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봄 외로운 봄 / 조세핀 김 아무리 서둘러 일찍 찾아와도 두터운 외투 속에 몸 숨긴 채 반기는 사람 하나 없었으니 봄은 많이 외로웠을 거야 소리 없이 꽃망울도 터뜨려 보고 바람 되어 슬쩍 건드려 봐도 반가이 맞아주기보다는 더 빨리 오라고 재촉만 할 뿐 주룩주룩 내리는 봄비가 외로워 흘..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2.03.23
울 아버지 울 아버지 / 조세핀 김 아버지 아버지 울 아버지 유난히 추웠다는 지난겨울 나기가 얼마나 힘드셨어요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에서 소나무 사이로 얼음 바람 불어와 하얀 이불 걷어 버리지나 않았는지요 아버지 아버지 봄바람 타고 갈까요 입김으로 얼은 땅 녹이고 사랑으로 얼은 맘 녹여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2.03.12
봄날에는 봄날에는 / 조세핀 김 봄이 오고 진달래 피면 나 가고픈 곳 있어 날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 쉬고 있는 먼 그곳에 길목에 피어있는 꽃 꺽어들고 찾아 가 놓고 오고파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2.03.10
해독제 해독제 / 조세핀 김 매일매일 듣고 보고 느끼며 들여 마신 때 묻은 세상의 공기가 구석구석에 독이 되어 쌓여 있다 나는 그걸 해독하기 위해 자주 해독제를 마신다 내가 마신 해독제는 획이 되어 글자를 만들고 한 편의 글이 되어 손끝으로 쏟아져 나온다 다 비워진 자리는 또다시 독으로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2.02.21
갈등 갈등 / 조세핀 김 아주 오랫동안 손에 꼭 쥐고 있는 줄 알았던 소중한 것이 어느 날 세워 놓은 모래시계 처럼 스르르 빠져나가는 걸 느꼈을 때 얼른 주먹을 꽉 쥐어 잡아야 하나 아님 미련없이 손가락을 쫙 펴 주어야 하나 얼른 마음먹기 쉽지가 않다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2.02.12
남은 날들 남은 날들 / 조세핀 김 지나간 삼십육 일을 빼고 남은 날이 정확하게 삼백삼십일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는 시간 동안 비틀거리는 걸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며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용서해야 할는지 불투명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을 조..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2.02.08
삶은 나에게 공평했다 삶은 나에게 공평했다 / 조세핀 김 삶은 항상 나에게 공평했다 하나를 빼앗아 가면 대신 하나를 던져 주었다 하지만 빼앗아 가는 것도 뎐져 주고 가는 것도 모두 제 멋대로였다 가는 해의 기나 긴 마지막 밤 갖고 싶지 않은 건 주어 버리고 갖고 싶은 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1.12.31
함께 늙어가기 함께 늙어가기 / 조세핀 김 어릴 땐 참 부러웠다 쭈글쭈글한 손 잡지도 않고 1미터씩 떨어져 무관심한 척 걸어도 삶의 공통점이 한눈에 보이는 노부부 젊어서 남편을 잃은 엄마에게도 저런 시간이 올 수 있을까 결국 오지 않았다 젊었을 땐 그런 것에 관심 없었다 그런 건 잊고 살..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1.11.17
고향 고향 / 조세핀 김 꽃바구니 옆에 끼고 산으로 들로 나물 뜯으며 한나절을 보내다 배고프면 남의 밭 홍당무도 뽑아 먹고 해 저물면 집 앞 개울가에서 발가벗고 미역 감던 어린 시절 그 시골이 고향인 줄 알았다 미로같은 길도 손바닥같이 훤히 알았고 친구들하고 떡볶이 먹으며 재잘대던 학교 앞 문방구..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1.10.16
고장난 시계 고장난 시계 / 조세핀 김 어느 날 갑자기 서버린 시계 이리저리 흔들어 봐도 제 구실을 다시 할 생각을 않는다 똑딱똑딱 곤한 잠을 깨울 때는 던져 버리고 싶도록 미웠는데 소리가 멎고 나니 그 정적 또한 부담스러워 이젠 쓰레기통에 넣어 버릴까 보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저 시계처럼 고장나 버렸을 .. 조이의 글들/삶이 스쳐간 흔적 2011.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