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지구여행과 체험/오세아니아

호주엔 크리스마스가 일년에 두번 있답니다

doggya 2006. 9. 11. 03:08

이번에 호주 여행기 여섯번째로 지난 번에 이어서 시드니 외곽 불루 마운틴을 소개할께요.

처음 보시는 분들께서는 불루마운틴에 대한 간단한 역사와 소개를 지난 편에서 보시면 됩니다.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시닉월드옆 샛길로 접어 들었지요.

점점 밑으로 내려가면서 길은 가파라 지고, 새들의 소리는 아까 위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바로 옆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색깔을 보니 남의 소리를 흉내낸다는 호수 금조는 아닌 것 같았는데, 우는 소리가 예쁘더군요.

 

 

              아열대라서 그런지 겨울에도 이렇게 예쁜 곳들이 피어 있더군요.

 

 

                       바위가 떨어져 내릴까봐 겁나는 길을 지나고........

 

 

커다란 구멍을 안고도 살아가는 나무와 그 옆에서 다정하게 기대고 있는 한쌍처럼 보이는 나무를 보며 끝도 없는 것 같은 길을 내려다가 보니......

 

 

까마득히 머리위로 아까 탔던 유리바닥의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어요.

아니 ~~ 아직도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하는데, 언제 저기까지 다시 올라가지 ?

에고 이젠 죽었구나 ~~~ 그래도 가야지 !

 

 

조금 가다보니 무지무지 커다란 나무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오일 페인트를 희석할때 쓰는 냄새 지독한 희석제 터펜타인을 만드는 나무라고 설명이 씌여 있더군요. 처음 나무라 신기하대요. 그런데 진짜 터펜타인과 같은 냄새는 안 나더군요.

 

 

점점 더 내려갈 수록 산은 전체가 어두워지고, 이렇게 무만큼 큰 고사리의 일종이라고 하는 것들이  산을 덮고 있더군요.

 

 

                                 위의 고사리나무의 둥치예요.

 

오르락 내리락하기를 벌써 한 두시간은 된 것 같네요.

가끔 "하이 !" 하면서 옆을 스치는 사람이외에는 나무밖엔 주위에 없고 새소리밖엔 안 들리는 바깥세계와는 완전히 고립된 곳이었어요.

가끔씩은 더럭 겁이 나기도 하대요. 이 깊은 곳에서 못 나가는게 아닌가?  하고 말예요.

아직 12시밖엔 안 됐는데도 저녁처럼 어두운 끝이 어디쯤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없는 울창한 숲속을 헤매며 그런 생각은 당연한 거곘죠?

보통은 위에서 길과 가까운 곳에서 산책하는 정도지 이렇게 밑에까지는 안 온다고 나중에 누가 그러더군요.

이유요?

한참 나중에야 알았지요. ㅎㅎㅎ

 

슬슬 배가 고파오고 엉터리 샌드위치를 먹을 마땅한 자리를 찾기 시작했았어요.

 

 

                     여러종류의 고사리가 쫙 깔려 있는 곳에서....

 

 

하루종일 아니, 일년내내 해가 들 것 같지 않은 이 어두운 곳에서도 예쁜 곳을 피우는 자연의 경이에 감탄하며 그 옆에 커다란 바위위에 앉아서 차가운 샌드위치와 차가운 깡통스프로 요기를 한 후 한기를 느끼며 다시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어요.

 

 

고사리의 일종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거대한 녀석.

저도 이런 것들이 고사리의 일종이라고 받아들이기가 좀 그랬는데, 새로 나오는 잎을 보니 애기 주먹만한  고사리더군요.

와 ~~~ 저거 한개면  나물 무쳐서 한끼는 뚝딱 먹을 수 있겠다.

 

 

한참을 가다1보니, 어두운 숲속에 오래된 정자 하나와 주위에 피크닉 을 할 수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오더군요.

이 정자는 1890년에 지어진 거라고 하니 100년은 훨씬 넘은거네요.

보수공사를 여러번 했겠지만, 그래도 초라하지만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게 인상적이었어요.

 

오르고 내리고 하다보니 어느 덧 제일 바닥까지 내려 왔네요.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군요.

 

한참을 헐떡이며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길은 자꾸 험해지고, 이렇게 가파른 돌들이 있는 곳에는 친절하게도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 보였어요.

 

 

이렇게 끝도 없어 보이는 계단을 세어 보았지요.

한참 지난 후부터 세기 시작했는데, 다 올라가니 1,500개 넘었더군요.

가만있자 ~~~ 그럼 전체는 도대체 몇개나 될까?

 

 

소나무처럼 생긴 나무에 이렇게 요상한 노란 꽃이 다닥다닥 붙어 피어 있고, 그 꽃이 지면 오른쪽 아래와 같이 요상한 방울이 달리대요. 

힘든 계단과 언덕을 오르면서 그래도 가끔 보는 이런 신기한 나무들이 위로를 주었지요.

 

죽을 힘을 다해서 거의 위에 까지 올라와 벤치에서 쉬고 있는데, 지나는 사람이 어디서부터 올라왔냐고 묻대요.

제일 밑에서 부터라고 하니, 얼마나 걸렸냐고...

계단과 언덕을 올라온 거리만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니 놀래더군요.

보총 2시간 걸리는 거리라는거예요.

