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으로 만난 너와 나 / 조세핀 김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 다음 날굴뚝 위에 앉아 졸던 다람쥐 한 마리가스를 먹었는지실족을 했는지 그만벽난로로 떨어지고 말았다아니 ……여기가 어디야아니 ……넌 누구야서로의 시선을 맞추고 한참 신경전을 벌였다어떻게 봐도 분명히 너는 불청객고만 나가 주어야겠다아무리 애원을 해도 우린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된다할 수 없지 보디랭귀지를 쓰는 수 밖에……빗자루를 거꾸로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내 모양이 우습지도 않은지겁에 질린 다람쥐라는 녀석덩달아 뛰면서 꼬리 털을 세우고 흰 이빨을 드러낸다도망갈 구멍을 마련해 주어야지뒷 문 열어 놨잖아무언의 대화가 한참 오간후선반 위의 그릇 한 개 떨어 뜨려 깨고는꽁지야 나 살려라열어 놓은 문으로 뛰어나가눈 위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며날 노려 본다얘야추위에 내 쫓아 미안하지만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