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미국 다른 지역들

오로라를 찾아서 북극으로 - 에스키모로 오해받은 날

doggya 2006. 4. 28. 12:25

오로라를 보러 가려고 틀어 놓았던 시계의 알람이 울렸었는지, 아니면 그냥 누르고 또 잤는지의 기억조차도 없이 눈을 떴을때는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올라 있었어요.
아마도 어제의 쇼크가 지나고 나서 온 몸과 마음의 긴장이 모두 풀렸었는가 봅니다.
그러나 .....
아이구 억울해라 ~~~~~ 그렇게 벼르고 계획했던 오로라를 못 봤네요.


데스크에 물어보니 어젯밤에는 구름은 없었지만 오로라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좀 덜 억울했지요.

 

오늘낮엔 뭘 해야하나?

이리저리 생각끝에 다운타운에서 열리는 북미 개썰매 챔피온대회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걸 구경하러 나가기로 했어요. 

 

 

      시내를 가로질러 경기코스를 만들기 위해서 눈을 퍼다 쌓아서 만든 길이예요.


오은 지난 이틀과는 사뭇 다른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어요. 말하자면 말라스카의 본때를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수은주는 화씨 영하 20도(섭씨 영하 30도 정도)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도시전체에 불어대는 바람은 칼날같은 매서움에 모든것을 날려버릴 것같은 무서운 기세였어요.

 

그 살을 에는 것 같은 추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응원도 하고 구경도 하고, 또 유럽에서 온 TV 취재차들이 군데군데서 열띤 취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여서 차가운 바람속에서도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털모자를 눌러쓰고 덜덜 떨고 있는 내 모습이 에스키모로 보였는지, 유럽에서 온 취재원이 웃으며 저를 향해 카메라를 계속 돌려대더군요.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며 씨~~익 웃어 주었지요.
아마도 지금쯤은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에스키모로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ㅎㅎㅎ

 

 

차위에 있는 것이 경기자가 타는 썰매이고 그 썰매에다 개를 묶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네요.

 

 

                                   개를 실어 나르는 차예요.

 

 

           후보선수인지 다들 나가고 혼자 남겨진 개 한마리가 불쌍하게 보이더군요.

 

여기저기서 개들이 짖어대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열기는 대단했어요. 라디오에서 중개를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지 돈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보였지요. 

 

 

출발점에 서있는 한 팀인테 제일 앞에 있는 개가 대장인데,  굉장히 영리해서 주인의 의사를 따라 그대로 움직이면서 다른 개들을 이끄는 걸 보고  놀랐어요.


이 경기의 코스는 도심지의 길을 눈으로 채워서 썰매가 달릴 수있게 해 놓았는데, 한번 돌아오는 데 30마일(48Km)이라고 하더군요.

매일매일 경주를 하며 사흘동안 달린 기록을 모두 합계해서 점수를 매긴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여자선수들도 몇명 끼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내놓은 손은 금방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나중에 보니 빼꼼하게 내 놓았던 얼굴의 한 부분에 동상을 입었더군요.

 

 

                      코스를 돌고 콧김을 풀풀 뿜으며 돌아오는 팀.

 

 

 

경기후에 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코에서 김이 풀풀나는 걸 식힌 후에 먹을 것을 주니 아주 잘 먹더군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개장에 실려진 개의 표정이 너무나 쓸쓸하게 보였어요.

 

 

                 이렇게 한마리씩 넣은 개집을 차뒤에 싣고 다니고 있었어요.

 

경주가 모두 끝나고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노천온천에를 가기로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실제 거리는 약 60(96Km)마일정도 밖엔 안되어서 보통 길에서는 한 시간정도의 거기지만, 눈이 깔린 미끄러운 산길에서는 2시간보다 빨리 간다는게 무리였지요.


도심지에서 동쪽으로 있는 강줄기를 따라 깊은 산속에 있는 이 온천은 주주중의 한 사람이 일본사람이라서 그런지 일본의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영어와 함게 일본어로 팻말이 써 있었어요.


실제로 일본사람들이 많이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내에서나 호텔에서 좀 고급 식당에를 가면 으례 묻지도 않고 친절하게 일본말로 씌여진 메뉴를 가져다 주더군요.
그러면 나는 아주 미안하게 영어로 쓰여진  정규메뉴를 달라고 다시 청하지요. 그런일이 몇번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사람이 아니라고 팻말을 붙이고 다닐까도 생각했었지만.....

 

 

이곳은 Chena Hot Spring Resort 인데, 유황온천이었어요.
입장료는 $10 밖에 안 하지만, 타올을 빌리는데는 $5 씩이나 하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타올은 꼭 가지고 가야할 일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요. 
온천에 곁들여서 산속에 아주 조용한 호텔도 있었지만, 워낙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라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이 느껴졌어요. 

