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의 죽음 / 조세핀 김
어둑어둑해 지는 산 길에서
쌩하고 바람 가르며 지나가는 SUV
공연히 심술 나 꽁무니에 대고 눈 흘겨 본다
조금 가다 보니
신나게 달리던 그 얄미로운 차
길 옆에 비상등 켜고 세워져 있어
왠일인가
창문 열고 목 빼어 내다보니
바퀴 밑에 누운 노루 한마리
바르르 떨며
끊어지지 않는 목숨과 싸우고 있다
죄 지을 일도 없을 이 산중에서
전생의 업이련가
아니면
가족두고 가는 안타까움인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저토록
힘들게 줄다리기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