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수필

힘든 시기에 행복을 주었던 노래

doggya 2006. 10. 17. 00:57

힘든 시기에 행복을 주었던 노래 / 조세핀 김

 

 

난 지금도 Chris De Burgh 의 Lady In Red 를 들으면 가슴이 뛴다. 아니 노래 전체가 아니고, 전주만 흘러 나와도 한숨을 깊이 쉬는 버릇이 있다.
마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듯이……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지만, 대형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 그만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지면서 거의 숨을 멈출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감정이란 너무나 기뻐도, 너무나 행복해도 슬퍼지는, 참으로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걸 그때 느꼈다.

 

힘든 이민생활에서 그래도 장래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하고, 아침 일찍이면  잠도 눈으로 학교로 향해야 했던 어려운 시기였지만, 노래를 들을때 만은 너무나 행복했었다.

 

내가 노래를 처음 들은 ,  그때 웨이트레스로 일하고 있던 식당에서 였다.

시카고의 다운타운에 위치해 유명한 인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꽤나 알려진 고급식당이었는데,  유명세를 이용해서 주말이면 식당이 끝나고 나서 새벽까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던 그런 곳이었다.

 

보통은 식당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 파김치가 몸을 침대속으로 쑤셔 넣는 것이 일과였는데, 날은 마지막 손님이 늦게 자리를 뜨는 바람에 클럽이 시작하는 시간까지 본의 아니게 머물게 됐다.

테이블을 모두 치우고,  아래층에 댄스 플로어가 마련되자,  스피커에서 그날의 음악의  전주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만 숨이 멎어 버린 것이었다.

마치 천년을 찾아 헤매던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서 보았을때 처럼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리곤 몸의 맥이 빠져 그냥 조용히 의자에 앉아 넋을 잃고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마자 단숨에  DJ 실로 뛰어 올라가 제목이 뭔지 가수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그때는 음반하나 만한 여유가 없어 일하는데서 듣는게 고작이었고, 그 애 태우던 안타까움도 지금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가끔씩 아니지만, 뇌물을 주며 DJ 에게 노래를 부탁했고,  어떤   내가 손님때문에 늦게 까지 남아 있는 걸 보면 슬며시  Lady in Red 나한테 선물로 틀어 주곤 했었다.

 

어느 ,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시간이 남아 그냥 잠깐 구경이나 하자고 들렀던 백화점에 걸려있던 빨간 원피스는 다시 한번 가슴을 뛰게 했엇다.

그걸 형편도 그걸 입고 곳도 없는, 일과 학교를 오가는 짜인 생활이 전부인 였지만,  그냥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에이…… 한번 입어나 보지, . 그리곤  사면 아냐 ……”

그러나  입어만 보고 말리라는 결심을 그대로 지킬 수가 없었다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

앞뒤를 돌아보고 그냥 사서는 기쁜 마음으로 학교로 돌아 가면서, 손에 들린 쇼핑 빽과 주머니의 무게를 느낀 순간, 그 옷을 입어 보았던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하지만, .돌려 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노는 하루 일하지 …… 그런 생각으로.

 

주말에는 일이 끝나고도 일부러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구석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  DJ 예외없이 노래를 첫 음악으로 틀어 주었다.

Chris De Burgh  Lady In Red    대형 스프커에서 마루를 울리며 흘러 나올때,  나는그 빨간 원피스를 입고,  혼자  플로어에 서서 눈을 감고 음악에 취해 있었다.

마치......  아주 오랫만에 만난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있는 듯 황홀한  기분으로 

 

"I Love You"

제일 마지막에 낮게 속삭이는 이 한마디는 아직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주제 : 지금 당신의 블로그 배경음악은 무엇인가요? [오늘의 한마디]

<아띠문학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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