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아낌없는 사랑

doggya 2010. 5. 15. 09:40

 

 

아낌없는 사랑

 

 

 

아무도

살지 않는

숲 속 구석에 달팽이 한 마리와 예쁜 방울꽃이 살고 있었다.

 달팽이는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

뻤지만, 방울꽃은 그것을 몰랐다. 토란 잎사귀 뒤에 숨어

서 방울꽃을 보다가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버리는 것

이 달팽이의 관심이라는 걸 방울꽃은 몰랐다.

 

 아침마다 큰 바위 두 개를 넘어 방울꽃 옆으로 와선

'저······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라고 하는 달팽

이의 말이 사랑이라는 걸 방울꽃은 전혀 몰랐다.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  방울꽃 곁의 바위 밑에서 잠 못

들던 것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자기 몸이 마르

도록 방울꽃 옆에 있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걸 방

울꽃은 몰랐다. 민들레 꽃씨라도 들을까봐 아무 말 못하

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걸 방울꽃은 몰랐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노란 날개를 가진 나비가 숲으

로 날아왔다. 방울꽃은 나비의 노란 날개를 좋아했고, 나

비는 방울꽃의 하얀 꽃잎을 좋아했다. 달팽이에게 이슬을

주던 방울꽃이 나비에게 꿀을 주었을 때에도 달팽이는 방

울꽃이 즐거워하는 것만으로 행복해했다.

 

 '다른 이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해

주는 거야'라고 민들레 꽃씨에게 말하면서, 까닭 모를 서

글픔이 밀려드는 것 또한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걸 방울꽃

은 몰랐다.

 

 방울꽃 꽃잎 하나가 짙은 아침안개 속으로 떨어졌을 때.

나비는 바람이 차가워진다며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떠

나갔다. 나비를 보내고 슬퍼하는 방울꽃을 보며 클로버

잎사귀 위를 구르는 달팽이의 작은 눈물이 사랑이라는 것

을······ 나비가 떠난 밤에 방울꽃 주위를 자지 않고 맴돌

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걸 방울꽃은 몰랐다.

 

 꽃잎이 모두 떨어지고 방울꽃이 이제 하나의 씨가 되어

땅 위로 떨어졌을 때, 흙을 곱게 덮어주며 달팽이가 말했다.

 "이제 또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씨앗이 된 방울꽃은 그때서야 달팽이가 자기를 사랑한

다는 것을 알았다.

 

 

깊은 새벽, 라디오를 듣는데 슬픈 사연 하나가 흘러나옵

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꾸만 다른 곳만 바라보기 때

문에 힘이 듭니다. 직장에서 근무할 때나 집에 돌아와 샤

워를 할 때도, 피곤에 지쳐 침대에 쓰러질 때도 그 사람

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 사람은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내 행복한 미소만 짓고 있습니다. 저

는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숙제를 풀 듯이 우리가 하는 사랑에도 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사랑

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향해 한 걸음 내

딛으면, 그 사람은 이런 마음도 모른 채 두 걸음 내딛고

말지요. 사랑받는 사람은 행복하겠지만, 헌신적으로 사

랑을 주는 사람은 고통스럽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사랑의 고통 속으로 빠져듭니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지만, 진실한 사랑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자신을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을지라도 온 세상을 환히 밝히는 헌신적인 마

음입니다. 이런 아낌없는 마음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랑입

니다.

 

 

사랑의 치료법은 더욱 사랑하는 것밖에는 없다.

 

 

출처 : 마음이 담긴 몽당연필(김태광 지음)

 

 

 

            

                   Nuestro Amor (우리들의 사랑) - Cristian Ca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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