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꽃반지 끼고···
60이 되어 맞이하는 이 봄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듯합니다. 옛 추억이 더욱 소중해지고, 늘 곁에 있는 남
편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게 됩니다.
내 나이 24살, 막 군에서 제대한, 나보다 3살 많은 남편과
3개월 만에 중매로 결혼을 했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은 2남 2녀 중 장남이었고, 집
안형편도 일하는 아저씨를 둘 만큼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키
도 크고, 얼굴도 미남형이라서 마음을 쉽게 열었는지도 모르
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다리가 아프다는 남편은 자주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시골 병원에서 신경통이라며 진
통제 몇 알을 주고 쉬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되는
남편의 고통 속에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남편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고관절' 이라는 병명을 알게 되어 열흘 만에 대수
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 4급 장애인 판정을 받게 된 남편의 병간호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후 둘째, 셋째, 넷째까지 딸만 넷을 가진 엄
마가 되었습니다.
네 딸을 낳은 후 아들 낳을 자신이 없어 그만 낳으려 하자
늙으신 어머님께서 말씀도 안 하시고, 진지도 안 드시고, 3일
을 굶으셨습니다.
"여보, 어떡하죠? 어머님이 진지를 안 드신 지 3일이 다 되
어가는데···" 하지만 남편은, "어머니의 마음을 풀어 드릴 열쇠는
당신이 갖고 있소"라며 알 수 없는 대답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 막둥이 아들을 하나 더 낳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논농사에,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지만
기쁨도 많았습니다.
봄이 오면 남편은 일꾼아저씨와 함께 논을 갈러 나갔습니다.
그러면 나는 새참을 맛있게 해 머리에 이고, 딸아이는 물 주전
자를 들고 강아지와 함께 소풍을 가듯 논둑길을 걸어갑니다.
그러면 남편은 새참을 먹고 난 후, 둑에 난 토끼풀을 한 아름
뽑아 화관을 만들어 씌어 주고, 목걸이와 시계, 그리고 반지까
지 손과 목에 걸어 주며 흐뭇해 합니다.
아이들에겐 갈대잎을 따 배를 만들어 냇가에 띄어 주고,
바람개비를 만들어 들녘 바람을 기다리게 하는 나의 남편은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그려 주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내 곁에서, 그리고 아이들 옆에서 미래와 희망을
심어 주고 있는 사람.
그 동안 3번이나 큰 수술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늘 밝
은 미소와 유쾌한 유머를 잃지 않고 사는 멋진 남편이랍니다.
나는 말합니다.
다음 생에 만나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그리고 더욱 재미있게 살자고 말입니다.
출처 : 아들이 붙여 준 대일밴드(임미영 외 4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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