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그네님의 발자취

천관산

doggya 2015. 10. 26. 09:03

 

이 글 어젯밤에 쓴 거 다 날리고 다시 쓴다.

그러니까 나 그네는 천관산을 한 번 가서 세 번 본다는...이상한 논리다.

 

아직도 그 곳에 선양 눈을 지그시 뜨고 바라 본다.

괜히 배부르는 너른 벌판

치열하게 살아 낸 민초들의 삶이 문득 생각나는 곳이다.

가을 하늘과 억새가 잘 어울린다.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이...

나 그네 또한 자연에 위로 받았다.

 

이 곳이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아마도 조정래님의 태백산맥 - 아리랑의 영향이리라.

우리 국토와 그 곳에 사는 민초들의 애환과 삶을 그 분처럼 잘 그려낸 작가도 없으니.....

이번산행에서의 숙제는

다시 책을 읽자.

태백산맥을....

80년대 후반에 읽고 90년대 후반에 읽고....세 번째다.

활자는 작고 책은 누렇게 바랬지만

"그려, 고단할 것인디 한숨 푹 자. 그 새 아그덜도 불러오고 따순 밥도 해놀 것잉께"

맛깔스런 대화를 듣는 양 읽어야지.

근데 열 권을 언제 읽지?

 

헉~~

출근 시간이다.

저녁에 또~~~

아침에 이어서 쓴다.

 

 " 이제 자긴 그냥 자도 돼,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니까 나 혼자 갈 수 있어."

혼자 산에 다니는 게 은근히 미안했던터라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결과는 도로아미타불이다.

 내편이가 깨워서 일어났으니....ㅠ.ㅠ

 시청 정문 쪽으로 갈까하다 공원 쪽으로 왔더니 차가 보인다.

 "앗싸~~~"

기쁨도 잠시 온 몸의 근육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다.

잠이 덜 깨서인 거 같은데....전에는 정신이 몽롱해도 몸은 굳건했던 거 같은데 이젠 그 반대이다.

차 에 타니 스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난 어쨌거나 7시간은 자야 해.' ㅎㅎ

멀미약 챙겨 먹고 비몽사몽 잠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산에 갈 때는 화장실마다 다 가니까 분명 내렸을텐데 기억에 없다.

사진이 있으니 더 분명하건만....

덜 깬 잠을 깨워 주는 건 역시 자연인가 보다.

싱싱한 단풍에 눈이 번쩍~

누군가 단풍은 그 식물의 본래의 색이라고 했다지만..식물이 엽록소 작용없이 살 수 없을테니 난 그 말에 찬성하지 않는다.

힘찬 출발~

산 초입이 숲이라 좋았다.

그것도 싱싱한 동백나무가 많았으니 더욱 더~~~

머위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름을 알면 알려 드리겠당.

늠름한 소나무인 줄 알았는데 ...수령이 620년 이였다는데 더 이상 나이를 셀 수 없게 되었다.

매끈한 동백나무 줄기...혹시 베롱나무랑 친구 아닌가? 둘 다 배끈하니까....하하~

누구나 초반에 고전하는 건 몸이 풀리지 않아서일거다.

그치만 난 바스락 대는 낙엽 소리에 탭댄스라고 추고 싶었다.

잠깐이지만....

"어이, 거기 낭자들~~~" ㅎㅎ

우리가 가야할 산, 바위

듬직한 바위

세월도 품고 자연도 품고...낮에는 햇님의 열기를 품고 밤에는 달님의 냉기를 품는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동자승의 형상을 보았다.

대화

피카소가 전생에 여길 다녀가지 않았나??? 작품의 영감을 여기서 받았을 거 같다.

며느리밥알풀꽃

슬픈 이야기를 품고 있는 꽃이지만 가을산에서는 홀로 빛났다.

잠시나마 내 마음에 들뜸을 준 꽃.

"얘개~ 겨우 밥풀 두 개?"

하던 지인이 생각난다. 하하~

아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같은 바위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듯 나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겠지?

개구리 고향이 많이 보이네.

물웅덩이..

용담.

꽃이 폈으니 용담이 확실하다.

꽃이 안 핀 건 과남풀꽃이라나..

그럼 이것도 안 폈음 과남풀인가?

난 모르겠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얌냠~

우걱우걱 먹다보니 너무 먹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내려다 본 풍경.

나 얼마나 하찮은가 싶다.

구절초

이제 귀한 꽃이네.

억새와 산과 바다와 섬이 어울린 풍경.

저 너른 벌판에서 풍악을 울리며 수확하는 기쁨을 맛 본 나는 구세대? 아님 복 받은 세대?

학교 파하고 가다가 새참 얻어 먹던 기억이 어제인양 생생하다.

빨간 열매.

기억이 안나네..흑~

청미래덩굴?

 우리가 가야할 천관산

김유신과 천관녀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는 곳.

그 이야기의 낌새는 없고 웬 블랙야크 깃발만 펄럭이더라. (ㅠ.ㅠ)

 

천관산 정상

하산하며 기념촬영하는 우리 일행들..

우리가 걸었던 길을 둘러 보며 ...

저 황금들녘에 나무 한 그루 심지 않고 땡볕에서 일했던 건 곡식 한 알이라고 더 얻기 위해서 였다는데...

괜히 코 끝이 뭉클해졌는데 이때부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산에 다니면서 이렇게 아파 본 건 처음이다.

다행히 평지에 오니 다리 통증은 엷어졌다.

난 또 언제 아팠냐는 듯 사진을 찍는다.

누가 보면 미련하다고 하겠지.

 

수국

씨앗이 맺히면 그러니까 수정이 되면 이렇게 꽃송이가 아래로...

이젠 벌과 나비를 모을 필요가 없다는 거겠지.

갯내음이 나는 벌교

세발낙지.

낙지 잡아서 두어 개 떼어 먹고 놔 줬다가 다시 두어 개 떼어 먹고....

'너무 잔인한가? 아님 좋은 생각?'

 

난 숟가락으로 까는데 꼬막 까는 도구가 있네.

꼬막.

근데 너무 짜요.

가서 한 번 씻어 먹으면 딱 맞을 듯....

비몽사몽...

들린 곳.

오수?

어?

오수의 개...

주인 구하느라 자기 몸에 물을 묻히고 불을 껐다는....

우리 퓨는 나만 산에 가면 현관문 앞에서 대 자로 뻗어서 기다린다는데 오수의 개 못지 않은거지. ㅎㅎ

 

이상 나 그네의 천관산 산행기였슴돠~~

 

 사진제공

으라차님

감사합니다!

 

 

사진제공

강산애님 (맞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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