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으로 사연이 많은 날이었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좋았던 알젠티나에 대한 인상에 먹칠을 한 날이기도 했지요. 진짜로 먹칠이요 ~ ㅠㅠ
오늘은 주말이라서 일주일에 한 번 열린다는 벼룩시장에 가보기로 했어요.
한 시간 정도를 걸어야 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뭐 ~~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요. ㅎㅎㅎ
호텔에서 조금 걸어 나오니 국회 의사당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어요.
그리고 그 앞으로는 공원의 역할을 하는 녹지가 조성되어 있어 날씨가 좀 덥긴 했지만 나무 그늘로 걸어가는 길이 쾌적하게 느껴지더군요.
시내의 중심지이다 보니 관광객들도 눈에 많이 띄고요.
나도 그 사이를 열심히 두리번 거리면서 걸었어요.
입고 있는 쟈켓이 덥게 느껴져 잠깐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물도 마시고 숨도 돌리면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이 그런대로 멋있게 보이네요.
참 평화로워 보이지요?
하지만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이 평화로워 보이는 길에서 어이 없는 일을 두번이나 당했다는 거 아닙니까 ~~~ ㅜㅜ
지나가면서 보이는 건물들은 관공서가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이 건 국방부 건물인데 앞에 탱크가 전시되어 있는 걸 보고 알았지요. ㅎㅎㅎ
하지만 관공서 건물들은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들이 아니고 옛날의 건물을 그냥 쓰고 있어서
창문마다 에어콘이 매달러 있는 것이 이례적으로 보이더군요.
마침 일요일 아침이라서 가는 길목에 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유서 깊은 성당에서 성가가 울려 나오기에 들어가 보기로 했어요.
초대형의 건물은 아니었지만 옛것이 그대로 보존되고 또 한 구석에서는 보수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그럼 ~ 인사도 했고 기도도 간단하게 했으니 바빠서 이만 갑니다 ~ 제가 가는 길을 잘 보살펴 주세요 ~~
성당에서 나오자 바로 앞에 내가 어제 그렇게도 찾던 가격이 저렴한 이층 시내 관광 버스가 보이는 거였어요.
하지만 아직도 저 버스가 어디에 서는지 알 길은 없었고 또 이미 비싼 돈 주고 시내 구석구석을 다녔으니 더 이상 알 필요도 없었지요.
이 건물도 관공서 인 거 같은데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내부 관광을 하려고 서 있더군요.
그렇지만 나는 시장 구경이 더 재미있다 ~~ 하고는 열심히 지도를 보고 걸어 갔어요.
지도를 잘 못 보는 바람에 좀 돌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벼룩시장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
내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벼룩시장은 아니었어요.
싸구려 수입품들과 주로 관광객 상대로 마테 컵을 놓고 파는 가게가 주를 이루고 있었지요.
그래도 ~~ 하는 기대로 몇 블락을 걷다가 기대할 것도 없고 신기한 것도 없고 해서 그냥 돌아가기로 했지요.
오늘의 얘기는 여기서 부터 시작이랍니다. 들어 보실래요?
한참을 걷고 있는데 머리와 등에 뭔가가 떨어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물 같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높은 건물에서 장난질 친게 아닐까 ~ 하고 생각했지요.
바로 그 때 왠 어수룩하게 생긴 여자가 와서 휴지를 들고는 등을 막 닦아주는 거였어요.
너무나 공교롭게도 시간이 딱 맞더군요.
입고 있던 방풍용 방수로 된 얇은 자켓을 벗고 보니 시커먼 먹물같은 것이 머리와 등에 묻어 있었어요.
아주 친절하게 막 닦아 주면서 근처의 공동 변소로 가서 물로 닦아야 겟다는 거였어요. 여기서 ~ 음 ? ~ 이상하다 ~~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는 공동변소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경계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그 때 바로 앞으로 어떤 남자가 물병을 가지고 걸어가는 거였어요.
물병은 관광객이나 들고 다니지 현지인은 안 들고 다니는데 그것도 이상하게 생각이 되대요.
이 친절한(?) 여자분이 그 남자를 부르면서 물을 좀 달라고 하는 거였어요.
이 친절한(?) 남자분 다가와서 원하지도 않는 내 손에다 물을 부어 주겠다고 손을 내밀라는 거였어요.
그 때 저는 두 손으로 양쪽 주머니를 꽉 잡고 있었거든요.
이 때 떠오르는 생각 ~ 두 사람이 한 패구나 ~
그리고 내 주머니나 가방을 털려고 하는구나 ~
내 호텔이 가까우니 거기 가서 씻을테니까 고만두라고 얘기를 했지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닦아주는 거였어요.
