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큰 나무 밑의 나무

doggya 2010. 3. 20. 16:35

 

 

큰 나무 밑의 나무

 

 

 

 하느님을 열심히 신봉하고 신심이 돈독한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하느님이 자신의 기도만큼은 틀림없이 들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장대 같은 비가 무섭게 쏟아지더니 동네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트럭을 몰고 다니며 빨리 피

하라고 소리를 쳤는데도, 이 청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느님이

자기를 특별히 보호해 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물은 점점 불어났다. 집과 집 사이로 배를 띄워 미처 피하지 못

한 사람들을 실어 날랐지만, 그는 여전히 하느님만 의지하며 아무

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자기처럼 신앙이 돈독한 사람을 죽게 내

버려둘 하느님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집이 물에 잠겼고 그는 흙탕물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이

번에는 헬리콥터가 다가와 사다리를 내려주며 올라오라고 했지만,

그래도 그는 사다리를 잡지 않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하늘 나라에 올라간 그가 하느님에게 항의했다.

 

"제가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데 이렇게 죽게 하실 수 있습니

까?"

 

그러자 하느님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를 구원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보내 주었지 않느냐. 트

럭도 보내고 배도 보냈으면, 심지어 헬리콥터까지 보냈느니라."

 

 

 이것은 유태인의 교과서라 불리는 <탈무두>에 실린 한 대목이다.

믿음은 인간에게 구원을 주는 소중한 것이지만, 행동이 없는 믿음

은 공염불일 뿐임을 시사해 주는 글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고 했고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라' 고 했다.

 

 불가에서는 그것을 업(業)으로 풀이한다. 인간이 어떤 업을 짓느

냐에 따라 개인의 삶과 그의 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달라진다. 좋은

업을 많이 지으면 그만큼 삶은 구원을 얻으며 세상도 보다 살 만하

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의 삶도 이 세상도

나아지지 않는다.

 

 또한 이 세상은 인간이 지어놓은 업으로 인해 오늘의 모습이 되

었다. 이 세상이 유토피아처럼 살 만한 세상이라면 사람들은 더 이

상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은 업 때문에 이

렇게 만들어진 세상이라면, 결국 우리의 노력으로, 좋은 세상을 위

한 업(善行)을 많이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

 

 현실을 부정하고 사후에 극락이나 천당을 가기 위해서만 믿음을

갖는다면 그것은 '삶의 도피' 일 뿐 진정한 신앙이 아니다. 마음으

로는 열심히 기도하되,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좀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게 하기 위해서, 혹은 자기 자신의 삶이 훨씬 의미

있는 삶이 되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그 이상에 걸맞도록 행동해

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과 행위를 사람들과 나누면서 사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야만이 비로소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진실' 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업을

지었던 사람에게서 '사랑' 을 배우고, 그의 행동을 거울 삼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지침으로 정하는 것이다. 인류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 업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출처 : 오늘 내가 살아야 하는 의미 (4장 평온한 삶을 위하여)

지은이 : 혜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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