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지혜
옛날 어느 선비가 길을 가다가 산골 주막에 들어가게 되었습
니다. 주막 안에는 어른은 없고 어린 소녀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
었습니다. 선비가 밥을 시키고 잠시 앉아 있자 주막 안으로 세 사
람이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소녀에게 불씨가 담긴 화로를 내오라고 말하였습니다.
소녀가 화로를 가져오자 세 사람은 화로 앞에 앉아 담배를 한 대
씩 피우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잠시 후에 소녀의 어머니가 들어왔습니다.
"애야, 내가 없는 동안 손님들이 많이 다녀갔니?"
"예, 조금 전에 손님 세 분이 오셨었는데, 한 분은 산골에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분은 들에 사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한 분은 큰
고을에 사는 양반이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선비는, 세 사람이 들어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만 한 대씩 피우고 갔는데 이 소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
구나 생각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얘야, 내가 조금 전에 보니 세 사람이 왔다가 담배만 피우고
갔지 어디에 산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던데, 너는 어떻게 그 사람
들이 사는 곳까지 알았느냐?"
그러자 소녀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산골에 사는 사람은 나무가 많으니 불씨를 소중하게 여기지
앉지요. 그러니 담뱃대를 화로에 푹 처박고 불을 붙이지요. 들에
사는 사람은 담뱃불을 붙이고는 불이 꺼질까봐 다시 꼭꼭 다져
놓는 분이지요. 나무가 귀한 들에 살다 보면 그런 버릇이 생기거
든요."
선비는 소녀의 세심한 관찰력이 신기하여 또 물었습니다.
"하긴 그렇겠구나. 그러면 큰 고울에 사는 양반은 어떻게 알아
보았느냐?"
"예, 그분은 화로 한가운데를 헤집지 않고 한 쪽 귀퉁이에서
점잖게 불을 붙이셨지요. 그 모습을 보고 예절을 따지는 양반이
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선비는 소녀의 지혜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출처 : 일곱개의 작은 보석 (열린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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