 

이 온천의 역사를 간단하게 말 할 것 같으면, 1904년에 미국 지질탐사연구소의 일원이었던 Robert 와 Thomas Swan 이 Chena 강의 상류 골짜기에서 김이 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겨서 찾아왔다가 온천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이때는 본격적으로 온천이 개발되지는 않았다고 해요. 


그러다가 1905년 8월달에 이 두사람이 광산에서 힘든 일을 하다가 여기저기 쑤시는 몸의 통증을 줄일 곳을 찾다가 이곳 온천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됐다고 하며, 1911년 경에는 완전하게 시설을 갖춘 온천으로써의 금광열기로 전국에서 몰려든 광부들의 휴식처로 애용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미국 정부에서 이 온천의 물을 분석해 본 결과 미국의 다른 온천들과는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는 보헤미아( Bohemia) 의 Carlsbad 에 있는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유명한 Felsenquelle 온천의 물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위와 눈으로 둘러 쌓인 온천에 누워 하늘을 보는 기분이 아주 좋더군요.


물 밖으로 내 놓은 부분은 금방 얼어버릴 정도로 밖은 추웠어요.

이 온천의 특색은 바위를 둘레에 싸놓은 노천온천인데, 주위에는 눈이 하얗게 싸인 산이 둘러싸여 있고, 차츰 날이 어두워지자 하늘을 보고 물에 누워서 하늘에 총총이 떠 있는 별과 달을 보는 멋 또한 괜찮았어요.


낮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고 저녁에는 연인들이 많이 온다는데, 과연 여기저기 바위틈에 끼어서 껴안고 키스하는 쌍들이 많아 눈길을 피하느라 혼났지요.

 

탈의실에서부터 온천물까지 가는 거리는 비록 10 미터정도 밖에는 안된다고 해도 맨발로 얼음과 눈으로 덮힌 길을 섭씨 영하 30도의 추위와 바람속을 수영복만 입고 가야한다는 건 마치 고문과 같았어요. 
모두들 그냥 이를 악물고 전속력으로 달립니다. 예외없이...
그리곤 물에 들어앉으면, 탄성이 저절로 나오지요.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머리에 달라 붙어 금방 하얗게 서리로 변해서 온천에 들어 앉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두들 파파 할아버지, 할머니로 변해버리게 돼서 서로를 보면서 웃느라고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이었어요.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는 왠만한 수영장 크기정도가 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수영을 할 수 있는데, 생전처음으로 뜨거운 물에서의 수영도 괜찮더군요.


그리고 머리가 물에 젖으면 그냥 그대로 얼어, 금방 팝시클(아이스케키)이 돼버려요. 젖은 머리를 위로 올려 뿔처럼 얼려가지고 앉아 있었더니, 사람들이 보고 막 웃더군요.비록 곁에 연인은 없었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하고도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제의 교통사고로 여기저기 쑤시고 뻐근했던 삭신이 노골노골해지는 것 같았지요.
아... 오길 잘했구나...

 

그런데 어두운 길을 돌아갈 일을 생각하니 참 걱정스럽더군요. 바람은 점점 더 세지고, 길은 꽁꽁 얼어 그 위로 눈이 휘날리고.
갈때보다도 더 천천히 엉금엉금 기듯이 산을 내려와  호텔의 식당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는 차비를 차리고 도심을 벗어나 오로라를 보려고 작정을 하고 떠났어요.


보통 저녁 10시부터 새벽 3시 사이가 오로라가 나타나는 시간이라고 해서 그 시간에 맞추느라, 그리고 사방이 탁 트인 좋은 장소를 찾느라 1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드디어 좋은 자리를 발견했어요.
온천에서 너무 신나게 놀아서 인지 아니면 밤이 늦어서 인지 피로와 잠이 몰려오는 것을 커피 한잔으로 꾹꾹 눌러가며 눈을 부릅뜨고  이제나 저제나 하늘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앞에서 보여야할 오로라가 뒤에서 나타나지 뭡니까?
빨강파랑 화려한 색깔이 번쩍번쩍....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아니... 그건 오로라가 아니고 경찰차 !!!!
그 자리에  주차를 하면 안된다나?
이유는 혹시라도 그 자리에 서있다가 달리는 차들이 못 보고 사고를 낼까봐 안전한 자리를 알려주겠다고 따라 오라고 하더군요.
결국 친절한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안전하고 좋은 자리로 옮기고 나서, Godd Luck! 을 연발하는 경찰과 바이바이를 하고는 또 다시 북쪽 하늘을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했어요. 

 

다음에는 아름다운 오로라를 보여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