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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목숨보다 질긴 건 안타까운 일이에요

doggya 2010. 2. 28. 21:29

 

 

욕심이 목숨보다 질긴 건 안타까운 일이에요

 

 

 

 다 쓰러져가는 낡은 집에 혼자 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항상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부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부자가 되더라도 절대 째째한

구두쇠는 되지 않을 거야!"

 

 어느 날 하느님이 그의 앞에 나타나 말했다.

 

 "좋다, 소원대로 너를 부자로 만들어주마. 여기 마법의 돈주머니가 있다.

이 안에는 아무리 꺼내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 금화 한 닢이 들어있지. 여기서

원하는 만큼 돈을 꺼내 쓰도록 하여라. 다만, 한 가지 명심해라. 돈을 사용하려면

돈주머니를 먼저 버려야 한다."

 

 말을 마치자마자 하느님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 자리에는 돈주머니

하나만 남아 있었다.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돈주머니를 집어 들고는 금화를

꺼냈다. 그러자 주머니 안에 금화 한 닢이 다시 생겨났다. 이때부터 남자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금화를 꺼내기 시작했다. 어느 새 그의 옆에는

금화가 한 무더기나 쌓였다. 그가 평생을 쓰고도 남을 양이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그는 허기를 느끼며 금화 꺼내는 일을 멈추었다.

금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돈주머니를 버려야 한다는 조건을 떠올린 그는

아쉽지만 강가로 향했다. 그런데 강에 도착한 남자는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돈주머니

버리는 것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이 순간의  배고픔만 참으면 나는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어.

지금까지도 나는 배고픔을 밥 먹듯 참아왔잖아.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돈주머니를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러.'

 

 차마 돈주머니를 버리지 못한 남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금화를 꺼내기

시작햇다. 몇 번이나 돈주머니를 버리려 했지만 그 때마다 돈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으로 갈 수도 있고, 가장 화려한 집과 최고급 마차를 사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갖게 되었지만. 금화 꺼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금화를 꺼낸 결과, 금화는 어느새 온 집안에

가득 쌓였다. 그러나 금화가 쌓여갈수록 그는 점점 마르고 허약해졌다.

머리는 하얗게 샜고, 얼굴에 핏기도 사라졌다.

 남자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저히 못 버리겠어. 금화가, 아직도 이렇게 나오고 있잖아 ........."

 

 결국 그는 돈을 한 푼도 써보지 못한 채 금화더미 속에 영영

묻히고 말았다.

 

 

행운을 안고 입장했던 사람들 중에서 오직 적당한 시기에

물러났던 사람만이 그 행복을 지킬 수 있었다.

 

-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스페인 철학자)

 

 

(출처 : 내 삶에 큰 힘이 되는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