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어떤 해후

doggya 2008. 12. 31. 05:01

어떤 해후 / 조세핀 김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그 옛날 우리가 손이라도 잡았었는지
그냥
얼굴만 보고도 좋아서 마냥 웃었었는지

잊고 살아 온
그 기나 긴 시간을 비집고 찾아온 당신
죽을 것 같은 경련이 심장에서 일어납니다
다시 또 옛날처럼
날개저어 훌쩍 사라져 버릴까봐
급한 마음에 얼른 손을 뻗어 봅니다

아,
이게 신의 장난이 아니라면……
빌어보고 싶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의 가을
당신이라는 꽃으로 장식할 수 있게

오랫동안 참았던
기나 긴 한숨 속에
당신의 뽀오얀 얼굴이 스치며
아직도 당신에게로 달려가고 있는
내 마음을 어떻게 붙잡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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