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와 있는걸까 / 조세핀 김
지나온 길을 돌아봐야 할 때인가 앞으로 갈 길을 내다봐야 할 때인가 참으로 어정쩡한 나이에 이젠 더 이상 인생의 목표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겠다며 벌써 지난날을 마무리 지으려는 친구들도 있다 아니 벌써 무대에서 내려가야 한단 말인가 구석에 엉거주춤 서서 화려한 라이트 한 번 받아 본 일 없고 그 흔한 꽃다발 한 번 받아 본 일 없이 주연 배우 노릇 한 번도 못 해 봤는데……
그동안 눈먼 욕심에 하나 둘 사 모았던 자질구레한 것들이 하나도 쓸모없는 것으로 보여 꼭 필요한 것만 빼고는 모두 인터넷 거라지 세일에 내 놓았다는 친구 이젠 예쁜 걸 봐도 앞으로 얼마나 더 쓰겠다고 새삼스럽게 새 물건들을 사겠느냐며 요즘 애들은 물려주는 거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그래서 사고 싶은 욕심도 없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친구 남편을 하루아침에 심장마비로 잃고는 아끼던 모든 것들을 주위에 다 나누어 주었다며 세상 참 허망하다고 한숨짓는 친구 암 수술을 하고 나서야 물질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명품 좋아하던 친구
어찌 보면 삶의 본질을 깨달은 거 같기도 하지만 세상 다 산 것 같은 그들의 허탈한 표정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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