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오렌지 밭의 슬픈 노래

doggya 2009. 1. 6. 05:07



      오렌지 밭의 슬픈 노래 / 조세핀 김

       

       

      한때

      노란 태양을 먹고

      태양을 닮은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오렌지 밭을

      가슴에 품은 나는

      아주 행복했었답니다

       

      가랑비에 몸을 적시고

      햇살의 애무를 받고                                                    

      밤 벌레의 노래를 들으며

      별님하고 사랑을 속삭였으니까요

       

      그 밭은 지금 자취도 없고

      오렌지 따던 인부의 손엔 삽 들리워지고

      오렌지 봉투 흔들며

      지나가는 차 창을 향해 미소 짓던 그 얼굴엔

      공사장 훍 먼지 잔뜩 묻힌 채

      흰 이빨 드러내고  웃고 있답니다

       

      오렌지 밭을 안고 있던 내 가슴은

      황량한 벌판이 되었고

      그 위에 벌집 같은 집이 세워져

      주위엔 하룻밤 새에 자라는

      조화 같은 꽃들이 심어졌지요

      그러나 아무리 예쁜 꽃을 봐도

      이젠

      전 처럼 행복하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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