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며칠동안 묘지의 사진들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그래서 며칠을 미루어 오다가 드디어 정리를 했는데 묘지 안에서만 찍은 사진이 약 300장 정도였어요.
그걸 다 보여드릴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 ~~
다른 곳과는 다른 특이한 것만 골라봤어요.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스산하게 바람이 불긴 하지만 함께 가보실까요?
겁나시면 제 뒤에 꼭 붙으세요 ~~ ㅎㅎㅎ
묘지라기 보다는 어떤 부자 동네를 돌아다니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어요.
제가 원래 어디가나 묘지를 돌아다니면서 생각하고 또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여기 온 목적은 에바 페론의 묘지를 보기 위해서였지요.
뭐 ~ 내가 존경한다거나 또는 특별히 봐야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가까이 왔는데 그냥 간다면 예의가 아닐 거 같아서리 ~~ ㅎㅎㅎ
골목골목을 기웃기웃하면서 가다 보니 유일하게 꽃다발이 놓이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보이더라구요.
혹시 ~~~ 하고 들어가 봤더니 여기가 맞았네요.
다른 곳의 사진하고 비교가 되겠지만, 정말 작은 골목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골목이 너무 좁아서 앞에서 전체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 부분 부분만 찍어야 했답니다.
에바 페론은 1919년 5월 7일에 태어나서 1952년 7월 26일에 자궁암으로 죽었으니 죽을 때 33살 이었나요?
26살 때에 유명한 독재자 후안 페론과의 두번째 결혼으로 죽을 때까지 7년 동안 온갖 호사를 다 누렸지요.
위는 어렸을 때의 모습이고 아래는 30대 때의 모습이라는데 처음 이 사진을 보고 한 4-50은 되었나 생각했어요.
그래도 후안 페론은 에바 페론을 너무나 사랑했는지 그녀가 하고 싶다는 건 모두 다 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하네요.
그런 남편을 만나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 퍼센트나 될까 ~ ㅎㅎㅎ
결국은 에바 페론의 신데렐라 스토리로 인해서 후안 페론은 더 유명해졌고 두번째 대통령에 당선되게 되지만,
그 얼마후에 에바 페론은 세상을 떠나게 된답니다.
그리고 그 후 얼마 안 있다 페론은 대통령직에서 쫓겨 나 프랑스로 망명을 가게 되는데
세번째 부인과 함께 에바 페론의 시체를 그 곳으로 가져가 집안에다 두었었다고 하네요.
나중에 다시 알젠티나로 돌아 올 때 그녀의 시체도 다시 가지고 오게 되었지만,
페론이 알젠티나로 돌아와서 얼마 안 되어 집무실에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 곳에 안장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렷다고 해요.
살아서도 그리고 죽어서도 그리고 그 시체까지도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었네요.
다시 큰 길로 나와 이제부터는 특이한 묘지 순례를 시작합니다. ㅎㅎㅎ
다니면서 느낀 건 저렇게 호화판으로 묘지를 쓰면 모두다 천당에 가서 편하게 살까 ~~
아니면 염라대왕한테 쓸데 없이 돈 낭비했다고 지옥불에서 바베큐를 당하고 있을가 ~~ ㅎㅎㅎ
어떤 묘지의 문에 새겨진 이 조각품을 보는 순간에 저는 로댕의 작품을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슬퍼하는 마음을 담은 이 조각이 참 가슴에 와 닿대요.
땅만 보고 가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면 이렇게 또 다른 조각품들이 진열해 있었구요.
후손이 없는지 이렇게 폐허가 된 묘지는 보는 마음을 쓸쓸하게 하대요.
가끔 보면 이렇게 가이드를 고용해서 열심히 설명을 듣는 작은 그룹들이 눈에 띄었지만, 난 그런데 관심이 없어서... ㅎㅎㅎ
그저 웅장한 건축물을 보면 오메 ~~ 돈이 엄청 들었겠다 ~~ 하는 생각만 ~ ㅎㅎㅎ
이 곳에 다니는 관광객들을 보면 세 종류로 나뉘어 진답니다.
오른 쪽에 있는 사람처럼 열심히 사진 찍는 사람.
앞에 있는 사람처럼 들여다 보면서 호기심을 풀어야 하는 사람
아예 멀찌감치서 걸어 가면서 슬쩍슬쩍 쳐다 보기만 하는 사람.