그러면서 다리 한번 보자고....

에이 ~~~ 농담이시겠지 ~~~

 

다리가 튼튼해서가 아니고, 거기가 무서워서 기를 쓰고 올라 온줄은 모를꺼예요.

그럼 다시 한번 어디였나 지난 번 사진을 보여드릴께요.

 

 

제일 밑에 보이는 바위와 잘은 안 보이지만 폭포가 있는 곳이 중간도 안 되는 지점이었으니.... 아휴 ~~~ 내가 정신 없는 사람이지......

 

이렇게 죽을 힘을 다해서 산위로 올라가니, 밑에서와는 달리 밝은 햇살속에 앞에 식당이 하나 눈에 들어 오더군요.

아...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하면..... 하고서 문앞에 있는 메뉴를 보니..... 헉 ~~~~~~~

 

 

커피는 따로 파는게 없고, 식사가 일인 분에 85불, 와인까지 합치면 125불이라네요.

으 ~~ 악 ~~~

 

 

놀래 가지고는 그냥 날아 갈 것같은 산위의 바람을 맞으며 버스 정류장쪽으로 걸어가 조그만 상가에 들어갔어요.

이젠 커피생각도 없어지고, 이리저리 다니니 정말로 비싸서 아무것도 못 사겠더군요.

이 가게는 옛날옷을 입고 즉석에서 사진 촬영을 해주는 곳인데, 대신 난 그곳을 사진촬영.

 

아 ~~ 그러고 보니까, 버스표를 살때 준 쿠폰이 생각났네요.

초콜렛을 시식할 수 있다는 곳, 그리로 가자 !

다시 걸어서...... 에고 다리야 ~~~

 

 

고풍의 가게 안은 달콤한 냄새로 꽉 차 있었지요.

그리고 이렇게 진열해 놓은 초콜렛이 눈길을 끌고, 그 뒤에는 초콜렛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엌이 유리창 뒤에 있었어요.

 

 

한 쪽에는 오래 된 이 가게에서 옛날 부터 팔던 초콜렛과 캔디의 상자들을 박물관처럼 전시해 놓았더군요. 유리안에 있는 것은 플래쉬 반사가 돼서 잘 안 나왔네요. 더 멋있는 것들이었는데...

 

 

초콜렛도 먹고, 구경도 하고, 잠깐 쉰 다음에 밖으로 나와 보니, 뭔가 좀 이상타 ?

가만있자 ~~~ 지금이 8월인데..... 왠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그러자 처음 시드니호텔에 들었을때 들었던 말이 생각나더군요.

 

호주는 남반구라서 한 여름인 12월의 크리스마스가 기분이 안 나기 때문에 한 겨울인 7월달에 크리스마스를 다시 한번 지낸다고 하더라구요. 설마 ~~~ 그랬는데.

 

이 집 지붕에 있는 산타할아버지를 보고는 진짜인 줄 알았지요.

그래서 현지 사람한테 다시 물어보니 진짜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까,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이 눈에 많이 뜨이는 거였어요.

역시 크리스마스는 눈오는 겨울이 제격인 가봐요.

벌거벗은 여름보다는.....

 

7월의 크리스마스 !

 

전에 인상깊게 본 한국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나대요.

 

거기서 나와 다시 걸어서 지난 번에 아침풍경으로 보여드렸던 세자매 바위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또 걸어서.....

 

 

석양을 받으면 노래진다는 세자매 바위.

아직은 해가 있어서 색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아침에 본 실루엣하고는 또 다른 모습이더군요.

 

정말이지 이제 더 이상은 못 걷겠다.

멀리서 오는 버스를 세워 기차역으로 향했어요.

아침에 내린 카툼바라고 하는 곳에 가기전에 Laura 라고 하는 역에 먼저 도착하게 된다고 해서 거기서 내리기로 했지요.

카툼바 바로 다음 역이예요.

 

지는 해에 기차 시간은 아직도 40분 정도 남았고, 바람은 날아 갈 듯이 불고,

에라  ~~~ 바람 기릴 곳도 없는 역 구내에 서서 떨고 서 있느니 시내 구경이나 하자.

또 다시 피곤한 다리를 끌고 동네로 들어 왔어요.

제 버릇은 개 못 준다고 했나요? ㅎㅎㅎ

 

 

오래 된 건물들이 많이 있었지만, 전에 우체국이었던 곳을 이제는 식당으로 쓴다는 곳이 재미있대요.

 

너무 작은 곳이라 10분을 걸으니 다 끝나더군요.

갈 곳도 없고 다시 역으로 들어갔어요.

아유 ~~~ 처량해.

 

 

덜덜 떨면서도 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빅토리안 스타일의 오래된 호텔이 아름다워서 곱은 손으로 한장 찰깍 !

 

혹시나 내가 시내를 돌아 다니다 기차를 놓친 건 아닌지 하여,  구석  벤치에 덜덜 떨고 앉아 있는 청년한테 물었지요.

어 ?

그런데 열어 발음이 이상해 ~~~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이 청년은 이틀전에 한국에서 혼자 배낭여행을 온 학생이라고 하더군요.

어찌나 반가운지......

하지만, 남의 고독을 방해할 순 없지 !

 

그 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 학생 여행 잘 하고 무사히 돌아갔기를 ....

궁금하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