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어디쯤 와 있는걸까

doggya 2009. 5. 13. 08:31



      어디쯤 와 있는걸까 / 조세핀 김


      지나온 길을 돌아봐야 할 때인가
      앞으로 갈 길을 내다봐야 할 때인가
      참으로 어정쩡한 나이에
      이젠 더 이상 인생의 목표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겠다며
      벌써 지난날을 마무리 지으려는 친구들도 있다
      아니 벌써
      무대에서 내려가야 한단 말인가
      구석에 엉거주춤 서서
      화려한 라이트 한 번 받아 본 일 없고
      그 흔한 꽃다발 한 번 받아 본 일 없이
      주연 배우 노릇 한 번도 못 해 봤는데……

      그동안 눈먼 욕심에
      하나 둘 사 모았던 자질구레한 것들이
      하나도 쓸모없는 것으로 보여
      꼭 필요한 것만 빼고는
      모두 인터넷 거라지 세일에 내 놓았다는 친구
      이젠 예쁜 걸 봐도
      앞으로 얼마나 더 쓰겠다고
      새삼스럽게 새 물건들을 사겠느냐며
      요즘 애들은 물려주는 거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그래서 사고 싶은 욕심도 없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친구
      남편을 하루아침에 심장마비로 잃고는
      아끼던 모든 것들을 주위에 다 나누어 주었다며
      세상 참 허망하다고 한숨짓는 친구
      암 수술을 하고 나서야
      물질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명품 좋아하던 친구

      어찌 보면 삶의 본질을 깨달은 거 같기도 하지만
      세상 다 산 것 같은 그들의 허탈한 표정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






'조이의 글들 > 삶이 스쳐간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용서를 구하며  (0) 2009.05.23
가로등  (0) 2009.05.16
봄은 어디에  (0) 2009.04.03
별똥별  (0) 2009.03.29
활화산  (0) 2009.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