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걸음마
산책을 나갔다가 웃음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을 보
았습니다. 한 아이가 삑삑 소리나는 신발을 신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고 있더군요. 아직 서툴지만 힘찬 걸음마였습니
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뒤뚱거리는 아이를 응원해주었습니
다. 나도 잠시 멈추어 서서 그 귀여운 몸짓을 지켜보았지요.
"아유, 잘한다. 우리 아기 훌륭하다."
"넘어지지 말고 조심해서 걸어보렴."
아이의 엄마 아빠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아이의 태도였습니다.
한 걸음 걷고 뒤돌아보고, 한 걸음 걷고 뒤돌아보는 것이었
습니다. 그리고 이내 엄마 아빠에게 다가가 와락 안겼지요.
안기고 나서 엄마의 눈을 또렷이 들여다보며 자기 행동을 자
랑하는 듯했지요. 부모는 열렬한 지지와 환호로 응답해주었
습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생각했습니다. 아이로 하여금 두려움 없
이 걸음을 떼게 한 힘의 원천을.
그런데 아이가 자꾸만 뒤돌아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인정'입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입니다. '엄마 아빠, 이것
보세요. 나는 잘 걷고 있어요' 하고 알려주는 것이죠. 내가
잘하는 모습을 부모가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번
이나 고개를 돌려 뒤돌아봅니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에게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
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
고 싶어합니다.
어른들은 분명 아이보다 덜 순수하지요. 뒤돌아보며 확인하
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든요. 그저 묵묵히 기다릴 뿐입니다.
앞만 보고 걸어가는 아이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연인을 인정해주어야 합
니다.
예전에 나의 연인이 회사에서 승진한 적이 있습니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얻은 놀라운 성과였지요. 별
다른 감흥이 없다는 듯 지나가는 말처럼 얘기하기에 나 역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몹시 서운했다고
얘기하더군요. 내가 눌라워해주고 기뻐해주길 원했다는 것
입니다.
미안한 마음에 왜 진작 표현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쑥스럽
고 호들갑떠는 것 같아 참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알아주기를 바랐다고 말예요.
그가 나에게 바란 것은 바로 '인정' 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나에게나 당신은 꼭 필요한 존재예요."
"당신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요?"
"지금처럼만 꾸준히 노력해주세요. 너무나 잘하고 있어요.
누구도 당신만큼은 못할 거예요."
이렇게 손뼉치며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그의 귀에 들리도록 큰 소리로.
인정의 힘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그것은 무턱대고 추켜세우거나 진심이 아닌 칭찬을 퍼붓는
것과 다릅니다. 그의 노력을 알아주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
기해주는 것이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요.
그리고 인정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내가 만나는 당신이 최고라고 말해주세요.
당신은 최고이며, 훌륭한 사람이고
놀라운 존재라고 늘 각인시켜주세요.
출처 : 당신이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이삭 지음)
'사랑방 > 햇살님의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괜찮아 (0) | 2010.07.24 |
---|---|
아부지, 뭐 하십니꺼 (0) | 2010.07.23 |
오늘도 무사히 (0) | 2010.07.21 |
새벽 달빛 (0) | 2010.07.20 |
소중한건 바로 이 순간이야 (0) | 2010.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