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서 조국(祖國)을 보다 / 김진학 젖은 노을이 있는 갯둑에 앉아 내 아버지 내 할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자리하나 깔고 머리만 남은 광어란 놈이 입을 꿈뻑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주잔을 든다 광어는 바다가 조국(祖國)이고 바다는 조국이 없다 *여자는 조국이 없다는 어느 *철학교수의 말처럼 노을도 조국이 없는지 마음만 흔들어 놓고 간다 여자는 조국이다 남자들은 여자의 조국에 서서 여자는 조국이 없다고 힘의 철학을 논한다 그건 언어의 마술이다 막소주에 취한 남자들의 조국에는 재잘재잘 개펄냄새가 난다 여자가 조국(祖國)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닫히고 소주잔을 내리고 내 아버지 내 할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일어선다 그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 내 작은 조국을 찾아 * 김영민 교수는 그의 저서 ‘동무와 연인’에서 “조국은 남자의 발명품이다. 조국(祖國)은 말 그대로 ‘할아버지의 나라’이지 할머니의 것이 아니다. 광개토대왕의 조국이든 윤도현의 조국이든, 혹은 유관순의 조국이든 그것은 죄다 남자의 것이다.(스무 살의 내가 군대에 가기 싫었던 이유는, 내 실존이라는 모처럼의 ‘발전’을 특별히 조국이라는 ‘발명’속에 구겨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효도가 부모님들의 발명품이고 우정이 약소자(弱小者)의 발명이며 연애가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사실과 다름이 없다. 조국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작위이긴 하지만 특별히 여자에게는 워낙 조국이라는 게 없다.”라고 설파하였다. -김영민 교수의 동무와 연인- 본문 중에서 * 김영민 교수 한일장신대학교 인문사회과학부 철학전공 부교수 저서/<서양철학사의 구조와 과학><탈식민성과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 <동무와 연인>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포구에서 조국(祖國)을 보다
2012. 7. 1.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