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벼랑을 오르는 사랑

doggya 2010. 10. 2. 09:59

 

 

벼랑을 오르는 사랑

 

 

 

 갈급한 심령과 사랑은 반드시 길을 찾아냅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스코틀랜드에서도 추수 때가 되면 아

낙네들도 타작을 도와 볏짚단을 묶고는 합니다. 햇볕이

따사로운 가을 어느 날, 한나 라몬드는 갓난아기를 볏짚

단 사이에 눕혀 놓고 일을 도왔습니다.

 한참 타작기가 돌아가며 일을 하는데 "한나네 아기를

독수리가 물어갔어요!" 하는 외마디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무나 일에 몰두한 나머지 아무도 독수리를 보지 못했

던 것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들 정신이 나간 듯이 독수리

가 날아가는 곳을 향해 따라갔습니다. 독수리가 아기를

물고 간 곳은 자신의 새끼들이 있는 둥지였습니다. 독수

리의 둥지는 산 끝의 험한 벼랑 위에 있었습니다. 몇몇

남자들이 그 험한 바위 산을 타고 오르려 했지만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미끄러졌습니다. 독수리가 아기를 찢어

죽이기 전에 구해내야 하는 절망적인 순간에 선원이 직

업인 사람이 다시 한 번 벼랑을 타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는 발 디딜 곳이 조금만 있어도 벼랑을 올라갈 만큼 바

위를 잘 타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발 디딜 곳은 어디

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역시 미끄러지기를 여러

차레,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포기한 일에 나설 사람은 한나뿐이었습니다. 아

기에 대한 애틋한 모정과 간절한 심정으로 그녀는 거의

수직으로 깎아진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불

가능해 보이는 일을 그녀는 해내고 있었습니다. 손이나

발을 조금이라도 의지할 턱을 찾아 더듬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바닥에서부터 멀어지더니 독수리의 집까지 거의

다 올라갔습니다. 독수리도 자신들의 먹이를 빼앗으러

오는 그녀를 할퀴고 쪼아대며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독수

리 새끼들 가운데 놓인 자신의 아기를 본 어머니의 집념

과 용기를 당해낼 재간은 없는 법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자식을 품에 안은 한나 라몬드 앞에

또 한 번의 어려운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기를

안고 안전하게 절벽을 내려오는 일은 올라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과 아기에 대한 사랑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오를 때보다 더 겁났지만 한 발 한 발 조

심스럽게 내려오는 광경은 밑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며, 절실한 심정은 반드시 길을

찾고야 맙니다.

 

 

출처 : 지치고 힘들 때 읽는 책(김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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