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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녀 문안이오~절을 올린 거만한 여인이 초장부터 관객들
웃음보를 쥐락펴락한다
" 열다섯에 얻은 서방 첫날밤 잠자리에 서리 맞은 돌배처럼
냉병 얻어서 주고,
열일곱에 얻은 장서방은 초야 내내 용만 쓰더니 용천병에 죽고,
열여덟에 얻은 박서방은 비 내리는 밤길 무단히 헤매더니
베락을 맞아 죽고..."
창극 열풍을 일으키는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다
공연을 보면 우리말이 이토록 차지고 맛있었단 말인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변강쇠 벗은 몸을 본 옹녀가 "송아지 말뚝인지 털고삐를 둘렀구나
고뿔을 걸렸는가 마알간 콧물을 찔끔하니
거 무슨 일인고"
"앵도순 고운 입술 빛난 당채 주홍필로 떡 들입다 꾹 찍은 듯"
하다며 옹녀의 미모를 묘사한 그림 같은 대사들이
속사포로 쏟아진다
여기서 色은 외설이 아니라 생명력이다
"우리 같은 민초들은 돈 감투 밝힐게 아니라 색을 밝혀서
오락하고 사는게 장땡이여"
대사는 압권이다
아줌마 김윤덕의 포인트
변강쇠 건너뛰고 옹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최고의 전략이다
힘만 세지 어리숙하기 그지없는 남편을'사람'으로 만들려는
옹녀의 몸부림이 女心을 흔든다
- 김윤덕. 유석재. 권승준 기자
2015년 5월 19일
빨간도깨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