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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아홉 살인 아이

doggya 2011. 4. 27. 09:42

늘 아홉 살인 아이

 

 

유치원 시절부터 중학교까지 쭉 같은 학교

를 다닌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우리가 3학년이 되고

6학년이 되어도 늘 아홉 살 정도의 지능만을 가지고 있었습

니다.

 내가 초등학교 6년 동안 그 아이에게 많이 했던 말은

"저리 가", "냄새나", "내 물건 만지지 마"였습니다.

 나뿐이 아니라 학교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그 아이를 저능

아라 놀리고 같이 놀아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그 아이의 부모님은 그 아이의 두 동

생만 데리고 서울로 가셨습니다. 그 후 그 아이는 증조할머

니,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과 살았습니다.

 그 아이의 삼촌 또한 그 아이와 같은 지능 발달 장애를 같

고 있었고 그 아이의 집에선 누구도 그 아이를 돌봐 줄 여유

를 가진 분이 없었습니다. 그래선지 중학생이 된 후 그 아이

는 학교를 오지 않는 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학교에서 그 아이는 철저히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상급생, 동급생, 하급생 할 것 없이 모든 남자 아이들이 그

아이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늘 웃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들이 자기를 바보라고 놀리자 아이는 천진한

웃음을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나는 바보가 아니고 진욱인데~~ 나는 바보 아닌데~~ 왜

자꾸 바보라 카지?"

 그날 그 아이의 아홉 살 웃음을 보면서 처음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내 일기장에 그 아이는 '친구'

라는 이름으로 쓰여졌습니다.

 

 

 그 아이와 친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어버이날이 찾아왔

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 친구가 검은 봉지

를 흔들며 뛰어왔습니다.

 "나 카네이션 샀다~ 이쁘지? 이쁘지? 너 줄까? 안 줘~~!

헤헤헤."

 "근데 너 왜 카네이션을 다섯 개나 샀어?

증조할머니랑 할머니 할아버지 것만 사면 되는데,

삼촌은 안 드려도 되는 거고~ 돈 낭비 했잖아···

얼른 돈으로 물러와~~!"

 "우리 뒷집이랑 옆집에 할매랑 할부지가 있는데~ 자식들

이 안 오더라~ 우리 할매 할부지만 꽃 달고 있으면 뒷집이랑

옆집 할매 할부지가 불쌍하잖아~ 그래서 그냥 샀다."

 순간 형식처럼 산 내 손에 쥐어진 두 송이의 카네이션이

너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날 그 친구는 정말 바보같이 자신의 차비조차 남기지 않

고 카네이션을 사느라 두 시간을 걸어서 집에 가야 했습니다.

 멋진 농부가 꿈이라던 그 친구는 지금도 아홉 살 환한 미

소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출처 : 아들이 붙여 준 대일밴드(임미영 외 4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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