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 김진학
당신을 보며 죽음을 생각합니다
내 세포하나하나에 박혀 있을 당신의 유전자를 생각합니다
용변을 받아내고 정신이 없으면서도
내 얼굴을 알아보는 당신은
시간의 외로움에 묻혔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납니다
여든 중반의 굴곡이
취한 시간들 사이에서 까마득히
당신의 젊은 날들로 거슬러 오릅니다
지친 듯 아물거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묵주알은 하나도 늙지 않은 모습으로
앙상한 손끝에서 돌아가고 있네요
당신이 올리는 기도의 힘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시간이 없는가봅니다
열린 창으로 불어오는 가까워진 이별의 침묵
내 안에 새겨진 당신의 유전자를 하나씩 꺼내어
눈물에 담글 시간입니다
그건 떠난 이의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처럼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나를 두고 떠날 것입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신
당신은 떠날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또 당신의 갈증으로 오래 아파할 것입니다
아마 내가 당신처럼 떠나는 날까지
통증은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는데
그 때는 아마 내가 흘린 눈물 중에서 가장 진한눈물을
흘리겠지요
사흘 만에 처음 웃으셨고
사람을 못 알아보다가 나만 알아본다는
도우미의 말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그게 당신과 나의 모진인연입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