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거 알아요
인간이 되고 싶은 진흙 불상이 있었다.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길에 서 있던 불상은 피할 곳을
찾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는 더더욱 없어 온몸으로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그러자 불상은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인간이 되면, 자유롭게 살아 움직이면서 마음대로 여기저기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비바람을 맞고 서 있을 필요도 없을 테고
말이야.'
그때 마침 길게 수염을 늘어뜨린 한 노인이 지나갔다. 그런데 몇 걸음 지나치던
노인은 길을 멈추고 불상 앞에 멈춰 서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신통한 능력을 가진 그 노인이 불상의 생각을 읽은 것이었다.
"그래요. 제발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
불상이 기대에 부풀어 말했다. 노인은 씩 웃더니, 팔을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불상은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청년이 되었다.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불상에게 노인이 말했다.
"자네가 정말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어. 단, 반드시
나와 함께 인생의 길을 한번 지나가 봐야 하네. 만약 자네가 인생의 고통을
참아내지 못한다면 난 다시 자네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걸세."
청년이 된 불상은 노인을 따라 어느 낭떠러지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삶' 과 '죽음' 이라 이름이 붙여진 두 개의 낭떠러지가
마주보고 있었고, 그 사이에는 작은 쇠고리를 하나씩 엮어 만든
매우 긴 구름다리가 놓여 있었다.
"자, 이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가게."
노인은 소매를 한 번 털더니 청년을 구름다리 위로 밀었다.
청년은 벌벌 떨면서 크고 작은 쇠고리의 끝부분을 밟아가며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몇 걸음도 못가서 발을 헛디뎌 순식간에 쇠고리 가운데에
몸이 끼이고 말았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된 청년은 양팔을 저으며
큰소리로 도움을 청했다.
"으악! 아파죽겠어요! 살려주세요!"
자네 스스로 빠져나오게. 이 길에서 자네를 구할 수 있는 건
바로 자네 자신뿐이야."
앞에 서서 구경만 하고 있는 노인에게 바짝 약이 오른 청년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고리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고리에서 빠져나온 청년이 땅을 보며 말했다.
"너는 도대체 무슨 고리이기에 날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느냐?"
"나는 명예와 욕망의 고리다."
발밑의 쇠고리가 대답했다.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던 청년은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미인을 발견햇다. 청년은 완전히 넋을 잃고 걷다가 또 발을 헛 디뎠고,
다시 고리에 몸이 끼이고 말았다.
"살 ....... 살려줘! 너무 아파!"
청년을 새파랗게 겁에 질려 다시 도움을 청했다. 사방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를 도와주러 오는 사람
또한 없었다. 이때 긴 수염의 노인이 다시 나타나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 길에서는 아무도 자네를 도와줄 수 없으니
자네가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고."
청년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쇠고리에서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기진맥진하여
쇠고리 사이에 쓰러진 채 숨만 겨우 쉴 뿐이었다.
"방금 이건 어떤 고통의 고리였지?"
"나는 여색의 쇠고리다."
발밑에 쇠고리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쇠고리 사이에서 빠져나왔다는 생각에 가슴
벅찬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버텨온 자신이 무척
대견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고생 끝에 이런 행복도 오는구나!"
달콤한 휴식 되에 청년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이후에도 그는 욕망의 쇠고리, 시기의 쇠고리,
원한의 쇠고리에 차례로 빠졌다. 이 모든 고통의 쇠고리들을 간신히
통과한 청년은 더 이상 앞으로 걸어갈 힘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아직도 갈 길은 까마득하기만 했다.
"노인장! 노인장! 더 이상 못 가겠어요. 인생의 길이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제발 저를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주세요!"
청년이 크게 소리 지르자 긴 수염의 노인이 다시 나타났다.
노인이 팔을 한 번 휘두르자 둘은 어느새 예전의 그 길가로 돌아와
있었다.
노인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인생에는 수많은 고통이 있기는 하지만, 고통을 이겨낸 후에는
행복함과 보람도 느낄 수 있다네. 자네도 아까 맛보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정말,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가?"
"인생의 길에 고통은 넘치도록 많고, 그에 비해 기쁨과 쾌락은
너무나 짧고도 적어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불상으로 사는게
더 낫겠어요. 저는 이미 마음을 굳혔어요. 두 번 다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요."
청년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긴 소매를 한 번 휘둘
렀고, 청년은 다시 원래의 모습인 진흙 불상이 되었다.
'이제 다시는 인간세상에서 겪은 고통 따위는 겪을 일이 없겠지?"
불상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금세 평온해졌다.
그러나 그 편안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며칠 후, 한바탕 폭우가 쏟아졌고,
진흙으로 만들어진 불상은 순식간에 한 줌의 흙더미로 변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오랫동안 내게는 언제나 진정한 인생이 막 시작되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항상 먼저 해결해야 하는 장애나 끝내지 못한 일, 노력해야 할 시간,
갚아야 할 빚이 그 앞에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인생은 시작되었고, 마침내
나는 이러한 장애가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리처드 칼슨(Richard Carlson, 심리학자, 작가)
(출처 : 내 삶의 큰 힘이 되는 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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