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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국인이 만약 빌린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 어떤 요
구 조건이라도 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유대인 갑부에게서 사
업자금을 빌렸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잘 되지 않았던 탓에 빌린
돈을 정해진 날까지 갚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채권자인
유대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의 딸을 갖고 싶소이다."
귀족의 딸은 젊은이라면 누구나 결혼하고 싶어할 정도로 아름
다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귀족은 새파랗게 질려 소리쳤습니다.
"말도 안되오! 그것만은 들어 줄 수 없소."
귀족의 태도가 너무 단호하자 유대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
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할 때에 무엇이든 가져도 좋다고 약속이 되
어 있었지만 돈을 빌미로 귀족의 딸을 빼앗으면 주위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좋소, 그럼 당신의 딸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합시다."
"어떻게 말이오?"
"게임으로 결정하는 거요. 흰 돌과 검은 돌을 각각 하나씩 넣
은 상자에서 당신의 딸이 돌 하나를 꺼내 흰 돌이 나오면 나는 아
무것도 요구하지 않겠소. 그러나 검은 돌이 나오면 당신의 딸과
결혼하겠소."
귀족으로 봐서도 그러한 제의까지는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은 딸의 손에 달렸습니다. 낙심한 얼굴로 집에 돌아
온 귀족은 이 사실을 가족들 앞에 털어놓았습니다.
그 귀족의 딸은 매우 현명한 여자였습니다. 게임 전날 밤 그
딸은 몰래 유대인의 동정을 살피다가 그가 상자 속에다 검은 돌
을 두 개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음 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천천히 상자 앞으로 다가간 딸은 상자 속에 손을 넣어 잠시 뜸을
들였다가 빼냈습니다. 그리고 그 돌을 멀리 던져 버렸습니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딸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상자 속에 남은 돌이 무슨 색깔의 돌인지를 확인해 보면 제가
버린 돌이 무슨 색깔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유대인은 어쩔 수 없이 상자를 열었습니다. 상자 속에서 검은
돌이 나왔습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딸이 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버린 돌이 흰 돌임이 증명된 것입니다."
출처 : 일곱개의 작은 보석 (열린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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