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노란 태양을 먹고 태양을 닮은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오렌지 밭을 가슴에 품은 나는 아주 행복했었답니다 가랑비에 몸을 적시고 햇살의 애무를 받고 밤 벌레의 노래를 들으며 별님하고 사랑을 속삭였으니까요 그 밭은 지금 자취도 없고 오렌지 따던 인부의 손엔 삽 들리워지고 오렌지 봉투 흔들며 지나가는 차 창을 향해 미소 짓던 그 얼굴엔 공사장 훍 먼지 잔뜩 묻힌 채 흰 이빨 드러내고 웃고 있답니다 오렌지 밭을 안고 있던 내 가슴은 황량한 벌판이 되었고 그 위에 벌집 같은 집이 세워져 주위엔 하룻밤 새에 자라는 조화 같은 꽃들이 심어졌지요 그러나 아무리 예쁜 꽃을 봐도 이젠 전 처럼 행복하지 않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