~~~~~~~~~ 소리 밖엔 나오지 않는군요. ^_^
 

 

세상에 얼마나 비싼 카펫이 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요? 

 

 

빨강과 노랑의 조화는 환상적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어요. 그쵸?
 

 

위의 나무를 가까이 다가가서 봤지요. 아 ~~ 눈 부셔 ~~~ 썬 글라스 ~~~
 

 

아예 우산을 접어 옆구리에 차고는 비를 맞으면서 단풍들과 인사를 하며 오솔길을 걸었어요.

 

 

아 ~~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서울 한가운데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_^
 

 

저리로 가면 여기가 어딘지를 알 수있는 안내판이 나오지 않을까?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서도..
 

 

계단에 떨어진 푹신한 낙엽을 미안하게 밟으며 위로 올라가서... 

 

 

가까이 보니 더 아름답게 보이는 단풍나무를 떠나고 싶지가 않았지만, 비가 자꾸 굵게 떨어져서....
 

 

안내판이 있는 곳 즉 입구에서 뒤를 돌아 보니, 정부청사가 바로 보이고, 이곳은 바로 '세종로 공원'이었어요.
그러니까 결국 저는 뒤에 있는 개구멍같은 곳으로 들어간 셈이었지 뭐예요. 에구 ~~~
하지만, 어디로 들어갔든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ㅎㅎㅎ
 
비오는 서울거리에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좋은 선물을 받고 기분 좋게 다시 빗속을 걸어 모텔로 돌아갔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