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사랑
휴양지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바닷가 모래를 마구 퍼냈습니다.
모래를 담은 트럭들이 줄을 지어 백사장을 빠져나갈 때 갈매기
들은 너무나 슬펐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갈매기들은 하루아침에 둥지를 잃고 말았
습니다.
갈매기들은 마구 파헤쳐진 모래 위에 알을 낳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모래를 퍼내는 포크레인 소리가 그들을 늘 불안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날은, 돈 많은 부자가 여러 명의 사람을 데리고 그
곳을 다녀갔습니다.
그가 다녀간 날이면 해변엔 더 많은 구덩이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장마비가 며칠째 계속 퍼부어댔습니다.
갈매기들은 사람들이 파간 모래 때문에 지면이 낮아졌다는 사
실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해변에 있던 수많은 갈매기 알들이 그만 물에 잠겨버리고 말았
습니다.
해변의 한쪽에는 갓 부화한 여섯 마리의 갈매기 새끼들이 있었
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어미 새의 품속으로만
파고들었습니다. 굵은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어미 새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 사이 물은 자꾸만 불어 새끼들의 가슴까지 차 올랐습니다.
바로 그때, 어미 새는 멀리 나무 널빤지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
았습니다. 다급해진 어미 새는 새끼들을 두고 널빤지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어미 새는 헤엄을 치며 새끼들이 있는 쪽으로 널빤지를 밀기 시
작했습니다.
하지만 널빤지의 흐름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새끼들이 있는 곳까지 널빤지를 몰고 왔을 때, 어미 새
의 찢어진 부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이 차오르기 전에, 어미 새는 여섯 마리의 새끼들을 한 마리
씩 널빤지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어린 새끼들은 젖은 솜털 사이로 빨간 살을 드러낸 채 떨고 있
었습니다.
어미 새는 새끼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새끼들이 앉아 있는 널빤지를 온몸으로 밀기 시작했습
니다.
그런데 그들이 안전한 물가로 거의 다 왔을 때, 어미 새는 자지
러질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큰 날개를 퍼덕거렸습니다.
하지만 어미 새는 기력이 다 빠져 뻘 깊숙이 빠져버린 자신의
다리를 빼낼 힘이 없었습니다. 그사이 새끼들을 태운 널빤지는 파도
를 따라 어미 새에게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떠내려가는 새끼들을 바라보며 어미 새는 필사적인 몸짓을 했
습니다.
그리고 새끼 한 마리가 널빤지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어미 새는 두 발을 잡고 있던 검은 뻘을 박차고 날아 오를 수 있었습
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새끼들 모두가 물 속으로 잠겨버린 후였
습니다.
어미 새는 널빤지 위에 앉아 망연히 물 속만 들여다보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던 어미 새는 수평선 너머로 날아가버렸
습니다.
흉하게 파헤쳐진 모래 구덩이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돌아보
면서······.
그 후 며칠이 지났습니다.
사납게 내리던 비가 그치자, 해변은 맑고 투명한 햇살로 가득
찼습니다.
갈매기가 모두 떠나간 모래성에는 갈매기 대신 한 떼의 사람들
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발 아래에는 머리까지
하얀 천을 덮은 채 한 소년이 누워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해변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그만 모래를 파낸 구덩이
속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소년의 주검 앞에서 소년의 아버지가 엎드려 울고 있었습니다.
그는 바닷가에 휴양지를 세우려고 했던, 바로 그 돈 많은 부자
였습니다.
출처 : 연탄길(이철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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