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고 뛰어봐
서커스를 보러 갔습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그네도 보고, 자전거를 타는 곰을 보며 박
수를 쳤습니다. 무척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지요.
그런데, 서커스를 보게 되면 그 중에 한두 번쯤은 빠지지 않
고 꼭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둥근 고리 속으로 동물들이 뛰어넘
는 묘기입니다.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불 속으로 용감하게 달
려드는 동물들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대개의 동물들은 불을 무척 싫어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
이나 개도 난로 가까이에는 절대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으니
까요.
털이 긴 돔물일수록 본능적으로 불을 두려워하고 꺼리게 되
어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동물이 본능을 거슬러가면서까지 불붙은 고리
속으로 뛰어들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굼금해집니다.
나는 가까이 있던 조련사에게 이 수수께끼를 물어보았습니
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의견도 말해보았지요.
"불 속으로 통과한 다음에 던져주는 먹이 때문이지요? 아니
면 가혹하고 혹독한 훈련의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네요."
내 말에 조련사는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대답은 전
혀 색다른 종류의 것이었어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힘의 원천은 동물과 조련사 사이에 있
는 믿음이지요."
동물에게는 여태껏 조련사가 훈련시키는 대로 따라서 목숨
이 위험했거나 다친 적이 없다는 강한 믿음이 있습니다. 조
련사는 나에게 나쁜 일을 시키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에
생명까지 내맡긴 채 위험한 불 속으로 달려든다는 것이었습
니다.
물론 조련사에게도 동물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따뜻한 마음
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보다 동물을 위하고, 또한 그를 중요하
게 생각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요.
이런 둘 사이의 뜨거운 믿음과 사랑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이
야기였습니다. 서로에 대해 완전하게 신뢰하는 순간, 둘은 어
떠한 현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에너지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동물과 조련사의 사랑이 참으로 위대하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도 생명을 걸 만한 믿음
을 주는 친구가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일 것입니다.
나에게 절대 해가 될 행동을 하지 않을 사람, 그의 말을 따르
면 위험한 일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 신앙처럼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존재.
그런 친구를 갖고 싶습니다.
나는 너라면 믿을 수 있어. 네가 하는 말이 바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나
는 알고 있으므로 하늘이 있다는 걸 믿듯이 나는 너를 믿고 따를 것이니까
너도 나를 믿어주길 바래.
출처 : 나랑 닮은 친구에게 주고 싶은 책(이삭 지음)