저요?
저야 위의 두 종류를 모두 겸비했지요. ㅎㅎㅎ
아주 큰 부자는 아니었는지 귀퉁이에 조그만 터를 잡은 이 묘지는 그래도 후손이 있는지 보살펴지고 있네요.
마치 동네에 있는 꽃집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위의 묘지와 이 묘지처럼 작은 공간 밖에는 차지하지 못한 묘지는 지하에 관을 모셔 놓아 계단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더군요.
돈이 많거나 오래전에 땅을 확보한 집들은 이렇게 귀신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 정도로 깔끔하게 보존을 했구요.
사실 제가 그리 겁이 없는 편인데 이걸 들여다 보면서 등골이 오싹해 지대요. ㅎㅎㅎ
와 ~ 이 묘지는 제 집보다도 훨씬 멋있고 좋아요.
단지 살아 있지 않다는 게 다르지만요. ㅎㅎㅎ
다니면서 한 가지 느낀 건 한 건물도 똑깥이 지어진 게 없다는 거였어요.
하나하나의 건물들이 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독특하다는 거에요.
왠지 이 걸 보고 '오페라의 유령' 이 생각났을까요?
묘지 앞에 경비병이 독특해서 보니 쥔장이 생전에 고위급 장성이었었네요.
에유 ~ 쫄병의 신세여 ~~~
담밖의 최신식 건물과 담 안의 오래된 조각품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더군요.
천사가 문을 지키고 있는 거 보니 이 쥔장은 분명히 천당에 갔겠지요?
처음에 얼른 보고는 미이라인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조각품이더군요.
이렇게 해 놓은 가족과 예술가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그냥 돈지랄이었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거 보면 저도 좀 삐딱했던가봐요. ㅎㅎㅎ
묘지라기 보다는 중세 성당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어요.
이 조각품에 무엇인가 의미가 있을텐데.... 전 잘 모르겟더라구요.
이 집은 면적이 좁아서인지 땅위로는 이렇게 기념건물만 지어 놓고는 지하에 묘지를 했더군요.
여기 다니면서 본 묘지들 중에 군인 장성이나 령급 사람들의 묘지가 참 많았는데
그걸 보면서 여기도 군부 독재로 인해 군인들이 영화와 부를 누렸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대요.
처음엔 성당인 줄 알았어요.
그 돈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나 도와줄 것이지.... ㅠㅠ
정말로 참 호화판이지요?
우연히 올려다 본 한 건물 꼭대기의 조각품이 재미있어서 사방을 돌아보니...
모두들 천당에 가겠다고 천사들을 많이 조각해 놓았네요.
그런데 진짜로 모두들 천당에 갔을까요?
혹시라도 밤에 얘를 만난다면 겁이 더럭 날 거 같은데....
낮이라서 ~~ ㅎㅎㅎ
이렇게 몇 시간을 다리가 뻐근하게 돌아보고는 카메라 메모리에다 기억을 담고 묘지를 떠났어요.
호텔에 돌아와 잠시 쉬고는 첨이자 마지막으로 밤거리를 구경하겟다고 단단히 무장을 하고 호텔을 나섰어요.
마침 몇 불락 가지 않으면 브로그 웨이가 있어서 멀리 가지 않아도 밤문화를 구경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사실은 첨에 여기가 목적지 였어요.
술집인데 술을 마시면서 프로 댄서가 아닌 아마추어들이 흥에 겨워 탱고를 출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요.
기대를 잔뜩 가지고 갔는데 ~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요? 문을 닫았어요. 주말에만 연다네요. ㅠㅠ
멀티 미디어를 가르치는 예술학교가 가까이에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렇게 독특한 거리가 있더군요.
거기에는 젊은 이들이 모여드는 유명한 술집이자 식당이 있었구요.
거기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이 걸 보는 순간 생각난 거 ~~ 내 캔버스 어디있지 ~~~
르노아르나의 그림이 생각났어요.
나중에 이 광경을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어지대요.
평화로운 광경에 마음을 놓고 호텔로 돌아가 잠을 청했어요.
낼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있으니 낮에 또 어딘가 헤매어 보려면 에너지 충전을 해야 겠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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