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
공자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자공이 눈보라 치는 겨울날 아버
지와 길을 걷고 있었다.
"이 정도 추위도 못 견딘다면 어찌 사내 대장부라고 하겠느냐?"
아버지가 추위에 덜덜 떨며 걷는 자공이 못마땅하여 꾸짖었다.
하지만 자공은 여전히 잔뜩 웅크린 채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이 녀석, 어깨를 펴고 걷지 못하겠느냐?"
걸음을 멈춘 아버지가 자공을 나무라며 두 손으로 아들의 어
깨를 바로 펴주었다. 순간 그의 손에 아들이 입고 있는 옷의 두
깨가 느껴졌다.
'아니, 얘가 홑옷을 입고 있었다니? 솜옷으로 입어도 시원찮을
날씨에······!'
그제야 아버지는 자공이 왜 그토록 떨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새로 맞아들인 아내가 아들을 이렇게까지 심하게 대할
줄은 몰랐다.
"얘야, 미안하구나.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어."
"······."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지만 이제부턴 걱정 말거라. 집
에 돌아가 당장 새어머니와 헤어지겠다."
화가 난 아버지는 곧바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
다. 그러자 자공이 아버지 팔을 잡으며 말했다.
"아버지, 안 됩니다. 어머니와 헤어지지 마십시오."
"······?"
"만일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헤어지면 이복동생들이 아버지의
눈총을 받으며 눈물을 흘려야 하잖아요. 동생들이 모두 가엽게
되느니 차라리 제가 조금 참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오늘 일은 모
른 체하십시오."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어깨를 꼭 안아주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자공이 잠든 사이에 아내
에게 낮에 아들이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후 자신의 잘못
을 깨달은 계모는 자공을 극진하게 보살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충과
효를 생각하는 사람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
도 하늘은 반드시 알 것이다. 배불리 먹고 따뜻하
게 입으며 안락하게 제 몸만 보호하는 사람은 몸은
비록 편안하나 그 자손이 어떻게 되겠는가.
-명심보감
출처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물(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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