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햇살님의 좋은 글

하나님이 싸준 도시락

doggya 2010. 8. 16. 08:29

 

  

하나님이 싸준 도시락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체스가 아니라, 보물찾기 같은 것이다.

                                    - 에렌부르크

 

 

   어느 초등학교에 가난한 집안 형편으

로 도시락을 잘 싸오지 못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년이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날에는 책상

속에 따스한 도시락이 들어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 아이를 위하여 갖다놓은 것이겠지만 소년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도시락에는 항상 '하나님이 소

년에게'라는 쪽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반 친구가 선생님이 소년의 책상에 도시락

을 몰래 넣어두는 장면을 목격하고 소년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소년은 하나님이 도시락을 갖다 준다는 환상이 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선생님께서는 감기로 며

칠 동안 결근을 했습니다.

 소년이 학교에 와서 책을 정리하려고 책상 서랍에 손을 넣었는데

신기하게 그날도 정성스럽게 싼 따스한 도시락이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하나님이 소년에게'라는 쪽지와 함께······.

 과연 그 하나님은 누구였을까요?

 

 

구름처럼 누군가에게 상상의 희망이 되어주는 삶을, 행주처럼 평

생 더러운 것을 닦아주는 삶을, 하늘처럼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삶을, 우표처럼 임무를 다해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삶을, 콘트라베이스처럼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다른 악기

의 화음이 되어주는 삶을, 연기처럼 자신을 태워 누군가를 데워줄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것만 고집하기보다는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이 아름다운 것임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따스한 눈빛, 정겨운 말, 힘겨운 이를 위해 우리가 내미는 손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빛을 냅니다. 우리들 사이에 숨겨진 마음의 강둑을

허물어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수 있는 사람의 강물이 넘쳐났으면 좋

겠습니다.

 

 

출처 : 행복 정거장(박성철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