나중에는 막 화를 냈더니 어쩔 수 없이 둘 다 물러서더군요.
소지품을 다 뒤져 보니 없어진 건 없었고 돌아 보니 그 둘은 하늘로 날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어느새 자취를 감췄어요.
그리고 또 걸어 가는데 또 한 번 똑같은 일을 당한 거에요.
한 두어 블락을 걸어 간 다음에 일이지요.
또 똑같이 뒤에서 먹물을 뿌리고는 다가와서 닦아 준다고 친절을 베푸는 거였어요.
또 당하겠어요?
이번에는 처음부터 다가온 친절한(?) 여자분한테 막 화를 냈지요.
가까이 오지 말라고... ㅎㅎㅎ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걸어가더군요. 그 연기력은 정말 무대에 서도 될 정도였어요.
이렇게 호텔로 돌아와 물로 닦고 머리도 감고 기분이 전환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또 나갔지요.
기분이 상한 채로 걸어가는 도중에 길에 만들어져 있는 탱고 스텝을 따라서 몇 번 밟아 보고는 기분이 풀렸지요. ㅎㅎㅎ
여러분도 한 번 해 보셔요. ^+^
호텔에 물어서 일부러 찾아간 이 곳은 '엘 아테네오 스플렌디드' 라는 곳이에요.
친구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거든 이 곳을 꼭 찾아가 보고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부탁한 곳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알아 내는데 한참 걸렸어요.
책방 같이 보인다구요?
맞아요. 그런데 그냥 평범한 책방이 아니었어요.
이 곳은 예전에 극장으로 쓰이던 곳을 책방으로 개조해서 그 내부구조를 손 대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거였어요.
객석이 있던 곳에는 책꽂이 만들어 책을 진열해 놓았기에 책을 찾기 위해서는 이층 삼층으로 올라가야 하지요.
옛날에는 꽤나 화려한 극장이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규모가 꽤나 큰 극장이었겟지요?
그 규모와 아름다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마음에 들더군요.
천정을 한 번 올려다 볼까요?
여기저기 벽화도 그대로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천정에 있는 벽화였지요.
그럼 객석은 그렇게 한다치고 무대는 어떻게 했을까요?
무대는 카페로 쓰이고 있었어요.
기분만 안 그렇다면 나도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갈 길도 멀고 ~~~
다시 한 번 실내를 둘러 보고는 밖으로 나왔어요.
밖으로 나와 다시 한 번 전면을 보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어요.
이번엔 어디로 가느냐고요?
바로 여기에요.
이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최고의 부자들이 쉬고 있는 곳이지요.
정문은 공사중인 관계로 옆으로 돌아가 뒷문으로 들어갔어요.
입장료는 없구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좌우로 보이는 광경이에요.
이렇게 좁은 골목길도 있고요
이렇게 비싸게 보이는 장식품으로 장식해 놓은 곳도 보이고요.
무언가 스토리가 있는 거 같은 조각품도 보이네요.
이쯤이면 제가 어디에 와 있는지 짐작이 되시겠어요?
맞아요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최고의 부자들만 들어 온다는 공동묘지에요. ㅎㅎㅎ
이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을지 짐작이 가질 않네요.
부의 정도에 따라서 커다란 저택 사이즈도 있고 이렇게 작은 사이즈도 있었어요.
그리고 후손도 거기에 큰 몫을 차지하더군요.
후손이 없어 보이는 이 묘는 쓰레기가 여기저기 있었고 또한 유리문도 깨져 있어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요.
혹시 저 관뚜껑을 열고 삐그덕 나오는 건 아닐까 ~~ 얼른 발걸음을 옮겼어요. ㅎㅎㅎ
가만 ~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ㅎㅎㅎ
그런가 하면 이렇게 후손이 있어서 관리인들이 청소도 하고 깨끗하게 유지해 주는 걸 보니 두려운 생각도 덜 들고요. ㅎㅎㅎ
이렇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다니는데는 이유가 있답니다.
제가 찾는 것이 있지요.
바로 이 곳이었어요.
상당히 큰 묘지를 다 헤매고 다녔지만 이렇게 꽃이 놓여 있는 곳은 이 곳이 유일한 곳.
짐작이 가세요?
맞아요 ~~
"알젠니타여 날 위해 울지 말아요" 의 주인공 에바 페론의 묘지에요.
여기에 안치되기 까지 참으로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쳣더군요.
그럼 다음에는 저와 함께 에바 페론의 묘지를 비롯해서 부자들의 죽은 다음의 세계를 한 번 구경하실까요?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며 바람이 스산하게 불고 하늘은 하주 짙은 회색으로 물들어 있는 오늘.
묘지 구경에는 아주 제격인 날이 아니고 뭐겠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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